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원이 미 해군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 승조원과 가족 등 170여명에 대한 북한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북한이 승조원들에게 고문과 폭력을 행사한 사실을 확인한 건데, 최종 배상금은 역대 최대가 될 전망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워싱턴DC 연방법원이 1960년대 북한에 납북됐다 풀려난 미 정보함 푸에블로호 승조원들이 북한 정권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30일 공개한 의견서에서 “북한이 원고 측의 모든 청구에 책임이 있다”며 원고가 요청한 부분 궐석 판결을 승인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최종 판결문은 나오지 않았지만, 재판부는 조만간 구체적인 배상금을 명시한 별도의 의견서를 내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앞서 푸에블로호 승조원들은 북한에 납북된 기간 고문과 구타를 당했고, 미국으로 돌아온 후에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으로 고통을 받았다며, 지난해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실제로 재판부는 승조원들이 각목으로 폭행을 당했고, 처형 위협에 시달렸다는 등의 구체적인 사례를 의견서에 담았습니다.

또 가족들도 지속적인 고통 속에서 승조원의 송환을 기다렸다며, 이들의 피해 부분을 인정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은 소송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며, 이번 판결이 원고 측의 의견만으로 결정이 내려지는 ‘궐석 판결’ 형식으로 내려진다는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북한을 비롯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나라에 대한 민사 소송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번 소송에는 승조원 46명과 가족 89명 그리고 사망한 승조원 36명 등 171명이 최종 참여해, 북한을 상대로 미 법원에 제기된 소송 중 규모가 가장 큽니다.

미 법원은 지난 2008년 북한 당국이 푸에블로호 승조원 5명에게 6천580만 달러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또 지난해 12월엔 북한 정권이 오토 웜비어의 유족에겐 약 5억 달러를 배상하라고 명령하는 등 북한 정권의 피해를 입은 가족 등에게 억 단위의 배상금을 인정해 왔습니다.

따라서 재판부가 과거 배상금에 맞먹는 액수를 북한에 부과할 경우 북한의 배상금은 역대 최대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