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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아메리카] '코로나 전선에 보호장비를!' 보니 카스티요


[인물 아메리카] '코로나 전선에 보호장비를!' 보니 카스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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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니 카스티요 여사는 공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미국을 휩쓸기 시작하자 환자치료의 최일선에 있는 간호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개인보호장비 마련에 앞장서 싸운 노조 지도자입니다.

보니 카스티요 여사는 미국 내 약 17만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는 전국 간호사 노조, 약칭 NNU 위원장입니다. 또 미국 50개 주에 존재하는 간호사 협회 중 가장 규모가 큰 캘리포니아 주 간호사협회 회장이기도 합니다.

지난 해 1월, 자신도 등록 간호사, 즉 RN인 카스티요는 미지의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번지기 시작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코로나바이러스가 무엇인지 몰랐고, 그 위험도도 짐작하지 못하던 때였습니다.

그러나 카스티요 여사는 직감적으로 최일선에 있는 간호사들이 개인 보호장비, PPE를 시급히 필요로 하게 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PPE란 Personal protective equipment 의 약자로, 각종 산업시설, 의료기관, 소방 현장 등에서, 개인의 안전과 감염을 막기 위한 보호 장비입니다. 여기에는 보호용 특수복, 헬멧, 안경, 마스크 등이 포함됩니다.

카스티요는 즉각 노조의 보건 전문가들과 함께 모임을 갖고 그동안 나온 과학적 자료들을 검토했습니다. 그 결과 코비드-19로 불리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은 전파 속도가 매우 빠르고, 치명적이며, 감염이 돼도 증상이 안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는 점 등을 확인했습니다.

카스티요는 미국의 의료제도가 그러한 상황에 어느 정도나 준비가 돼 있는지, 알아보는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전국적인 설문 조사를 통해 의료기관의 대처 실태에 대한 간호사들의 평가도 알아봤습니다.

간호사 약 6천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은 병원 당국으로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관한 어떠한 정보도 받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응답자의 3분의 1 이상은 적절한 보호용 마스크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고, 23%는 자신이 일하는 곳에 코로나바이러스 대처 계획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근무지에 감염 의심 환자를 위한 격리 공간이 있다고 답한 비율도 29%에 불과했습니다.

코비드-19라는 새로운 전염병이 급속히 번지는데, 미국은 여기에 대처할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서도 간호사들은 갈수록 늘어나는 환자들을 처리해야 했습니다. 가운과 마스크가 없는 간호사들은 비옷인 판초와 라켓 볼 경기에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환자가 몰려들기 시작한지 얼마 안돼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으로 사망한 간호사는 100명을 넘었습니다. 그런데도 병원 당국이나 정부 당국의 분명한 대책은 존재하지 않은채 혼란스럽고 미온적이었습니다.

카스티요는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도 살펴보았습니다. 그 결과 캐나다, 한국 등 여러 나라들이 미국보다 훨씬 대처를 잘하고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특히 한국의 경우는 처음에는 혼란을 겪었지만 즉각 국내에서 직접 개인보호장비

생산에 나서 일선 의료진을 보호할 수 있었다고 지적합니다. COVID-19가 의심되거나 확진된 환자를 간호하는 사람은 N95 호흡기, 마스크 및 가운과 같은 장비를 공급받고 있었습니다.

2020년 3월, 카스티요 위원장은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과 행정부 관련 책임자들, 그리고 의회 요직 인사들에게 연방차원의 확실하고 신속한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습니다. 연방기관과 의회에 그같은 요구를 한 인사는 카스티요가 처음이었습니다.

카스티요 위원장은 또 연방정부 기관인 직장 안전-보건관리국 오샤(OSHA)에도, 임시 비상 규정을 만들어 전국 의료기관들이 시행케 하라고 촉구했습니다. 환자를 다루는 간호사들에게 보통의 의료용 마스크 대신 훨씬 효과가 높은 N95 마스크를 제공하라는 지시를 각 병원에 내리라는 요구도 포함됐습니다. 그러나 오샤는 그같은 규정은 불필요한 것이라며 카스티요의 촉구를 외면했습니다.

답답한 카스티요와 그의 팀은 PPE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다 공개적으로 여론화하는 운동에 들어갔습니다.

간호사 노조는 전국 각지에서 350건이 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의료기관과 정부에 위험에 노출돼 있는 간호사들을 보호하는

조치를 취하라는 요구였습니다. 그중에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숨진 간호사들을 위한 백악관 앞 철야 추모 농성도 있었습니다. 그 결과 일부 병원들은 간호사 노조의 요구대로 수준을 강화한 안전조치를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카스티요 위원장과 노조, 그리고 여러 단체들의 끈질긴 노력 끝에 각 지역 또는 의료기관 차원에서 개별적인 보호조치들은 어느정도 개선됐습니다. 2020년 한해동안 PPE의 대량 생산 규정 등 몇건의 법안이 의회를 통과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절반의 성공에 불과했습니다. 실제로PPE가 전국의 일선 의료인들에게까지 제대로 공급이 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니 카스티요 위원장은 2020년 12월 미국 공영방송 인터뷰에서, 보호장비를 요구하기 시작한지 9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도 전국 5천여개 병원의 간호사들은 여전히 충분한 장비 없이 극도의 위험에 노출된 채 일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카스티요 위원장은 코로나 감염으로 사망한 간호사가 200명을 넘고 있는 가운데, 아직도 3교대 근무조 중 한조에게만 PPE가 제공되는 예가 있는 실정이라고 털어놓았습니다.

카스티요 위원장은 코비드-19로 인해 미국 사회의 정의롭지 못한 모습이 적라나하게 들어났다며, 이윤만 추구하는 의료기관들의 자세는 사라져야 하고, 전국민의 의료혜택은 하루 속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치료가 필요할 때 치료를 받는 것, 그것도 신속하게 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데 끔직한 전염병이 등장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는 보니 카스티요. 그는 보건의료는 바로 인권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보니 카스티요는 1960년 캘리포니아 주 새크라멘토의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철도 노동자였고 어머니는 주 교도국 직원이었습니다. 부모들은 노동운동에 적극적인 분들이었습니다.

카스티요는 17살에 결혼하고 그 다음해 딸을 낳았습니다. 카스티요는 생계를 위해 또 딸을 학교에 보내기 위해 안정된 수입이 필요했습니다. 카스티요는 대학에 들어가 간호학을 공부했습니다. 강의는 저녁시간에 들었습니다. 어렵게 공부한 끝에 집안에서 처음으로 대학 졸업자가 됐습니다.

카스티요는 아메리칸 리버 병원 중환자실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점차 승진해 Charge Nurse,책임 간호사가 됐습니다. 그리고 2018년 5월 NNU노조 위원장이 됐습니다. 중남미 계가 NNU 수장이 된 것은 카스티요가 처음이었습니다.

뉴욕 타임스는 카스티요를 2020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 가운데 한명으로 선정했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진보적 주간지 The Nation은 카스티요 위원장에게 연례 최고의 명예를 수여했습니다. The Nation지는 코비드-19가 미국을 휩쓸고 있는 이때 일선 의료인들을 보호하는데, 보니 카스티요 만큼 앞장선 지도자는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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