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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경제특구 29개, 고립화 탈피와 자율권 부여해야


지난 2016년 7월 북한 라선경제특구의 의류공장.
지난 2016년 7월 북한 라선경제특구의 의류공장.

북한에 29개에 달하는 다양한 경제특구가 있지만, 주민과 격리된 고립화 정책이 투자의 큰 걸림돌이라고 전문가들이 진단했습니다. 북한 정부가 외자 유치 환경 조성과 향후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북한인들을 위한 경제특구를 먼저 조성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국 킹스 컬리지의 티오 클리모 연구원은 최근 워싱턴의 한미경제연구소(KEI)에서 가진 강연에서 북한에 경제특구가 29개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클리모 연구원은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특구가 대대적으로 확대됐다며, 2013년~2017년 사이에만 19곳이 특구로 지정됐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2013년 경제개발구 사업을 시작한 뒤 남북 접경과 서해, 동해, 북-중 접경 등 권역을 4곳으로 구분해 지역과 분야를 확대했습니다.

또 특구의 생명줄인 외자 유치를 위해 투자기업에 대한 안전보장과 토지사용료 면제 등 여러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한다고 선전했습니다.

하지만 늘어난 경제특구들 가운데 외자를 유치해 수익을 창출한 성공 사례는 사실상 전무합니다.

북한 정부는 국제사회의 제재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국제 투자환경은 물론 중국이나 베트남과도 비교하기 힘든 투자 걸림돌들이 계속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클리모 연구원은 주민과 동떨어진 특구의 고립화 문제를 먼저 지적합니다.

[녹취: 클리모 연구원] “You can’t talk to people working on the ground managing Special Economic Zone programs in the DPRK and not knowing that five, 10, 15 km nearby there is another……”

경제특구에 일하는 사람들과 대화할 수 없고, 불과 5~15km를 사이에 두고 같은 일을 하는 노동자끼리도 서로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를 정도로 정보가 통제되고 있다는 겁니다.

클리모 연구원은 경제특구가 대부분 고립된 곳에 있다며 같은 도시에서 자란 주민들조차 특구의 존재와 위치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방급 경제개발구에 자치권이 사실상 없는 점도 걸림돌로 지적됐습니다.

[녹취: 클리모 연구원] “They would like to develop their own special economic zone but they don’t get the answers they want from Pyongyang…”

특구 경영과 확대 등 중요한 조치에 대해 일일이 중앙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진전을 이루기 힘들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경제특구의 주체가 여러 기관이면 투자자들에게 불신과 혼란을 주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를 가리기도 힘들어 외부에서 투자를 꺼린다고 지적합니다.

기반시설이 약하고 주변과 소통이 힘들며 책임 소재까지 불투명한 환경에서 투자에 나설 기업은 없다는 겁니다.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학 교수는 외국 기업들에 자율권을 부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You can have enough control but allow the foreign company to manage its own factory and take away profits home if they want to…”

정부가 경제특구를 통제하더라도 외국 기업들에 공장을 운영할 권한을 허용하고 이윤을 자국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하며, 납득할 만한 10~20% 정도의 세금을 내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또 북한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회사가 직접 지불하는 투명성을 보장해야 외국 기업들의 신뢰를 더 얻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경제 논리보다 체제안전을 늘 우선시 하는 북한 정부의 모기장 정책이 이런 변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KEI 토론회에서 경제특구와 관련해 안보 등 다른 영역에 사상오염 등 타격을 주지 않으면서 경제를 발전시키는 게 북한 정부의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셉 윤 전 대표] “I think their goal is really with special economic zone is how to have a development, developing economy that does not really infect other areas.”

북한 정부는 특구에 무엇이 들어가고 나가는지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개성공단과 같은 특구를 100개 정도 만드는 것을 추구하며,`우리식’, ‘고립식 개발’을 선호한다는 겁니다.

윤 전 대표는 체제 안전보장을 위해 특구를 최대한 고립시키면서 주민들의 사상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 개발 방식을 고수하는 북한 정권을 외부에서 어떻게 상대할지가 결국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클리모 연구원도 자신이 만난 북한 관리들과 북한을 잘 아는 중국 학자들 모두 북한이 중국 등 어떤 경제모델도 따르지 않고 북한만의 방식을 선호한다고 말했습니다.

클리모 연구원은 북한 정부에 어떤 모델을 따르라고 압박하는 것은 절대로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먼저 경청하고 타협점을 찾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그러나 외국의 투자 유치는 물론 향후 외국 기업과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북한 정부가 먼저 내부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The critical thing for Kim Jong-un as you now forget about the Special Zone business or make it or maybe make a special zone for North Koreans before set it up then invite foreigners to come in.”

김정은 위원장은 외자 유치를 위한 경제특구 사업에 앞서 북한 주민들을 위한 경제특구를 만들어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는 겁니다.

브라운 교수는 과거 아시아 최대 제철소였던 김책제철소와 청진에는 아직 숙련된 노동자들이 많다며, 이곳을 하나의 큰 경제특구로 만드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특구 내 북한인들에게 사유재산을 허용하는 등 여러 개혁 조치를 통해 성장시켜 일본이나 한국 기업 등에 판매한다면 북한은 수 백억 달러를 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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