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미국 정부가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습니다. 이란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미-중 관계가 껄끄러운 가운데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올들어 처음 방콕에서 회동했습니다. 중국 당국이 이슬람식 식당과 상점의 간판 단속에 나서고 있는데요. 이 소식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미국 정부가 이란 외무장관에 대해 제재를 단행했군요.
기자) 네, 미국 재무부가 31일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에 대한 제재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재무부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자리프 장관에 대한 미국 내 자산은 모두 동결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가 자리프 장관에 대해 제재를 부과하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성명에서 "자바드 자리프 장관이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무모한 정책을 이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제재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므누신 장관은 또 자리프 외무장관은 "전 세계를 상대로 하는 이란의 중요한 대변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자리프 장관에 대한 미국 정부의 이번 제재는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24일 이란 최고지도자와 최고지도자실, 그리고 관련 기관을 제재 대상으로 겨냥하는 대통령 행정명령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추후 구체적인 제재 명단과 내용은 므누신 장관에게 위임하기로 했는데요. 자리프 장관에 대한 제재도 거론됐습니다. 므누신 장관은 이날 제재를 발표하면서 "미국은 이란의 최근 행동을 완전히 용납할 수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이란 정권에 보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자리프 장관이 잘못된 정보를 국제 사회에 퍼뜨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네요.
기자) 네, 자리프 장관은 평소 트위터 등 인터넷 사회연결망(SNS)을 잘 활용하는 정치인 중 1명인데요. 므누신 장관은 성명에서 "이란 정권은 이란 국민의 인터넷 접근은 차단하는데, 자리프 외무장관은 이런 인터넷 사회연결망을 통해 이란 정권을 선전하고 잘못된 정보를 전 세계에 퍼뜨리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자리프 장관은 서방사회에도 상당히 잘 알려진 국제통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자리프 장관은 지난 2015년 미국을 비롯한 주요 5개국과 함께 이란 핵 합의를 성사시킨 인물입니다. 자리프 장관은 미국에서 국제법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에 발탁되는 등 국제 경험이 풍부한 외교관인데요.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이란 핵 합의에서 전격 탈퇴하고 이란에 대한 제재를 복원하자 유창한 영어를 바탕으로 활발하게 미국을 반박해왔습니다. 특히 최근 유엔 회의차 뉴욕을 방문했을 때는 미국 언론과 연쇄로 인터뷰하며 이란의 입장을 적극 피력했습니다.
진행자)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이번 제재에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자리프 장관은 미국의 제재 발표 후, 인터넷 트위터에 이를 반박하는 글을 올렸는데요. 미국이 자신을 제재한 이유가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중요한 대변인이기 때문"이라면서 "진실이 그렇게 고통스럽냐"고 힐난했습니다. 자신은 사실을 말하고 있다는 건데요. 그러면서 자신을 커다란 위협으로 생각해줘서 감사하다며 에둘러 비난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의 제재 내용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까?
기자) 네, 자신은 이란 외부에 어떠한 자산이나 이익 관계도 없기 때문에 미국의 제재가 자신이나 가족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이란 대통령도 미국의 제재에 반발하고 나섰군요.
기자)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1일 국영방송에 나와 "미국이 유치한 행태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로하니 대통령은 미국은 이란과의 대화를 원한다고 말하면서도 상대국 외무장관에게 제재를 가했다며 이성적 능력을 잃었다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미국과 이란 관계가 최근 들어 더욱 경색되는 양상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해 미국이 이란 핵 합의에서 탈퇴하고, 경제 제재를 복원한 이래 양국 관계는 갈등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데요. 특히 최근 이란이 미군 무인기를 격추해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날 군사 공격을 준비했다가 취소했다고 밝히는 등 최근 몇 달 동안 양국의 군사적 긴장도 고조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존 볼튼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란 제재와 관련해 새로운 발표를 했군요.
기자) 네, 미국 정부는 이란에 대한 제재를 단행하면서, 이란의 유일한 민간 핵 발전소인 부셰르 발전소와 테헤란 연구 원자로 등에 대해서는 제재를 유예해왔는데요. 이에 따라 러시아와 일부 유럽 국가들은 이들 시설이 민간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협력해왔습니다. 이와 관련해 볼튼 보좌관은 31일,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중국, 유럽 국가들이 이란과 민간 차원의 핵 협력을 계속할 수 있도록 유예 조치를 연장할 방침이라고 밝혔는데요. 볼튼 보좌관은 하지만 이는 단지 90일 동안만 연장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지금 태국 방콕에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관련 연쇄 회의가 열리고 있습니다. 회의에는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참석하고 있는데요. 두 사람이 만났군요.
기자) 네, 미국과 중국의 최고 외교수장들인 폼페오 미 국무장관과 왕이 외교부장이 올들어 처음으로 회동했습니다. 두 사람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열리는 태국 방콕에서 1일 약 30분간 단독회담을 했습니다.
진행자) 두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나눴을까요?
기자) 폼페오 장관은 회담 후 인터넷 트위터에 "왕이 부장과 미-중 관계, 북한 문제, 그리고 다른 여러 현안에 대해 심도 있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적었습니다. 왕이 외교부장도 두 사람이 최근 여러 가지 갈등 현안에도 불구하고 양국 관계를 증진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왕이 부장이 말한 대로 지금 두 나라 관계가 썩 매끄럽지는 못하죠?
