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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사흘 만에 또 단거리 미사일 발사...미국 제재 반발 담화도 발표


지난 12일 한국의 서울 시민들이 전날 북한이 단행한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 12일 한국의 서울 시민들이 전날 북한이 단행한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이 사흘 만에 또 다시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발사했습니다. 북한 외무성은 자신들의 앞선 두 차례 미사일 발사에 대한 미국의 제재에 반발하는 담화도 내 미-북 간 갈등이 한층 고조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14일 오후 평안북도 내륙에서 동쪽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발사했다고 한국 합동참모본부가 밝혔습니다.

북한이 올해 들어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를 쏜 것은 지난 5일과 11일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또 두 번째 발사체 발사 후 사흘 만입니다.

이번 탄도미사일은 낮은 고도였고, 비행거리는 300∼400㎞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군 당국이 발사체의 사거리와 고도 등 제원을 분석 중인 가운데 북한이 최근 개량 중인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또는 ‘북한판 에이테킴스(ATACMS)’ 전술지대지미사일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국 청와대는 즉각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화상회의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합참은 “추가 발사에 대비해 관련 동향을 추적 감시하며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일본 방위성과 해상보안청도 북한에서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가 발사됐다면서 동해와 동중국해, 북태평양 일대 선박들에 경계령을 발령했습니다.

이번 발사는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이 지난 12일 북한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에 관여한 북한 국적 6명 등을 독자 제재한 직후에 이뤄진 겁니다.

북한은 이에 앞서 14일 오전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외무성 대변인 명의 담화를 내고 최근 두 차례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한 미국의 신규 대북 제재에 반발했습니다.

담화는 “미국이 북한의 정당한 활동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끌고갔고 단독 제재까지 발동하면서 정세를 의도적으로 격화시키고 있다”며 “미국이 이런 식의 대결적 자세를 취해 나간다면 더욱 강력하고도 분명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담화는 “미국이 북한의 합법적인 자위권 행사를 문제시하는 것은 명백한 도발이고 강도적 논리”라며 “이는 현 미 행정부가 말로는 외교와 대화를 떠들지만 실제론 대북 고립압살정책에 매달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담화를 낸 당일 미사일까지 발사한 데 대해 미국을 겨냥한 노골적인 불만 표시로 보고 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의 제재는 물론이고 미 당국자의 발언 등이 북한 수뇌부를 자극했을 수 있다며, 이번 발사는 계획된 시험발사라기 보다는 반발 행동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토니 블링컨 장관이 MS NBC에서 했던 인터뷰 중에 북한의 이런 행동은 관심끌기용이다라고 얘기한 것은 북한이 자극되는 표현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거든요. 그런 얘기를 들은 북한 지도부가 굉장히 짧은 기간 내에 미사일 도발을 결정했을 가능성도 있죠.”

앞서 두 차례 발사가 이른 아침에 이뤄진 데 비해 이날은 낮 시간대에 발사됐는데, 이는 북한이 발사체의 기종을 구체적으로 보여줘 무력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이번엔 노출을 피해 밤에 기동해 다음날 새벽에 발사하는 북한의 기존 미사일 시험발사 패턴과 달랐다며,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며 언제든 도발에 나설 수 있음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외무성 담화는 결국 미국의 제재를 겨냥해서 자신들의 핵 개발 명분을 강조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외무성 담화에 이어서 미사일 발사를 했다는 것은 미국과의 강대강 대결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피력이다, 이렇게 볼 수 있겠죠.”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대미관계 교착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북한이 저강도 도발을 통해 국방력 강화와 대미 압박을 병행하는 전술적 선회가 감지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조 박사는 북한이 전략 도발에 나설 상황은 아니지만 바이든 미국 행정부도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를 행동에 옮김으로써 미-북 갈등이 증폭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4차 전원회의에서도 대남 대외 관계에서 전술적 방도들을 논의했다고 그랬지 전략 변화 언급은 없었거든요. 상황이 격화되면 김여정이 나설 가능성이 있죠. 아니면 리선권이나 2선까지, 최선희까지도 나올 가능성은 있습니다.”

국방연구원 출신 김진아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북한이 국방발전 5개년 계획에서 제시된 과제 이행을 우선시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미국과의 긴장이 필요하고 외무성 담화도 그런 일환이라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김진아 교수] “북한이 지난 8차 당 대회에서 하겠다고 했던, 국방력 강화를 과제로 내세웠기 때문에 마쳐야 되거든요. 그럼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데 그러려면 대화를 거부할 수 있는 상황을, 계속적으로 긴장을 유지해야 돼요. 그래서 이런 메시지가 나온 것이라고 생각이 들고요.”

한편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주민들이 볼 수 있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는 싣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은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 성공을 대대적으로 선전한 것과는 다른 양상이라며 경제난 장기화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불만을 고려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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