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일 노동절을 맞는 가운데 미국의 민간단체가 기업들에 제품 공급망에 북한 노동력이 투입됐는지 주의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은 강제노동 피해자들로 미국과 유엔의 제재 대상이기 때문에 철저히 검토하지 않으면 처벌과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민간 노동감시 기구인 공정노동협회(FLA)가 제휴 기업들에 북한의 강제노동 연루 위험성을 강하게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 기구는 지난 4월 발표한 ‘북한 노동자와 강제노동’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나라 안팎에서 강제노동에 동원된다는 보고가 있다며, 제휴업체들은 하청업체 계약 등 제품 공급망에 북한 노동력이 투입됐는지 자세히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해외 북한 노동자 고용은 유엔과 미국이 금지하고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 기구의 행동강령(Code of Conduct)이 지적하는 강제노동 사례를 조항별로 자세히 나열했습니다.
가령, 고용을 빌미로 고용주가 통제하는 시설에서 노동자가 생활하도록 강요하는 것, 노동자의 이동의 자유 통제 행위, 보증금과 벌금, 채용비 등을 요구하는 것은 모두 강제노동에 포함된다는 겁니다.
또 초과근무 수당을 지불하지 않으면서 정규 노동시간 외에 일하도록 강요하는 행위, 노동자들의 여권 등 증명서를 통제하는 행위 등을 지적하며, 북한 노동자들은 이에 모두 포함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장시간 일해서 만든 제품을 수입하고 사용하는 것은 강제노동을 장려하는 행위라는 지적입니다.
보고서는 미국 당국이 북한 노동력으로 생산한 제품 수입을 금지하기 때문에 수입업자들은 중국 등 외국의 제품 공급망에 북한 노동력이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미 국무부는 지난 6월 발표한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지난해 하반기 현재 북한의 해외 노동자가 9만여 명으로, 북한 정권이 이들을 통해 연간 수 억 달러를 벌어들인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은 북한 정권이 자국민을 나라 안팎에서 강제노역으로 내몰며 그 수익을 범죄자금으로 사용한다고 비난했습니다.
[녹취: 폼페오 국무장관] “In North Korea, the government subjects its own citizens to forced labor both at home and abroad. And uses its proceeds to fund nefarious activities.”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와 국제 인권단체들도 북한 주민들이 현대판 노예로 북한 정권을 위해 혹사당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북한 정부는 반공화국 모략소동이라고 반박하며 노동 착취는 전혀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우리 해외 파견 근로자들의 인권 문제란 것을 고안해내 또 하나의 반공화국 모략 광대극을 미친 듯이 벌이고 있다. 우리 공화국의 존엄과 용상을 훼손하려는 용납 못할 도전으로 부강 조국 건설을 위해 헌신하는 우리 근로자들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독으로 낙인하면서 전체 노동계급의 이름으로 통렬히 반제 규탄한다.”
그러나 미 정부와 노동감시 기구는 북한 등 전 세계 노동자들의 권익 보호와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이런 공개적 조사와 감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미 공정노동협회(FLA)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에 근거해 별도로 행동강령(Code of Conduct)을 만들어 기업들이 규정을 준수하는지 감독하고 있습니다.
이 기구는 지난 2012년 애플의 중국 내 하청업체 공장 노동자들이 과도한 노동과 저임금에 반발해 폭동을 일으키자 근로환경을 조사해 개선안을 제시하고 변화를 이끌었습니다.
공정노동협회 행동강령에 따르면 기업은 노동자 권리 보호 규정을 채택하고 준수해야 하고, 모든 직원은 존엄성을 존중받아야 하며, 어떤 신체적, 성적, 심리적, 언어적 괴롭힘이나 학대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또 고용주는 사고 방지를 위한 작업안전 환경을 제공해야 하고 모든 초과근무는 노동자와 합의에 따라 해야 하며, 고용주는 최저임금 등 모든 법적 요건을 준수할 책임이 있습니다.
미 공정노동협회는 북한 관련 보고서에서 중국 연변 등 지린성과 랴오닝성 공장에서 물품을 조달하는 업체들이 추가 조사를 통해 북한 노동력 투입 여부를 다각도로 검토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