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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잇단 무력시위· 대남 비난 담화...더 꼬이는 남북관계


서훈(왼쪽) 한국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자료사진)
서훈(왼쪽) 한국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자료사진)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시험발사를 통한 무력시위와 문재인 한국 대통령에 대한 비난 담화로 교착 국면의 남북관계가 한층 더 꼬이는 양상입니다. 앞으로도 북한이 자위력 강화를 명분으로 무력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어서 임기 말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의 대화 재개 노력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 성공을 공개한 데 이어 열차를 이용,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한국 정부는 16일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열었습니다.

이 회의에서 한국 측은 북한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 대신 “정세 안정이 매우 긴요한 시기에 이루어진 북한의 연속된 미사일 발사 도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한 비난 담화를 낸 데 대해서도 한국 통일부가 “상대방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와 최소한의 존중을 지킬 것”을 강조했을 뿐 청와대는 특별히 언급하지 않겠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남북 대화와 협력을 되살리는 데 주력해 온 문재인 정부는 임기 말을 맞아 북한의 연이은 무력시위와 반발로 난감한 상황에 놓였습니다.

특히 오는 19일 평양 남북 정상 공동선언 3주년을 앞두고 있고 다음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호소하려는 시점에 남북관계 경색이라는 암초를 만난 겁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17일 서울에서 열린 2018년 평양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우리 사회에서 적지 않은 우려가 다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한반도의 평화는 3년 전 그날에서 어찌 보면 그대로 멈추어 선 채 단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했습니다.

이 장관은 그러나 “미-한이 공동으로 대북 인도주의 협력 방안을 검토하는 등 미-북, 남북 대화 재개를 위한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한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김여정 부부장의 최근 담화가 자신들의 핵무기 개발을 자위력 확보 차원으로 정당화한 것은 사실상 추가 무력시위를 예고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북한의 잇단 미사일 실험이 도발이 아니라 당 대회 결정 관철을 위한 국방과학 발전과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에 따른 자위적 활동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은 대미 협상력 제고 차원에서 핵무기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며, 특히 지난 1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가 있었던 전술핵무기 개발 차원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문재인 대통령의 고민이 매우 크죠. 왜냐하면 임기 말이라는 딜레마입니다. 임기 말 북한 문제 피로감이 있는 상태에서 차기 대선구도가 지금 팽팽한 상황이거든요. 그런데 이 상황에서 북한에 이끌려가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국내정치적으로 상당히 부담이 되거든요. 그런데 북한은 나름대로 협상력 제고를 위해 지속적으로 무력시위에 나설 거거든요. 이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개를 해야 한다는 딜레마가 있고요.”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가 한국의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SLBM 시험발사 현장에서의 문재인 대통령 발언을 문제 삼은 것은 자신들의 핵 무력 증강을 남북간 군비경쟁이라는 틀에 묶어 정당화하려는 시도로 분석했습니다.

북한이 이를 통해 국제사회와 한국 내 여론을 호도하려는 치밀한 선전술의 일환이라는 게 박 교수의 설명입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한국도 그렇게 SLBM을 쏘고 하는데 왜 북한한테만 자기 방어를 위한 시스템 개발에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문제 제기를 하느냐, 이것은 남북간 일종의 안보딜레마에 따른 군비경쟁이다라고 갖고 가는 프레임이죠. 그러면 당연히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무기 개발에 대한 정당성 명분을 확보할 수 있는 그런 모습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굉장히 잘못된 거죠.”

문재인 정부가 자주국방 강화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압도적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한국의 잇단 첨단 재래식 무기 개발은 북한으로 하여금 예민한 반응을 낳을 수 있다며, 문제는 한국의 자주국방 노력이 북한만을 겨냥한 게 아니라 동북아 군비경쟁, 미-중-러 전략경쟁, 주한미군 역할 변화 등 여러 요인들이 중첩된 결과라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연이은 무력시위는 문재인 정부의 입지를 한층 좁힐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북한이 이번에 처음 공개한 철도기동 미사일연대의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은 문재인 정부가 남북협력 주요 방안으로 삼아 온 남북 철도협력 의지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북한이 철로를 활용해서 핵무기 장착 가능한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는 것은 향후 철도 연결사업이 궁극적으론 북한의 미사일 투발 수단을 보강시켜주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 국내적으로 여론의 뒷받침을 받기가 매우 제한적인 상황으로 갈 우려가 있다 이렇게 평가해요.”

박원곤 교수는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하되 내년 2월과 3월 있을 베이징동계올림픽과 한국의 대통령 선거 등을 고려할 것이라며 오는 10월10일 당 창건 기념일 이전에 집중될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홍민 박사는 김여정 부부장이 담화에서 남북관계 파괴를 언급하면서도 자신들은 이를 원치 않는다고 밝히는 등 수위를 조절했다며, 한반도 상황을 극단적인 대립으로까지 몰고 가려는 의사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올해 기조로 택했던 ‘강대강 선대선’ 원칙에 입각해서 지금까지는 그래도 신중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보거든요. 향후 한국이나 미국이 자체적인 무기 증강 계획에 따라 또는 국방계획에 따라 뭔가를 끄집어내서 실험을 하든 성공 발표를 하든 이렇게 나갈 경우 거기에 대해선 반응을 하는 방식 또는 그것을 명분 삼아서 하는 방식은 가능한데 선제적으로 도발하는 방식은 안할 것으로 보여져요.”

조한범 박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장기화가 향후 남북관계의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대외관계 고립과 경제 위기의 주 요인이 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 극복을 위한 북한의 백신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백신 확보와 안전한 유통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미국과 한국 말고는 마땅히 지원해 줄 나라가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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