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거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가 비밀리에 북한의 이동통신망 구축을 도왔다고 미 유력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화웨이의 대북 거래 시기를 정확히 알아야 대북 제재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워싱턴 포스트’ 신문은 22일 화웨이가 북한 정부의 상업용 무선통신망 구축과 유지를 비밀리에 도왔다고 보도했습니다.
신문은 이 업체 내부 문서와 전직 직원 등 관계자들을 인용해 화웨이가 중국 국영기업인 판다국제정보기술과 제휴해 적어도 8년 간 북한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집트 통신업체인 오라스콤과 북한이 합작해 지난 2008년 서비스를 개시한 고려링크에 기지국과 안테나, 다른 장비들을 제공했다는 겁니다.
아울러 통신망 관리와 보증 서비스를 제공했고, 통신보안을 위한 암호 알고리즘 개발에도 협력한 정황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전문가인 마틴 윌리엄스 씨는 22일 북한전문 웹사이트인 ‘38 노스’ 기고를 통해, 중국 업체들과 북한이 협력해 북한 내 무선통신망 감시와 통제 시스템을 강화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 신문은 미국이 지난 2017년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 위반 혐의로 제재한 중국 업체 ‘단동커화’와 화웨이가 거래한 기록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 북한과 이란, 시리아 등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나라에는 국가명 대신 ‘A9’ 등 코드로 명명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화웨이와 판다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강화되던 2016년에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문은 이런 다양한 정황으로 볼 때 미국 기술부품을 이용하는 화웨이가 북한 정권에 제재를 가하는 미국의 수출통제법을 위반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미 상무부는 2016년 이후 화웨이와 북한 정부의 연계 혐의를 조사해 왔지만 공식적으로 이를 연계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상무부는 `워싱턴 포스트’의 논평 요구에 답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화웨이는 이 신문에, 화웨이는 모든 국제법을 준수하고 있다며 혐의를 부인했고, 제휴업체인 판다는 언급을 거부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워싱턴 포스트’에 화웨이를 믿기 어려운 회사에 비유하면서, 주민의 기본적인 인권을 빼앗는 북한 같은 정권과 일하는 것에 우려를 제기한다고 말했습니다.
화웨이는 미국의 거래제한 대상으로 제재를 받고 있으며, 미 법무부는 금융사기와 대 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화웨이를 기소한 상황입니다.
미-중 무역 협상과 미-북 실무 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번 보도가 협상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도 관심사입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투명하지 않은 화웨이와 북한의 협력 가능성은 그리 놀랍지 않다면서도, 화웨이의 대북 제재 위반 여부에 관해서는 정확한 정보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제재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VOA에, 거래가 언제 이뤄졌고 달러로 거래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탠튼 변호사] “depending on when the transactions occurred, and whether they were done in US dollars, The Justice department should investigate further.”
화웨이와 북한 정권의 거래와 결재가 미국의 대북제재 강화법이 발효된 2016년 2월 18일 이후에 계속됐다면 제재 위반이기 때문에 미 법무부가 추가 조사를 통해 진위를 밝혀야 한다는 겁니다.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도 거래 시점과 중국 정부가 배후에서 지원했는지 등 더 정확한 정보를 알아야 평가와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