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 회계연도에 최대 12만 5천 명의 난민을 수용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북한을 포함한 동아시아는 1만 5천 명을 배정했습니다. 미국이 지난 5년 동안 수용한 전체 난민 12만 9천여 명 가운데 탈북 난민은 20명에 불과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에게 보낸 메모(Memorandum)를 통해 10월 시작한 2022 회계연도 난민 수용 상한을 12만 5천 명으로 늘렸습니다.
이런 결정은 지난 회계연도에 입국한 난민이 1만 1천 411명으로 40여 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나온 겁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새 난민 수용 계획을 지역별로 보면 아프리카가 4만 명으로 가장 많고, 근동·남아시아 3만 5천 명, 동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 각각 1만 5천 명, 유럽과 중앙아시아를 묶어 1만 명, 기타 1만 명을 배정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미국은 박해를 피해 탈출한 난민들에게 희망과 안전한 피난처를 제공해온 오랜 전통과 핵심 가치에 따라 강력한 난민 입국 프로그램 재건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미국은 2020 회계연도에만 “난민 지원 등 국제 인도적 지원에 105억 달러 이상을 제공했다”며, 미국에 재정착한 310만여 명의 난민들은 “지역사회에 엄청난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공헌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블링컨 장관 성명] "In Fiscal Year 2020, the United States provided more than $10.5 billion in humanitarian assistance, including assistance for refugees…. We recognize the tremendous social, economic, and cultural contributions refugees make to communities across the United States,”
바이든 행정부가 난민 입국 프로그램 재건을 강조한 것은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반 이민정책에 따른 대폭적인 난민 감소 때문이지만, 미 언론들은 예산 문제 등으로 목표를 실제로 달성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전망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회계연도(2020년 10월~2021년 9월)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낮춘 난민 수용 상한 1만 5천 명을 그대로 유지하다가 여당인 민주당의 반발에 부딪혀 지난 5월에 상한선을 6만 2천 500명으로 늘렸지만, 실질적인 수용 인원은 1만 1천 411명에 그쳤습니다.
이런 가운데 19개월째 미국 입국이 전무한 탈북 난민들의 상황도 개선 기미가 없습니다.
국무부 난민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탈북 난민의 미국 입국은 지난해 2월의 1명이 마지막이었고, 2016년 10월 시작한 2017 회계연도부터 지난 9월에 끝난 2021 회계연도까지 5년간 입국한 탈북 난민은 20명에 그쳤습니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에 입국한 전체 난민 12만 9천 501명의 0.015%에 불과한 겁니다.
국무부 자료를 보면 미 의회가 2004년 채택한 북한인권법에 근거해 지금까지 미국에 정착한 탈북 난민은 총 220명으로, 한국에 입국한 3만 3천여 명과 크게 대비됩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한국과 미국 모두 최근 몇 년 동안 탈북 난민 입국자가 상당히 감소했다며, 복합적 이유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킹 전 특사는 지난달 워싱턴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개최한 북한 인권 관련 팟캐스트에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북한 당국의 국경 감시 강화 조치를 꼽았습니다.
[녹취: 킹 전 특사] “ Part of the problem is that when Kim Jong Un came in, one of the things that he's done is progressively tighten the borders increasing security on the borders and imposing stiffer penalties and fines against people,”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후 국경 감시를 점진적으로 강화하고 이를 위반하는 주민들에게 더 강력한 처벌과 벌금을 부과했다는 겁니다.
킹 전 특사는 이 때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이전부터 탈북민 수가 감소하기 시작했다며, 이후 코로나 감염증에 대한 북한 지도부의 편집증에 따른 국경 봉쇄로 북한을 탈출하는 주민들이 현저하게 감소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킹 전 특사] “The numbers have declined significantly in the North Koreans because of their paranoia about the COVID pandemic have just tightened up the borders, intensely…it's unfortunate because these are people who have made important contributions in South Korea and in the United States, we need to continue to try to help them have that opportunity to get out,”
미국의 전문가들은 해외에서 난민 지위를 받아 미국에 입국하는 데 평균 2년 이상 걸려 탈북민 다수가 한국으로 행선지를 돌릴 수밖에 없는 현실과 미국 정부가 해외에서 탈북 난민을 돕는 시민사회단체 지원에 소극적인 점 등도 이유로 지적합니다.
킹 전 특사는 “탈북 난민들이 한국과 미국에 중요한 기여를 하기 때문에 최근 상황은 유감스럽다”며, “북한 주민들이 북한을 탈출할 기회를 얻도록 우리가 계속 도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