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많은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이 전쟁 중 중대한 정신적 충격을 경험했지만 제대로 치료와 연구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미군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문제를 다룬 논문이 미국의 월간 의학저널인 ‘페더럴 프랙티셔너(Federal Practitioner)’ 12월 호에 실렸습니다.
정신과 전문의인 바튼 팔머 박사 등 7명의 의사가 공동 작성한 이 논문은 많은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이 전쟁 중 중대한 정신적인 충격을 경험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의 혹독한 날씨와 험악한 지형, 전쟁의 공포와 고립감, 매우 높은 병사들의 사망률과 민간인 사망률 등이 참전용사들에게 육체적 정신적으로 큰 부담이 됐다는 겁니다.
한국전쟁에 대한 미국민들의 무관심과, 뚜렷한 승자 없이 끝난 전쟁의 결과 등도 참전용사들의 전쟁에 대한 피로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원인이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많은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이 당시에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지 못했다고, 논문은 지적했습니다.
한국전쟁이 끝난 지 약 30년이 지난 1980년에야 비로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용어가 처음으로 공식 진단체계에 편입됐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은 당시의 군대 문화 때문에 전쟁 중이나 그 후에 정신과 치료를 받기를 꺼렸을 것이라고, 논문은 추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가진 적지 않은 수의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이 전쟁이 끝난 지 수 십 년이 지나도록 장애와 관련한 진단을 받지 못했고, 이에 따라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그동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와 관련해 체계적인 연구와 약물 치료에 관한 연구도 부족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논문은 또 많은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이 다른 참전용사들과 마찬가지로 제대 후 정신적 충격에 노출되는 비율이 높은 경찰관이나 소방관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런 상황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악화시켰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밖에 전쟁 후 수 십 년 간 지속된 수면 부족과 자극에 대한 민감성, 과도한 경계심 등은 참전용사들의 이혼과 사회적 고립 등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습니다.
VOA뉴스 이연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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