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지뢰감시기구가 한국과 북한의 대인지뢰금지협약 가입을 촉구했습니다. 또 국제 인권법에 따라 지뢰 제거 의무를 이행해야 하며, 특히 북한은 모든 대인지뢰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노르웨이의 국제 지뢰감시기구인 ‘노르웨이 피플스 에이드’(NPA)가 남북한에 대인지뢰금지협약 가입을 촉구했습니다.
NPA는 8일 전 세계 지뢰 매설 실태와 정책 제안을 담은 ‘2021 지뢰 제거’ 연례 보고서에서 한국전쟁 등을 거친 한반도는 전 세계에서 대인지뢰가 가장 많이 매설된 곳 가운데 하나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지난 1997년 캐나다 오타와에서 체결돼 1999년 발효된 대인지뢰금지협약은 대인지뢰 생산과 비축, 사용, 이전을 금지하고 매설된 지뢰 제거를 촉구하는 국제협약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1월 기준 한국과 북한은 대인지뢰금지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아시아 22개국에 포함됐습니다.
보고서는 먼저 북한에 대해 대인지뢰금지협약 가입과 더불어 모든 대인지뢰 사용을 신속히 중단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과 관련해 지난해 북-중 국경 일부 지역에 대인지뢰(BBM-82)를 설치했다는 겁니다.
북한은 이를 통해 불법 출입국을 막으려 했지만 그 과정에서 지뢰를 설치하던 북한 군 병사들이 지뢰 폭발로 부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고서는 전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국회 정보위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신종 코로나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을 봉쇄하고 북-중 국경 일부에 지뢰를 매설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이 지난해 지뢰를 매설한 반면 지뢰 제거 활동에는 아무런 상황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2018년 9월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명한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지뢰 636개를 제거했다고 통보한 이후 북한의 지뢰 제거 작업은 멈췄다는 겁니다.
보고서는 관련 요인 가운데 하나로 2019년부터 미-북 긴장 완화 과정이 중단된 점을 꼽았습니다.
이어 북한은 국제 인권법상 지뢰를 신속히 제거할 의무가 있으며, 제거 작업에 대한 국제사회의 독립적인 검증을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에 대해서는 지뢰 제거 방안과 관련한 법안 제정을 촉구했습니다.
지뢰 제거를 위해 한국 국방부뿐 아니라 각 부처의 협력과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 더 나아가 민간업체 참여 등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보고서는 북한의 지뢰 문제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지만 한국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2020년 10월 기준 한국 쪽 DMZ와 민통선 일대에 지뢰 82만 8천 개가 매설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은 올해 4월부터 이달까지 민통선 남쪽 후방지역 42개 지역 63만제곱미터에서 지뢰 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반도 지뢰 대부분은 한국전쟁 중 한국군과 북한군, 미군, 중국 공산군이 매설하고 살포한 것입니다.
한편 보고서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지뢰 17만 3천 개가 제거됐으며, 이는 지난 2015년 이래 가장 많은 숫자라고 밝혔습니다.
지뢰를 가장 많이 제거한 나라는 스리랑카로 4만 3천 157개를 해체했으며, 2만 6천 911개의 짐바브웨와 1만 7천 957개의 캄보디아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