기자) 그렇습니다. 우선 두 나라는 지금 거의 1년 가까이 고율의 관세를 주고받으며 무역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 미-중 양국은 두 달여 만에 고위급 무역협상을 재개했지만 별 진전없이 끝났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1일, 트위터에, 다음달 1일부터 3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10% 관세를 매기겠다고 전격 선언해 또다른 갈등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중국이 자랑하는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사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제재,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력 확장, 타이완에 대한 무력 위협 등 양국 관계를 껄끄럽게 만드는 요인들이 계속 불거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얼마 전에는 중국 외교부가 폼페오 장관을 직접 겨냥해 비판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최근 계속되고 있는 홍콩 시위와 관련해 폼페오 장관이 중국 정부에 대해 '올바르게 행동할 것'을 촉구했는데요. 홍콩 시위 현장에 중국 인민해방군의 무력 개입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폼페오 장관의 발언을 직접 거론하면서, 중국은 어떠한 외세의 개입도 간과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이 홍콩 시위의 배후라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그런 발언 후에 중국 외교부 수장인 왕이 부장과 폼페오 장관이 만난 건데, 어떤 얘기가 나왔습니까?
기자) 왕이 부장은 그래도 양국의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왕이 부장은 회담 후 기자들에게 "중국과 미국 간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아무리 많은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양국이 앉아서 직접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회유성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왕이 부장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서는 확고한 입장을 밝혔다고요.
기자) 네, 왕이 부장은 관련 당사국이 아닌 나라들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증폭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왕이 부장의 이같은 발언은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력 확장을 경계하는 미국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분석인데요. 왕이 부장은 “중국은 아세안 국가들과의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역외 국가들은 중국과 아세안 국가들이 스스로 견해 차를 해결하도록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지금 중국과 아세안 일부 회원국 간에는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갈등을 벌이고 있죠?
기자) 네, 중국은 현재 남중국해의 약 90%를 자국의 영해라고 주장하며 군사시설을 확장하고 있고요. 베트남과 필리핀 등은 이에 반발하며 영유권 갈등을 빚고 있는데요. 아세안 외교장관들은 31일 회의를 열고 남중국해 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국의 행동을 비판했습니다. 아세안 10개국 외교장관들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일부 회원국은 남중국해 개발이 상호 신뢰를 약화하고, 역내 안정과 평화를 해치며 긴장을 고조시키는 데 대해 우려를 표했다"고 적었는데요. 중국을 직접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중국을 지목한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진행자) 폼페오 장관도 역내 안정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군요.
기자) 네, 폼페오 장관은 1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역내 동맹국들에게 남중국해상의 중국의 강압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분명히 낼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보다 앞서 메콩강 유역 회원국 장관들과의 만남에서는 중국이 메콩강 상류에 댐을 짓고 있어 이들 국가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비판했는데요. 하지만 또 다른 인터뷰에서 폼페오 장관은 미국은 어떤 아시아 국가들에게도 어느 한쪽 편을 선택하라고 결코 요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수십 년간 아세안 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외교는 각국의 주권을 존중하고, 법치와 인권,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 등에 대한 관심과 의무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최근 중국 당국이 이슬람식 식당이나 상점의 간판 단속에 나서고 있다고요.
기자) 네, 중국 당국이 요즘 베이징 시내에 있는 '할랄 식당'이나 이슬람 물건을 파는 상점 등의 간판을 단속하고 있습니다. 아랍어나 이슬람교의 상징이 들어간 간판은 철거하라고 명령하고 있는 건데요. 이는 중국 내 이슬람 신자들, 즉 무슬림 인구의 이른바 '중국화' 노력의 일환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할랄 식당'이라는 게 뭔가요?
기자) 할랄(Halal)은 아랍어로 '허용되는 것', '허락하는 것' 같은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이슬람교의 신이 허용한다는 건데요. 대부분의 이슬람 신자들은 율법에 따라 이슬람식으로 도축한 짐승의 고기 등 이른바 신이 허용한 음식, 즉 할랄 음식만 먹습니다. 이런 할랄 음식을 파는 곳이 할랄 식당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중국 당국이 이런 식당이나 상점의 간판을 단속하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종교도 중국 공산당 사상과 중국의 문화를 따라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중국은 지난 2016년부터 이른바 '종교의 중국화' 방침을 세우고 종교적 색채를 띤 간판 철거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현재 아랍어 문구가 새겨진 간판 제거는 물론이고요. 곳곳에서 이슬람식 사원도 철거되는 상황입니다.
진행자) 중국에는 현재 이슬람 인구가 얼마나 있습니까?
기자) 전국적으로 2천만 명가량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국은 공식적으로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중국 당국은 신자들이 공산당 사상을 따르도록 이 같은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럼 이슬람식 음식을 파는 건 허용하지만 간판은 안되는 겁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현재 베이징시 당국자들은 시내에 있는 할랄 상점들을 방문해, 이슬람교의 상징인 초승달이나 '할랄'이라는 글자 등 이슬람을 상징하는 글자를 제거하라고 요구하고 있는데요. 이들은 상점 직원들이 글자를 지우거나 철거하는 걸 끝까지 지켜본다고 목격자들은 전했습니다. 일부 상점은 '할랄'이라는 말 대신 '이슬람'이라는 말의 중국식 표기로 간판을 대체했고요. 일부 상점은 종이나 테이프로 간신히 가린 정도입니다.
진행자) 베이징 시내에 있는 모든 이슬람 식당이나 상점의 상황이 다 비슷합니까?
기자)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아직 이슬람 글자가 쓰여진 간판이 그대로 있는 식당도 있긴 한데요. 당국으로부터 간판 철거 명령을 받았지만 새 간판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는 식당도 있고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른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종교와 문화의 일치를 요구하는 것이라면 단지 이슬람교만의 문제는 아니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에는 현재 약 1억 명의 기독교인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많은 지하 교회들이 있습니다. 중국 당국은 이들 교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십자가 등을 철거하며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고 있는데요. 하지만 지난 2009년 이슬람 인구가 많은 신장 위구르 지방에서 폭동이 일어난 이후, 이슬람 교도들에 대한 감시를 더 강화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