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 등의 방식을 통한 북한 개별 관광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입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서는 미국의 지지와 북한의 호응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이도훈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5일, 남북 협력사업과 북한 개별 관광 추진을 놓고 미국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과의 북 핵 수석대표 협의를 위해 이날 미국 워싱턴에 도착한 이 본부장은 지금은 서로의 입장을 이야기하고 상대의 이해를 구하는 게 제일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이 본부장은 북한 관광은 유엔 안보리 제재로 금지돼 있는 것이 아니라며, 그동안 여러 공조 측면에서 한국이 자제해온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기존의 대북 제재 체제를 존중하기 때문에 이같은 노력을 하는 것이고, 제재의 틀 안에서 여지를 찾아보려는 노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 개별 관광은 국제 제재에 저촉되지 않아 충분히 모색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이에 대한 한국 정부 입장이 뚜렷해졌습니다. 통일부는 신변안전이 보장된다는 전제 아래 북한 개별 관광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신변안전의 주체는 북한 당국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통일부 김은한 부대변인의 15일 브리핑입니다.
[녹취: 김은한 부대변인] “남북관계는 우리의 문제인 만큼 현실적인 방안들을 강구하여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입니다. 한-미 간에 협의해야 할 사안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틀 내에서 한-미 간에 긴밀하게 협의해 나갈 예정입니다.”
한국 정부는 이산가족 교류-상봉 문제를 북한 개별 관광을 활성화하는 차원에서 논의 중인 알려졌습니다.
통일부는 지난해 12월 31일 발표한 ‘제3차 남북 이산가족 교류 촉진 기본계획 (2020~2022)’을 통해 올해부터 제3국에서 이뤄지는 민간 차원의 이산가족 교류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금강산관광을 중심으로 개별 관광을 넓혀가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 방안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산가족을 필두로 차츰 일반인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겁니다.
양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한반도 문제를 주도한다는 의지와 그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양무진 교수] “시너지 효과를 내려면 주변국 특히 미국, 북한으로부터 나름대로 지지를 받아야 되고 또 국민들의 지지도 중요한 대목이거든요. 그렇게 하려면 금강산을 중심으로 개별 관광을 하면서 점차 넓혀가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 방안이 아니겠느냐,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북한 개별 관광 계획이 추진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북한의 호응이 필요하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입니다.
북한은 미-북 대화에 끼어들지 말라며 줄곧 한국 정부를 비난해오고 있습니다.
때문에 한국 내 일각에서는 북한이 남측의 개별 관광을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현실적으로 이산가족이 개별 관광을 통해 북측에 간다고 해도 북한이 모든 지역을 개방하지 않는 만큼 직접 고향을 방문할 가능성이 작다는 겁니다.
또한 북한이 원하는 것은 2008년 이전 수준의 대규모 관광이며, 개별 관광은 북한이 기대하는 만큼의 수익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아산정책연구원 고명현 연구위원입니다.
[녹취: 고명현 연구위원] “북한의 호응을 이끌어내려면 상당히 광범위한, 스케일이 아주 큰 관광 계획이 수립이 되어야 하는데 첫 번째 제재에 막히죠, 영리성이 드러나니까. 만약 인도적 지원 쪽으로 가게 되면 스케일이 작아지니까 북한이 원하지 않는 거죠.”
이런 계획은 한 쪽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할 게 아니라 북한과 사전에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북측과의 합의에 따른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여러 불안정성이 있고 신변안전 확보 또한 어렵다는 겁니다.
한동대 국제학과 박원곤 교수는 개별 관광이 본격적인 남북 합작 차원에서 이뤄진다면 직접 소통을 통한 물자와 전기 등이 투입돼야 하는 만큼 유엔 안보리 제재 저촉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미국이 당연히 좋아하지 않죠. 그러나 막을 방법은 없죠, 제재 범위 내에서 가는 거니까. 만약 그것을 넘어서서 본격적인 남북 합작 차원에서 직접 소통을 통해 여러 수송, 전기, 물자가 넘어가는 것은 안 된다고 하겠죠. 그럼 중국 베이징으로 해서 가는 방법 밖에 없어요. 그것까지 미국이 막을 수는 없죠. 그러나 속으로는 한국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지금은 제재 국면이고 공조를 해야 하는데 결국 한국이 여기서 벗어나려 하는구나, 하는 의구심을 주겠죠.”
박 교수는 이와 함께 개별 관광객에 대한 ‘비자’ 발급은 결국 북측 지역을 한국 영토로 인정하는 헌법에 위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한국 통일부는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구상에 북측의 호응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한상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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