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최근 핵시설 재가동 징후가 포착된 가운데 미국은 북한에 대화 복귀를 거듭 촉구하며 한국과는 대북 인도주의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여전히 미국과 한국의 제안에 호응하지 않고 있는데요, 한반도 관련 주요 일정이 몰려 있는 이달에 북한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주목됩니다. 박형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지난 한 달여 간 북한을 둘러싼 한반도 정세는 다소 유동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난 7월 27일 남북한이 전격적으로 통신연락선을 복원했습니다.
[녹취: 박수현 수석] “남북 양 정상은 지난 4월부터 여러 차례 친서를 교환하면서 남북 간 관계 회복 문제로 소통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단절되었던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13개월 만의 통신선 정상화에 더해 남북한 정상 간 친서 소통 사실도 알려지면서 남북 관계가 다시 회복될지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하지만 미-한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가 곧이어 나오면서 한반도 정세는 불확실로 바뀌었습니다.
미국과 한국은 연합훈련을 축소해 진행했지만 북한은 “배신적 처사”라고 비난하며 “엄청난 안보위기에 다가가고 있는가를 시시각각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훈련 기간 중 서울을 다시 찾은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북한을 향해 조건 없는 대화를 거듭 촉구하고 인도주의 지원 카드를 공개적으로 꺼내 들며 상황관리에 나섰습니다.
[녹취: 성 김 대표] “We have discussed possible humanitarian assistance to the DPRK. I reaffirm us support for integrated dialogue and engagement.”
이어 한 주 만에 이번엔 한국의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교섭본부장이 워싱턴을 찾아 성 김 대표와 만났습니다.
국무부는 이 회동에서 “한반도 상황과 인도적 협력 전망에 대해 논의하고 미-한 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지난 7월부터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영변 5MW 원자로를 재가동한 정황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를 통해 전해졌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원자로 재가동을 대미 압박과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한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의
이런 움직임이 “대화와 외교의 긴급한 필요성을 강조한다”고 반응했습니다.
또 북한에 문이 열려 있으며 언제 어디서든 조건 없이 만나자는 제안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도 거듭 밝혔습니다.
[녹취: 젠 사키 대변인] “We have left the door open and obviously reached out through our channels. I don't have an update for you in terms of any response to our offer. Offer remains to meet anywhere anytime without preconditions.”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미국과 한국이 대북 인도적 협력을 시사하며 북한과의 대화 재개 가능성을 모색하는 상황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정부는 인도적 지원과 코로나 방역 협력 등을 통한 남북 관계 복원, 또 이를 통한 미-북 대화 재개를 기대하고 있지만 북한은 대외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미-한 연합 군사훈련을 이유로 통신선을 재차단한 북한은 훈련이 끝났지만 20일 넘게 여전히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9월에는 한반도 정세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일정이 몰려 있어 북한의 움직임이 주목됩니다.
먼저 9일은 이른바 ‘9.9절’, 북한 정권수립 73주년입니다.
과거 북한은 이날에 맞춰 다양한 방식으로 대외 메시지를 발신한 바 있습니다.
2016년 9월 9일에는 역대 최대 규모의 폭발력으로 평가된 5차 핵실험을 단행했습니다.
[녹취 :북한 조선중앙TV] “우리 핵무기 연구소 과학자, 기술자들은 북부 핵시험장에서 새로 연구·제작한 핵탄두의 위력판정을 위한 핵폭발 시험을 단행했다.”
북한은 그해 중국에서 열리는 세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직전에도 미사일 발사를 단행하는 등 도발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정상외교를 시작한 2018년에는 9.9절에 다른 모습이 연출됐습니다.
[녹취: 북한 조선중앙 TV] “조국과 인민의 기대에 언제나 백전백승으로 보답해온 조선인민군의 기세 충천한 열병대오들이 연이어 광장으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북한은 정권수립 70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대규모 열병식과 경축행사를 진행했지만, 과거와 달리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같은 전략무기는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공개연설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모습은 미국을 자극하지 않고 대화 분위기를 이어가려는 의도로 해석됐습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트위터를 통해 북한 열병식을 직접 거론하며 열병식 주제가 “평화와 경제건설이었다”며 “김 위원장에게 고맙다”고 화답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만큼 북한이 지금처럼 ‘도발 자제’ 기조를 이어가고 대화 기회를 모색할지, 아니면 ‘안보위기’ 위협 발언을 실현하려 할지 가늠할 수 있는 메시지가 이번 9.9절에 나올지 주목됩니다.
이달에는 한국 정부가 남북 관계 진전을 위해 더욱 적극적인 제스처를 취할 계기도 있어 북한의 호응 여부도 지켜볼 대목입니다.
오는 17일(한국 시간 18일)은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 30주년입니다.
이에 대해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일찌감치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올해는 남북이 유엔에 동시 가입한 지 30년이 되는 해입니다. 한반도 평화와 번영이 국제사회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남북은 손잡고 함께 증명해야 합니다.”
이어 19일은 ‘9.19 평양공동선언’ 채택 3주년입니다.
3년 전인 2018년 9월19일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백화원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상응조치에 따른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 등을 포함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해나가는 과정에서 함께 긴밀히 협력한다”는 내용을 명시한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했습니다.
미-북, 남북 관계의 장기 교착 상태였던 지난해 북한은 이 선언에 대해 침묵했지만, 남북한 정상이 여러 차례 친서를 주고받은 올해는 어떻게 나올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일부 한국 언론에서는 오는 21일 추석을 맞아 화상 형식의 이산가족 상봉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남북 통신선 복원 이후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을 우선 추진과제에 포함하며 화상상봉장 증설을 8월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습니다.
더욱이 지난 5월 미-한 정상 공동성명에도 “남북 이산가족 상봉 촉진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명시되면서, 이산가족 상봉은 남북 관계 복원 시 인도주의 차원에서 비교적 성사되기 용이한 사안으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 가능성에 대해 “아직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입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