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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연말기획: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 2. 한반도 주변국들의 활발했던 정상외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 6월 판문점에서 만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 6월 판문점에서 만났다.

2019년 한 해가 저물어가는 현재 한반도 정세는 남북한을 둘러싼 미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들의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특히 미-북 비핵화 협상이 전혀 진전을 이루지 못한 가운데, 한반도에서 머잖아 2017년과 같은 위기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VOA는 연말을 맞아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주요 움직임을 되돌아보는 기획물을 준비했습니다. 다섯 차례로 나눠 보내드리는 특집보도,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한반도 주변국들의 활발했던 정상외교를 되돌아봅니다. 함지하 기자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시작과 함께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났습니다.

통상 김 위원장의 일정 마지막 날이나, 귀국한 뒤에 북-중 정상회담 소식을 알렸던 `조선중앙TV’는 이례적으로 방문 첫 날부터 이 소식을 전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습근평(시진핑) 동지의 초청에 의하여 주체 108년, 2019년 1월 7일부터 10일까지 중화인민공화국을 방문하시게 됩니다."

2018년 3월 이후 네 번째 만남으로 기록된 당시 정상회담은 2차 미-북 정상회담을 한 달여 앞두고 열리면서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미국 언론들과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 앞서 시 주석의 조언을 구하고, 굳건한 북-중 연대를 과시하려 한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결과적으론 미-북 정상회담이 아무런 합의 없이 결렬로 끝났지만, 북-중 두 나라는 이전의 관계를 복원하고, 결속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2017년까지만 해도 중국에선 '시진핑의 분노'라는 말이 나왔었습니다.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북한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불편한 기류를 드러내는 표현이었습니다.

그러나 2018년 세 차례의 만남과 2019년 연초 만남, 그리고 약 5개월 뒤 시 주석이 중국 정상으론 14년 만에 북한을 방문하면서, 두 나라 사이에 남아 있던 어색한 기류는 사실상 사라졌습니다.

북한과 중국 정상이 만남을 갖고, 두 나라 관계가 개선되는 조짐이 보일 때마다 국제사회 압박 분위기는 균열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함께 나왔습니다.

실제로 시 주석의 6월 방북 이후 북한 내 중국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거나, 북한 고려항공의 중국 내 신규 노선이 개설됐다는 소식 등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이런 움직임은 북한 문제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중국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밝혔습니다.

뉴욕대학의 마이클 오펜하이머 교수입니다.

[녹취: 마이클 오펜하이머 뉴욕대학 세계문제센터 교수] “That’s just a clear indication that China doesn’t take sanctions seriously. It’s maintaining good links with North Korea. China has a fair amount of confidence that it can manage North Korea.”

중국이 대북 제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북한과의 연결고리를 잘 유지하고 있다는 겁니다.

오펜하이머 교수는 중국은 스스로 북한을 잘 관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4월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일행을 위한 환영만찬을 주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4월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일행을 위한 환영만찬을 주최했다.

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만남도 주목되는 북한의 외교 행보였습니다.

올해 4월25일 열린 북-러 정상회담은 8년 만이자,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북한 간 신뢰 구축과, 미-북 양측의 합의 이행, 북한의 비핵화와 더불어 북한의 체제보장 등 당시 북한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녹취: 김정은 위원장] “나는 오늘 푸틴 대통령 각하와 조-러 친선관계 발전과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전보장을 위한 문제들, 그리고 공동의 관심사로 되는 국제적 문제들에 대해 허심탄회하고 의미있는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처럼 하노이 2차 정상회담 이후 미-북 대화가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비핵화 협상이 사실상 교착 상태에 빠지는 동안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와의 회담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꾸준히 모색해 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중국과 러시아는 공동으로 유엔 안보리에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제안했습니다.

현재 이 결의안은 통과 가능성이 적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전 세계가 단합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한 미국과 상반된 입장을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북-중-러 3각 공조를 더욱 공고히 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행동은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와 추구하던 외교노선을 중단하고,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추구할 수 있는 계기라고,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는 말했습니다.

[녹취: 자누지 대표] “And they seem to be shifting away from a focus on improving relations with the USA under Trump and moving toward s...”

경제를 발전시켜야 하는 북한의 입장에서 중국과 러시아라는 두 이웃나라는 에너지와 무역, 투자 부문에서 북한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겁니다.

북-중-러 세 나라가 정상회담 등을 통해 관계를 개선해 나가는 동안 미국과 한국, 일본도 활발한 정상외교를 통해 북한 문제에 대한 해법을 모색했습니다.

올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문재인 대통령과 3차례 정상회담을 갖고, 4번의 전화통화를 했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5차례 만나며 북한 문제 등을 논의했습니다.

지난 5월 일본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합의 타결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I am in no rush. Sanctions remain. We have hostages back, we are getting the remains...”

대북 제재는 유지되고 있고, 인질들을 미국으로 데려왔으며, 미군 유해도 송환되는 등 많은 좋은 일들이 일어났다는 겁니다.

그러나 다음달인 6월 또 다시 일본과 한국을 차례로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끝낸 직후 판문점으로 이동해 김 위원장과 만났습니다.

한국 방문을 김 위원장과의 또 다른 만남의 기회로 활용했고, 실제로 양측은 이 회담에서 실무 협상 개최에 합의했습니다.

지난 6월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나란히 앉아있다.
지난 6월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나란히 앉아있다.

미-한-일 세 나라 정상의 만남이 북한 문제에만 초점이 맞춰진 건 아니었습니다.

미국과 한국의 경우 방위비 협상 문제를 비롯한 주한미군 주둔과 관련된 사안들이 첨예한 현안으로 떠올랐고, 양자 무역에 대한 내용들도 주요 논의 대상이었습니다.

특히 한-일 두 나라는 일본이 한국에 수출 규제 카드를 꺼내들고, 한국이 이에 대응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하는 등 갈등이 빚어졌습니다.

결국 미-한-일 3각 공조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진 미국이 두 나라에 갈등 해결을 강하게 촉구하고 나섰고, 현재 양측의 갈등은 다소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편 아베 총리는 올해 초 시정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과 북-일 국교 정상화를 외교정책 목표로 제시했지만, 북한의 호응은 전혀 없었습니다.

따라서 일본은 북 핵 6자회담 당사국 중 올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지 못한 유일한 나라가 됐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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