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83개국에서 시청률 순위 1위에 오르는 등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의 불평등과 기회 상실에 대한 절망감을 잘 표현해 낸 문화 수출품이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녹취: 드라마 효과음] “지금 여기 계시는 분들은 모두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지고 삶의 벼랑 끝에 서 계시는 분들입니다.”
시청률을 집계하는 83개 국가 모두에서 1위를 기록한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입니다.
이 드라마는 빚에 허덕이는 참가자 456명이 상금 456억 원, 미화 3천811만 달러를 두고 벌이는 ‘생존 게임’ 이야기입니다.
모두 6번의 게임이 진행되는데, 매 게임에서 탈락자가 생길 때마다 공중에 걸린 커다란 돼지저금통에 1인당 1억 원씩이 적립되며 최후 승자 한 명이 전체 상금을 획득하는 방식입니다.
탈락자는 온라인 게임 속에서처럼 총에 맞아 숨지며 쉽게 사라지고 맙니다.
게임의 승패로 삶과 죽음이 결정되지만 현실로도 돌아갈 수 없는 절박한 심정의 참가자들은456대 1이라는 확률을 알고도 자발적으로 게임에 참가합니다.
이 드라마는 단순한 게임을 통해 오히려 현실 사회를 더욱더 날카롭게 풍자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목숨 건 승부를 가리는 게임들은 옛날 한국 어린이들이 즐기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달고나 설탕 뽑기’, ‘줄다리기’, ‘구슬치기’ 등으로 구성돼 아이러니함을 보여준다는 겁니다.
드라마 주연을 맡은 배우 이정재 씨는 지난 9월 VOA와의 인터뷰에서 삶의 벼랑 끝에 몰린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시청자들이 나름 자신들의 삶과 연결지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정재 씨] “각자의 사연들이 굉장히 깊고 또 아픈 사연들이 다들 잘 살아 있어서, 비슷한 소재의 서바이벌 이야기하고는 많이 다르구나라는 것을 시나리오를 보고 느꼈어요”
이 드라마는 사회적으로 소외될 수 있는 계층, 약자들이 주요 역할을 맡았다는 점에서도 주목됩니다.
동생과 한국에 정착한 탈북 여성 ‘새벽’은 북한에 남아 있는 어머니를 데려오기 위해 브로커에게 준 거액을 사기 당해 게임에 참가하게 됐습니다.
또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한 외국인 근로자와 갈 곳 없는 치매와 뇌종양에 걸린 노인의 모습도 묘사됐습니다.
드라마가 전 세계에서 돌풍을 일으키자 한국 배우들 역시 국제적으로 큰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 NBC 방송의 ‘더 투나잇 쇼 지미 팰런’은 이정재와 박해수를 비롯한 배우 4명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배우들은 인기 비결을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동심을 불러일으키는 한국의 게임과 잘 표현된 인간의 탐욕과 본성을 꼽았습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오징어 게임’이 한국 사회에 자리 잡은 불평등과 기회 상실에 대한 절망감을 잘 표현해 시청자를 사로잡았다며, 한국의 또 다른 문화 수출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 신문은 ‘한국 경제의 불안감이 ‘오징어 게임’이 주목받는 배경’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 2019년 영화 ‘기생충’을 거론하며, 이 드라마 역시 경제 발전 뒤 심해진 부의 불균형에 대해 주목했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소재는 비단 한국에 국한된 것이 아닌 만큼 미국 등 다른 나라 국민들에게도 공감을 받으며 전 세계 시청자를 확보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빈부 격차 등의 어두운 소재를 어린이들의 전통 놀이를 통해 참신하게 풀어나가며 현실을 비판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오징어 게임’ 의상이 올해 할로윈 복장으로 큰 인기를 끌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운동복에 번호만 붙이면 준비를 끝낼 수 있어 준비할 시간이 필요 없다는 겁니다.
‘포브스’는 기이하고 매력적인 넷플릭스 작품 가운데 하나라고 소개했고, ‘뉴욕포스트’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드라마의 긴장감을 더욱 높였다고 전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