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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열병식 준비 정황…전문가들 "대내외적 메시지 효과 노려"


북한 평양 미림비행장 북쪽의 열병식 훈련장을 촬영한 8월30일자 위성사진. 북한 병력들과 차량들이 집결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Planet Labs.
북한 평양 미림비행장 북쪽의 열병식 훈련장을 촬영한 8월30일자 위성사진. 북한 병력들과 차량들이 집결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Planet Labs.

북한이 열병식을 준비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모습이 민간 위성에 포착됐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열병식을 통해 내부는 물론 외부에도 일종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열병식 정황이 포착된 건 지난달 30일 입니다.

일일 단위 위성사진 서비스인 ‘플래닛 랩스(Planet Labs)’가 평양 미림비행장 북쪽 열병식 훈련장을 촬영한 위성사진에는 이날부터 병사들의 도열로 보이는 점 형태의 무리 약 20개가 포착됐습니다.

통상 북한 군인들은 열병식을 연습하면서 사각형 형태로 도열했는데, 위성사진 상으로는 이들이 이룬 대열이 네모난 점 형태로 포착된 겁니다.

앞서 전문가들은 점 1개마다 병사 250~300명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 바 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해당 위성사진에는 차량들이 훈련장 내 일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모습도 확인됐습니다.

같은 곳을 촬영한 28일자 위성사진에서 이들 병사들과 차량들이 관측되지 않은 점으로 볼 때, 북한 군이 훈련장을 채운 시점은 29일 혹은 30일로 추정됩니다.

북한 평양 미림비행장 북쪽의 열병식 훈련장을 촬영한9월1일자 위성사진. 북한 병력들과 차량들이 집결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Planet Labs.

병력들과 차량들은 1일과 2일자 위성사진에서도 포착돼, 이들이 일시적으로 집결한 게 아님을 보여줬습니다.

북한은 과거에도 정권수립일인 9.9절 혹은 노동당 창건일인 10월10일에 거행하던 열병식을 위해 이 훈련장에 집결해 왔습니다.

따라서 올해도 정권 수립 73주년을 맞는 9월9일 혹은 당 창건 76주년인 10월10일을 기념해 열병식이 열리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10월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기념해 열병식을 개최했고, 올해 1월10일에는 노동당 제8차 대회를 기념한 열병식을 열었었습니다. 두 열병식 모두 이례적으로 심야에 개최됐습니다.

한국 언론들도 한국 정부 소식통 등을 인용해 미림비행장 인근 열병식 훈련장에 군 병력과 수송 차량이 집결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조만간 열병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한국 ‘연합뉴스’에 따르면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이번 움직임과 관련해 “한-미 정보당국이 긴밀한 공조 하에 관련 동향을 면밀히 추적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최근 북한이 무기 실험 등 군사 도발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번 열병식의 의미에 주목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민주주의수호재단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2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열병식을 통해 북한은 내부와 외부 모두에 메시지를 보내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연구원] “Internally, it is to demonstrate to the Korean people the strength of their military, the military power that they have, and to the Korean people, [to show] what their sacrifices are bringing for the safety and security of North Korea.”

맥스웰 연구원은 내부로 보내는 메시지라는 측면에선 북한 정권이 주민들에게 북한 군의 강한 역량을 보여주고, 또 북한 주민들의 헌신이 안전과 안보를 가져온다는 점을 알게 한다는 목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미국을 포함한 외부 세계에는 자신들이 처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면서, 이는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열병식에서 선보인 개선된 군 장비 등을 통해 알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맥스웰 연구원은 이 같은 북한의 군사력 과시는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핵무기와 미사일, 재래식 군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지난해와 올해 초 열병식에서 포착된 일부 신형 장비들이 실전배치됐다는 증거는 아직 없는 상태라면서, 단순히 ‘보여주기 식’일 뿐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도 VOA에 이번 열병식은 ‘도발’보다는 가벼운 성격의 ‘메시지’로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You can keep from getting sanctions lobbed on you, but you can still convey the idea that we're making progress on our technology and so on and so forth by having a parade. I don't know what the relative costs are of tests versus parade. But, you know he can get the same message across, you know and get people's attention.”

계속해서 제재가 가해지고 있지만 군사 기술 등에서 지속적으로 진전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열병식을 통해 보여줄 수 있다는 겁니다.

고스 국장은 실제 무기 실험과 비교해 열병식을 개최하는 비용이 더 많이 드는지 여부는 알지 못하지만, 열병식은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는 점에서 (무기 실험과) 비슷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무기 실험과 같은 ‘레드 라인’을 넘는 행위는 자칫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강경하게 만들고 추가 제재를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이를 방지하는 차원에서도 열병식이 적절한 메시지를 보내는 역할을 한다고, 고스 국장은 지적했습니다.

고스 국장은 이번 열병식이 주민들에게도 최근 한반도에서 미국과 한국의 연합군사훈련 와중에도 북한 군의 준비태세에는 문제가 없다는 메시지를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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