북한이 올들어 네 번째로, 17일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가 ‘북한판 에이태킴스’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북한이 신형 미사일로 잇단 무력 시위를 벌이고 있는 데 대해 직접적이고 심각한 군사 위협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국방과학원과 제2경제위원회를 비롯한 해당 기관의 계획에 따라 17일 전술유도탄 검수사격시험이 진행됐다”며 “검수사격시험은 생산장비되고 있는 전술유도탄들을 선택적으로 검열하고 무기체계의 정확성을 검증하기 위한 데 목적을 두고 진행됐다”고 18일 밝혔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서부지구에서 발사된 2발의 전술유도탄은 동해상의 섬 목표를 정밀타격했다”면서 “국방과학원은 생산되는 이 무기체계의 정확성과 안전성, 운용 효과성을 확인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이 전술유도탄은 ‘북한판 에이태킴스’인 ‘K-24’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북한판 에이테킴스 발사는 지난 2019년 8월 두 차례 시험발사와 2020년 3월 시험발사 이후 이번이 네 번째입니다.
북한판 에이태킴스는 2개의 발사관을 탑재한 무한궤도형 또는 차량형 이동식 발사대(TEL)에서 발사되며 터널과 나무숲 등에 숨어 있다가 개활지로 나와 2발을 연속 발사한 뒤 재빨리 은폐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17일 미사일 표적으로 삼은 대상은 지난 14일과 마찬가지로 함경도 길주군 무수단리 앞바다의 무인도 ‘알섬’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알섬까지는 직선거리로 370∼400㎞ 정도입니다.
한국 군 당국에 따르면 이번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약 380㎞, 고도는 약 42㎞입니다.
북한은 올들어 지난 5일과 11일 자강도 일대에서 극초음속 미사일을, 그리고 지난 14일엔 평안북도 의주 일대 철로 위 열차에서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북한이 두 차례 극초음속 미사일을 최대 사거리로 시험발사했지만 이스칸데르와 에이테킴스는 정확도에 초점을 맞춘 시험발사로 평가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세 번째 같은 경우엔 의주에서 평택 미군기지, 네 번째 같은 경우는 평양 순안공항에서 계룡대까지의 비거리를 보여준 것인데 이는 북한이 핵 능력으로 한국의 주요 거점을 타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그렇게 평가합니다.”
이번 시험발사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연초부터 핵탄두 소형화 역량에 따라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새 미사일로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에이태킴스는 정점고도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THAAD) 최저 요격고도인 50㎞보다 낮아 대응이 쉽지 않습니다.
또 낙하하며 풀업 기동 등 요격 회피를 위한 변칙기동을 할 수 있고, 확산탄으로 구성된 자탄을 넣을 경우 축구장 3∼4개 크기 지역을 초토화할 수 있는 위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됩니다.
부승찬 한국 국방부 대변인은 18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연이은 신형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직접적이고 심각한 군사 위협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발사를 검수사격시험이라고 밝힌 대목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대량생산해 배치되고 있는 무기 중에서 무작위로 골라 품질을 검사했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미사일 개발을 총괄하는 국방과학원과 함께 군수산업을 책임지는 제2경제위원회가 이번 시험을 진행한 것도 이런 점을 뒷받침한다는 분석입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동해안 쪽에서 비행 안정성을 확보하는 시험발사를 하고 이후 서쪽에서 내륙을 관통하는 시험발사를 통해 최대 사거리를 시험하는 게 북한 미사일 시험발사의 전형적인 패턴이라고 말했습니다.
신 사무국장은 최근 이스칸데르와 에이태킴스 발사가 내륙 관통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것은 개발이 마무리 단계임을 시사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전술핵 미사일을 번갈아 쏘는 것은 핵 보유국 지위 확보와 대미 핵 군축 협상을 겨냥한 행보라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이 미사일은 대량생산이 가능한 미사일이기 때문에 전장 곳곳에 배치될 가능성이 매우 높죠. 그만큼 한국과 미국 입장에선 타격하기가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려워진 것이고 이것을 비핵화한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판단이 돼서 북한은 명확하게 그것을 의도하고 있다고 판단이 됩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과의 교착국면이 풀리기 어렵고, 미-중 전략경쟁으로 국제사회의 추가 대북 제재가 쉽지 않은 현 상황을 핵 능력 고도화의 기회로 삼아 미사일 시험발사에 집중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박형중 박사는 미국과 전략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베이징동계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인데도 북한의 긴장 고조 행위를 막으려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박형중 박사] “미사일 실험을 했을 때 과거엔 미국이 주도해서 유엔을 동원해서 북한에 압박을 넣었는데 지금은 중국이 그것을 협력을 안하고 오히려 북한에 대해서 묵인하고 방조하는 거죠. 한국 정부도 사실 별다른 조치를 안 취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공간이라는 게 북한 입장에선 가장 작은 비용과 위험으로 자신의 미사일 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거죠.”
북한의 이번 발사가 대외 무력시위와 함께 내부 결속을 강화하는 이중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북한이 이번에 탄도미사일 발사장소로 평양 순안비행장을 택한 것은 지난 2017년 8월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을 발사한 이후 두 번째입니다.
신종우 사무국장입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이곳을 한 이유는 평양 주민들에게 이 미사일의 발사 모습을 하늘에서의 궤적이나마 보게 함으로써 내부 긴장을 통한 결속의 효과가 크다, 그리고 한-미 정보망의 감시가 쉬운 지역에 쐈다는 것은 그만큼 북한이 K-24를 통한 무력 시위를 보여주려고 한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북한이 추가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 정세의 긴장을 차츰 높이는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특히 지난 2020년 3월 발사한 ‘KN-25’의 발사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북한은 이 미사일을 '초대형방사포'로 부르지만 미국과 일본에서는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