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금강산 시설 철거 협의 통지문 보내...한국 “국민의 재산권 보호 최우선”

북한이 금강산의 남측 시설 철거 문제를 서신교환을 통해 논의하자는 통지문을 한국 정부에 보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한국 국민의 재산권 보호가 최우선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는 25일 북측이 앞으로 금강산관광 시설 철거 문제를 문서교환 방식으로 논의하자는 통지문을 통일부 앞으로 보내왔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시찰하면서 남측이 건설한 시설을 싹 들어내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한 지 이틀 만입니다.

북한은 통지문에서 금강산 지구에 국제관광문화지구를 새로 건설할 것이라며, 합의되는 날짜에 와서 남측이 설치한 시설을 철거해 가기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방북 인원과 일정 등 실무적인 문제들은 문서교환 방식으로 합의하자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통일부는 일단 당국간의 만남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남북 간 해법 도출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북한이 실무 문제 해결에 있어 직접 대면 협의가 아닌 문서교환 방식의 협의를 제안한 것 역시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산정책연구원 신범철 통일안보센터장은 철저한 ‘통미봉남’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의도적으로 한국을 피하려 한다는 겁니다.

가뜩이나 남북 간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사안인데 ‘통미봉남’까지 더해진다면 상황은 더 복잡해 수 밖에 없다고 신 센터장은 지적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북한이 현대아산에서 그간 투자한 돈이나 앞으로의 영업이익을 배상할 것도 아니고 일방적인 통보 수준에서 정리할 가능성이 높은데, 그렇게 되면 한국 정부는 현대아산이라는 기업의 이익에 대한 외교적 보호권을 행사해야 되는데 그걸 북한이 수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한국이 대북 강경책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낮거든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적 상황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봐요.”

국제법 전문가인 심상민 국립외교원 교수 역시 협의점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한국이 북한의 시설 철거에 대응할 만한 수단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심상민 교수] “북한에 만약 그런 철거 조치가 시행된다면 북한 자산이 한국 내에 있다면 강제집행을 통해 일부 보전을 받을 수 있을 텐데 그런 것도 아니고 법적 구조에서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겠네요.”

한편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윤상현 외교통일위원장과 만나 관련 사실을 전달했습니다.

윤 위원장은 김 장관이 가장 중요한 원칙은 한국 국민의 재산권 보호에 있다고 말했다고 브리핑을 통해 밝혔습니다.

이에 앞서 한국 통일부는 조건이 마련되는 대로 금강산관광을 정상화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은한 부대변인의 25일 기자 브리핑 내용입니다.

[녹취: 김은한 부대변인] “정부는 금강산관광 관련해서는 조건이 마련되는 데에 따라 금강산 사업을 정상화해 나간다는 입장을 변함없이 견지하고 있고요. 그래서 그 관련해서는 저희가 관련 쟁점 및 필요한 조치들을 내부적으로 다양하게 검토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에 세종연구소 정성장 연구기획본부장은 VOA에, 한국 정부가 북한관광을 재개할 수 있는 시기와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습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에 관광이 포함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의 우려 때문에 이를 재개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이 관련 시설 철거를 지시한 만큼 북한이 기존 시설들로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성장 본부장] “지금 단계에서 금강산관광 재개 논의는 적절치 않은 것 같고 이미 그에 대한 기회를 한국이 놓쳤고 지금은 남북 교류의 재개라는 큰 틀에서 관광 문제를 재검토하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샌드연구소 최경희 대표는 북한이 금강산관광 등을 놓고 한국 측에 큰 기대를 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도 관련 언급을 했고 문재인 대통령 방북 당시 15만 군중 앞에서 연설하도록 기회를 준 것도 그런 기대감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는 겁니다.

[녹취: 최경희 대표] “문 대통령이 15만 군중 앞에서 연설하도록 북한이 판을 깔아줬고 백두산이라는 상징성, 백두혈통 집안으로 끌어들여서 같이 백두산에서 상징적인 이벤트를 진행했잖아요. 이런 것을 보면 북한이 정말 마음 먹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그만큼 기대를 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 기대만큼 움직여주지 않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조급한 거죠.”

최 대표는 금강산관광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결국 미-북 관계 개선과 함께 북한의 양보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한상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