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4월 대 러시아 수입량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실상 제재 이전보다 더 많은 양을 수입한 건데, 북한의 무역 적자폭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4월 한 달간 러시아로부터 800만 달러가 넘는 물품을 수입했습니다.
VOA가 국제무역센터(ITC)의 수출입 현황 자료를 살펴본 결과 북한은 이 기간 843만5천 달러를 수입해 전달의 395만8천 달러와 전년도 같은 기간의 301만9천 달러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북한은 마지막 대북제재 결의 2397호가 본격적으로 발효되기 이전 시점인 2017년 9월199만5천 달러, 10월과 11월 각각 78만 달러와 102만 3천 달러어치의 물품을 러시아로부터 수입했습니다.
이후에도 지난해 4월을 제외하면 2018년도 상반기까지 대부분 수입량이 100만 달러 대에 머물렀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908만 달러를 기록하며 수입량이 급격히 증가했으며, 이후 2019년 2월과 3월의 수입량이 다시 300~400만 달러 대로 낮아졌다가 이번에 또 다시 800만 달러를 넘긴 겁니다.
북한의 러시아 물품 수입량은 2015년 월평균 652만 달러를 기록한 뒤, 2016년과 2017년엔 각각 618만 달러와 565만 달러를 나타냈었습니다.
이어 국제사회 제재가 시작된 2018년엔 월 평균 수입량이 267만 달러로 떨어졌었습니다.
따라서 지난 4월 기록한 843만5천 달러는 과거 월 평균 액수로만 놓고 볼 때, 제재 이전 시점보다 높습니다.
북한이 4월 한 달간 가장 많이 수입한 품목은 유류 제품으로 총 수입액은 339만3천 달러였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국제통일상품분류체계(HS)’ 코드가 2710-12, 즉 석유와 자동차 가솔린, 항공 가솔린 등 다양한 종류의 정제유가 328만7천 달러로 상당부분을 차지했고, 중유 등 기타 석유관련 제품(2710-19)가 나머지 10만6천 달러를 채웠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에 반입할 수 있는 연간 정제유 양의 상한선을 정해 놓고, 각국이 매월 대북 정제유 반입량을 보고하도록 한 상태입니다.
러시아는 지난 4월 정제유 약 4천706t을 북한에 반입했다고 보고했는데, 이는 예년에 비해 크게 늘어난 양입니다.
북한이 두 번째로 많이 수입한 품목은 ‘밀가루와 잡곡’으로 약 254만8천 달러어치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단 한 차례도 러시아산 곡물을 수입하지 않다가, 12월과 올해 1월 각각 109만 달러와 119만 달러의 곡물을 들여온 뒤 다시 2월과 3월엔 이를 중단했었습니다.
이런 사실로 미뤄본다면 올해 4월 북한의 러시아산 곡물 수입은 이례적으로 늘어났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 밖에 북한은 대두유 104만 달러어치와 토지측량기기 51만4천 달러어치를 지난 4월 러시아로부터 들여왔는데, 이들 품목 역시 사실상 과거에 볼 수 없던 것들입니다.
따라서 정제유와 더불어 곡물, 대두유, 토지측량기기의 반입량 증가가 이번 북한의 대러 수입액 급증의 요인으로 분석됩니다.
북한은 최근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액도 크게 늘린 바 있습니다.
ITC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5월 한 달간 중국으로부터 2억5천829만 달러어치의 물품을 수입했는데, 이는 16개월 만에 최고치입니다.
사실상 대북 제재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로부터의 수입량을 늘리는 것과 달리 수출은 소폭 줄거나 변동이 없어 북한의 무역 적자폭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서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대북 제재 하에 북한이 직면한 경제적 위기를 경고하면서, 특별히 북한의 경상수지 악화에 주목했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의 올 1월부터 5월까지의 대중 수출액이 9천500만 달러인 반면, 수입액은 9억3천200만 달러로, 무역 적자가 무려 8억 3천600만 달러에 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무역불균형에도 북한의 물가상승률이 안정적인 점으로 미뤄볼 때, 북한은 민간과 국가 외환보유고에서 달러를 몇 년 안에 바닥낼 정도로 끌어다 쓰고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