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한 연합군사훈련이 내일(20일) 종료됨에 따라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실무 협상 재개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훈련 종료에 맞춰 내일 한국을 방문하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북한 측과 접촉할지 주목됩니다. 서울에서 안소영 기자입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한 연합훈련 종료일에 맞춰 이뤄지는 비건 대표의 방한은 그동안 미-북 간 물밑 접촉이 진행되고 있었다는 신호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그간 북-미 간에 접촉을 했던 결과에 대해서 일본과 한국과 논의하고, 향후 비핵화 협상과 관련된 정책 조율을 하러 오는 것이죠.”
신 센터장은 19일 VOA에, 트럼프 대통령이 미-한 훈련이 끝나면 실무 협상을 열겠다는 북한의 의사를 전달한 점을 상기시키며, 비건 방한 시점이 이에 맞물린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지난 10일 트럼트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일련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사과하고, 미-한 연합훈련이 끝나자마자 협상을 재개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친서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향후 있을 북한과의 협상에 대해 한국, 일본과 의견을 조율하고 미-한-일 3각 공조를 재확인하기 위해 비건 대표가 순방에 나섰다는 것이 신 센터장의 설명입니다.
김용현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비건 대표의 방한은 경색된 미-북 국면의 전환을 시사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용현 교수] “남북 갈등이나 한-일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이런 흐름 속에서 이제는 (미-북 간) 실무회담으로 미국과 한국의 군사훈련 등으로 생긴 갈등을 바꾸겠다는 것이고.”
김 교수는 이어 이번에 다시 열릴 미-북 실무 협상은 양측의 추가 만남을 이어갈 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바로 실무 협상을 재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로 적어도 일주일 정도의 조정기간이 필요한 만큼 이르면 8월 말쯤 양측 실무진이 마주 앉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김 교수는 또 실무 협상 성과는 3차 미-북 정상회담 여부를 결정지을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강조하고, 더는 시간을 지체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북 실무 협상과 미-북 정상회담, 두 라인을 동시에 가동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녹취: 김용현 교수] “한편으로 북-미 실무회담을 적극적으로 풀어가면서 북-미 정상회담 라인이 그것을 끌고가는, 그래서 실무회담 성과가 나오면 바로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는 그런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다음달 열릴 유엔총회를 앞두고 미-한 간 대북 관련 사안을 논의하기 위해 비건이 한국을 찾는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소장은 이번 비건 대표의 방한을 반드시 미-북 관계 진전에 따른 결과물로 볼 근거는 부족하다며, 실무 협상이 임박했다는 신호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우 소장] “판문점 이후 상황을 본다면,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속한 시일 내에 실무 협상 재개를 얘기했지만 아무런 구체적인 진전은 없었거든요.”
지난 6월 말 남-북-미 세 정상 간 판문점 회동 직후 북한은 조속히 실무 협상에 나서겠다고 약속했지만 여전히 비건 대표의 카운터파트 등 구체적인 계획은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우 소장은 특히 9월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참석 가능성이 높은 만큼, 앞으로 한 달 간 북한 태도에 대한 미-한 간 대응 방침 등의 의견 교환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현욱 한국국립외교원 교수는 비건 대표가 실무 협상을 앞둔 가운데 북한과의 사전 조율 차 방한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DMZ 에서 (북한과) 접촉하려고 오는 것 아니겠어요? 지금 상황에서 한국과만 대북정책 논의를 하기 위해서 올 필요는 없는 것 같고.”
김 교수는 적어도 몇 주 안에는 미-북 실무자들이 회담하겠지만 비핵화 범위에 대한 간극을 얼만큼 줄일지는 미지수라고 말했습니다.
정권 유지를 위해 부분적 비핵화를 하겠다는 북한과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는 미국의 조율이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겁니다.
또 북한 입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를, 미국 측에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도를 파악하며 서로의 의중만 살피고 있는 듯 보여 진전을 이루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북 비핵화 실무 협상 재개를 남북관계 개선의 지렛대로 삼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김 교수는 중국과 러시아의 지지를 확보한 북한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과정에서 한국을 배제하려 하고 있다며, 미-북 실무 협상이 열려도 남북관계는 한동안 지금의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이제 한국을 북-미 협상 프레임에서 밀어내려는, 그래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주도권을 북한이 잡겠다는 그런 의도가 있습니다.”
김 교수는 이어 북한은 한국이 큰 이득을 줄 수 없다고 판단하고 미-한 동맹을 약화시켜 미국과의 독점 협상에 나서려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중장기적 계획에는 평화협정 서명 당사국도 미국과 북한으로만 한정지으려는 것이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신 센터장도 미-북 협상은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며, 그 과정에서 남북관계의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미-북 협상이 타결되기 전까지는 의도적으로 냉각된 남북관계를 유도하며 한국을 배제하려 할 것이라는 겁니다.
이같은 한국에 대한 북한의 태도가 부정적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실제 상황마저 부정적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우정엽 소장입니다.
[녹취: 우정엽 소장] “한국이 협상에 참여를 하고 있다가, 참여를 하지 않게되는 이런 상황으로 논리적으로 귀결짓기에는 예전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우 소장은 북한이 최근 대남 비난 강도를 높이며 ‘통미봉남’ 전략을 펼친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사실상 북한은 비핵화 문제 논의를 하는 데 있어 미국과 직접 협상하는 기존 입장에서 크게 벗어난 적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한국 외교부는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내일(20일)부터 22일 방한 예정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미-한 북 핵 수석대표 협의를 갖는다고 밝혔습니다.
양측은 미-북 실무 협상의 조속한 재개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의 실질적 진전으로 이어지기 위한 양국 간 협력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협의를 가질 계획이라고 외교부는 전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