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문가들은 한국의 ‘소프트 파워’가 북한을 서서히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한국 대중 문화의 세계적 유행이 미한동맹의 미래에도 도움이 된다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김영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조셉 나이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석좌교수는 5일 워싱턴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온라인 화상 간담회에서 소프트 파워란 국가의 크기와 상관 없이 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나라가 커도 매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고, 거꾸로 나라가 작아도 얼마든지 매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겁니다.
[녹취: 나이 석좌교수] “Remember soft power is not necessarily correlated with size. You could be very big, and not very attractive. And alternatively, you could be very small and very attractive. I define soft power is the ability to get what you want, through attraction, rather than coercion or payment.”
‘연성 권력’이라고도 불리는 ‘소프트 파워’의 개념을 고안한 나이 석좌교수는 강요하거나 비용을 지불하기 보다는 매력을 발휘함으로써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능력을 소프트 파워로 정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 국방부 국제안보 담당 차관보를 지낸 나이 석좌교수는 한국의 소프트 파워가 북한 정권의 정책을 바꾸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나이 석좌교수] “Kim Jong-il loved films, loved western films. It didn’t affect his policies. And I doubt that Kim Jong-un is going to be much affected by the attractions of Squid Game.”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서구의 영화를 좋아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그의 정책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겁니다. 또한 김정은 위원장이 한국에서 제작돼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매력에 영향을 많이 받을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고 나이 석좌교수는 말했습니다.
한국의 대중 문화가 북한 지도부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주민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나이 석좌교수] “For North Korea, it wouldn’t affect the leaders, but it will affect the populace for long-term change.”
빅터 차 CSIS 한국석좌도 한국의 대중 문화가 지도부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겠지만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한국의 음악이나 영화 등을 소비하기를 갈망하고 있다는 겁니다.
[녹취: 빅터 차 석좌] “It’s not having effect on the leadership, but it is having effect on society, in terms of the way they crave South Korean music, South Korean movies, these sorts of things. And it has the potential to have a transformative effect on the way the average North Korean thinks, even though they cannot yet express how they think. That in combination with the growth of markets in North Korea is the biggest agent for change, potentially, in the country when an opening presents itself.”
차 석좌는 한국의 대중 문화가 평균적인 북한 주민들의 사고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것이 북한의 시장 성장과 결합한다면, 북한이 후에 개방이 됐을 때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가장 큰 요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수미 테리 CSIS 선임연구원은 북한 정권이 주민들을 세뇌하고 정보를 독점함으로써 통제력을 유지하려는 노력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엘리트층이나 보통 주민들이 이미 한국 드라마를 보고
한국의 대중 가요를 듣고 있기 때문이며, 이미 그들이 ‘오징어 게임’을 봤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녹취: 수미 테리 선임연구원] “The regime’s efforts to maintain the control with indoctrination and a monopoly on information -- that’s really changing because the elites and ordinary citizens are already watching South Korean dramas and listening to K-pop, maybe they have watched Squid Game. So, it is really chipping away at the regime myth in the North, so I do think a soft part has amorphous, it might be amorphous, but it does have a real power and it can be a force for greater freedom.”
테리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대중 문화가 북한 정권의 신화를 조금씩 깨뜨리고 있다면서, 한국의 대중 문화가 확실한 형태는 없지만 실질적인 힘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것은 북한 내 더 큰 자유를 향한 동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북한 정권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제정에 이어 청년교양보장법 채택을 추진하는 등 올 들어 젊은이들에 대한 사상통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움직임은 북한 젊은이들 사이에 스며든 한국 대중 문화의 영향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CSIS의 존 햄리 소장은 소프트 파워는 선전 활동과는 다른 것이라고 강조하며, 누구든 선전 활동을 통해 소프트 파워를 가짜로 흉내내려고 한다면 대부분 곧바로 실패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햄리 소장] “Soft power is not public relations. Anybody that tries to fake soft power through a public relations campaign, it fails almost instantly. People can see the artificiality of that. Soft power grows out of the strength and confidence of a society.”
한편, 빅터 차 석좌는 미국 내 한국의 대중 문화의 인기가 미한동맹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지금은 보통 미국인들도 한국에 관심을 가지게 된 시기로, 한국의 TV 쇼와 음악 등 대중 문화가 인기 있는 것과 큰 관련이 있다는 겁니다.
[녹취: 빅터 차 석좌] “This is when sort of mainstream Americans at least became interested in, you know, the average American became interested in Korea… And all of it has to do with Korean pop culture -- Korean TV shows, Korean music. So, I think that's been a very important point. And, and so to pick up with the last point, the bridge that Korea has to make in terms of soft power is to try to pivot from that really grassroots interest in Korea, among again in a younger generation, and somehow turn that into lifelong friendships and supporters of Korea.”
차 석좌는 한국이 소프트 파워를 미국과의 외교에 연결시킬 수 있는 방법은 미국의 젊은 세대가 한국에 대해 보이고 있는 ‘풀뿌리 관심’을 평생 이어질 수 있는 우정과 지지로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김영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