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미 전문가들 "북한 순항미사일 발사, 강력한 대미 메시지 없어"


북한은 "국방과학원이 11일과 12일 새로 개발한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며, 13일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은 "국방과학원이 11일과 12일 새로 개발한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며, 13일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의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는 미국에 대한 ‘도발’이라기 보다는 무기체계 강화의 일환이라고, 미국의 전문가들이 평가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바이든 정부가 지금까지 펼쳐 온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시험발사한 데 대해 미국 전문가들은 미국을 직접 겨냥한 행보는 아닌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북한 미사일 역량 증진 의도”

1990년대 북한과 제네바 핵 협상과 미사일 협상 등에 나섰던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별보좌관은 13일 VOA에 “이번 발사는 미국에 신호를 보내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역량을 확대하고 다양화하는 계속된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아인혼 전 특보] “I think this was less a matter of sending a message to the U.S. than it was a continuing effort by N Korea to expand and diversify its nuclear and missile capabilities. Apparently, this was a fairly long-range test, some 15-hundred kilometers or so, and this would provide a significant addition to N Korea’s capability to threaten its neighbors.”

아인혼 전 특보는 이번에 시험발사한 순항미사일의 사거리가 1천500km로 꽤 긴 편이며, 북한이 이웃나라들을 위협하는 능력이 상당히 보강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한미연합사 작전참모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도 13일 VOA에 북한의 의도에 대한 “가장 간단하고도 기본적인 답은 북한이 계속해서 자국군 역량을 현대화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연구원] “The simplest explanation at the very basic is that N Korea continues to try to modernize its military capabilities. And this may have been simply a test that is required to continue to advance their capabilities. That’s the ‘Occam’s razor’. The simplest answer is usually right.”

맥스웰 연구원은 이번 순항미사일 시험은 그저 북한이 미사일 역량을 증진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을 거친 것일 수 있다며, 가장 간단한 답이 대개 맞다고 말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도 이번 북한의 시험발사를 ‘도발’이라기 보다는 ‘도전’, 북한의 위협에 대한 ‘상기’라고 평가했습니다.

미 중앙정보국 CIA 출신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이번 발사는 무기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미국에 대해서는 ‘매우 미묘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테리 연구원] “It’s a very subtle message. I don’t think they would consider it as a provocation. Certainly the Biden administration does not consider as a provocation. Maybe a reminder that there still are nuclear, missile capabilities.”

테리 연구원은 북한도 바이든 정부도 이번 시험발사를 ‘도발’이라고 평가하지 않을 것이라며, 단지 북한이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 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한-일 대화 재개 노력 계속해야”

북한의 무력 도발 직후인 14일 일본에서 미-한-일 북 핵 수석대표 회담이 열리는 가운데 전직 협상가들은 세 나라가 북한과의 대화 재개 노력을 계속 기울일 것을 조언했습니다.

1994년 북 핵 1차 위기 당시 미-북 제네바 기본합의의 주역인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 핵 특사는 13일 VOA에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는 싱가포르 정상회담 합의를 위반하지 않는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갈루치 전 특사] “I think we should avoid making a political connection which isn’t particularly useful to us if we’re meeting with our allies to talk about humanitarian assistance to the DPRK. We should continue to do that.”

갈루치 전 특사는 따라서 순항미사일 발사에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한-일 세 나라가 당초 논의하려 했던 대북 인도주의 지원 문제를 계획대로 계속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인혼 전 특보도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가 “북한과의 협상 재개를 위한 노력을 탈선시키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노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아인혼 전 특보] “I think the cruise missile test will, I believe increase efforts to try to get N Korea to the negotiating table. I don’t think this test will derail efforts to get negotiations underway.”

북한과 협상하는 목적 자체가 바로 이런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이며, 이번 시험발사는 협상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다른 이유라는 설명입니다.

아인혼 전 특보는 바이든 정부가 현재 “매우 분별력 있는 대북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북한을 협상장으로 이끌기 위해 일방적인 큰 양보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인도적 지원을 고려하는 것은 매우 합리적인 접근법”이라는 지적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새로 임명한 성 김 대북특별대표(오른쪽)를 소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새로 임명한 성 김 대북특별대표(오른쪽)를 소개했다.

“현재 대북정책 고수해야” vs “새로운 대북 제재 가해야”

에반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현재의 대북 접근법을 계속하는 이외에 미국에 별다른 선택권이 많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I don’t think there’s a lot of choice right now but to continue the current approach which consists of putting pressure on N Korea, trying to maintain a strong deterrent, enhancing joint readiness with our Korean and Japanese allies, but at the same time leaving the door open to dialogue with N Korea, if and when Pyongyang shows that it is ready.”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을 압박하고, 한국.일본 등 동맹국과 공동의 준비태세와 강력한 억지력을 유지하며, 북한이 준비됐을 때를 대비해 대화의 문을 열어 두는 현재의 접근법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담당 부차관보도 “미국이 대화의 문을 열어두면서 유연성을 보일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현재의 접근법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 “I don’t really have any advice for the U.S. beyond what they’re already doing to keep the door open to talks, to indicate that there can be flexibility in terms of the approach.”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바이든 정부는 일방적인 대북 제재 완화는 없지만 제재 완화가 협상의 일부가 될 수 있고, 북한의 행동에 상응해 단계적으로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북한담당 국장을 지낸 앤서니 루지에로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미사일 실험은 놀랍지도 않고, 김정은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압박을 고조하는 기존의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루지에로 전 국장] “Frankly, right now with Biden’s policy we’re seeing the downside of not pursuing sanctions. There are the consequences of the engagement only policy.”

루지에로 전 국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이후 8개월간 북한에 ‘무제한의 자유(free rein)’를 줬다며, “현재 우리는 바이든 정부가 제재를 추진하지 않는 데 대한 부정적 면을 보고 있으며, 이것이 ‘오직 관여’ 정책의 결과”라고 지적했습니다.

루지에로 전 국장은 바이든 정부가 이번 순항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임기 첫 대북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