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예멘 내전개입 중단을 촉구하는 의회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미국이 쿠바에서 사업중인 외국 기업들에 규제를 가하기로 했고요. 인도네시아에서 17일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가운데 조코 위도도 현 대통령의 승리가 유력시되고 있습니다.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예고했던 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예멘 내전 관련 의회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했군요.
기자) 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고 있는 예멘 내전에 대한 미군 개입 중단을 촉구하는 의회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이 결의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예고해왔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건, 지난달 국가비상사태 선포에 반대하는 의회 결의안을 거부한 데 이어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한 이유 뭐라고 말하고 있습니까?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상원에 서한을 보내 거부권 행사에 대한 입장을 밝혔는데요. 이 결의안이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을 약화시키고, 현재와 미래에, 미국의 용감한 시민과 군인들을 위험에 빠뜨릴 '불필요'하고 '위험한' 시도"라고 지적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예멘에서 연합군의 일원으로 직접 군사작전을 수행하는 미군 병력이 없기 때문에 결의안이 불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의회가 초당적으로 결의안을 채택한 것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미 하원은 이달 초, 찬성 247대 반대 175로 결의안을 통과시켰는데요. 공화당 의원 16명도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앞서 공화당이 강세인 상원도 지난달, 같은 결의안을 찬성 54대 반대 46으로 통과시켰는데요. 상원과 하원이 '전쟁권한법'을 발동시켜 결의안을 통과시킨 건 처음 있는 일입니다.
진행자) 전쟁권한법이 뭔가요?
기자) 1973년 제정된 법인데요. 대통령이 일정 기간 이상 미군을 전장에 투입하려면, 사전 또는 사후에 의회와 반드시 협의하고, 의회의 요구가 있을 때는 전장에서 군을 철수시켜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 발동에 의회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즉각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트위터에, "예멘 사태는 전 세계의 양심에 도전하는 끔찍한 인도적 위기"라고 지적하면서, "하지만 대통령은 초당적인 의회의 결정과, 미군이 가슴 아픈 위기 사태에 계속 부끄럽게 개입하는 냉소적인 선택을 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예멘 내전, 벌써 4년 넘게 계속되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2014년 예멘 내 후티 반군이 북부 지역을 시작으로 점차 세력을 확장해가면서 불거지기 시작해, 이듬해 3월, 압드라보 만수르 하디 대통령이 해외로 피신하면서 본격화됐습니다. 4년 넘게 끔찍한 내전을 겪고 있는데요. 유엔은 금세기 최악의 인도적 재앙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지금 예멘 내전은 중동 국가들의 대리전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다고요.
기자) 후티 반군은 이슬람 소수 종파인 시아파들로 구성돼 있는데요. 2015년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다른 수니파 중동 국가들이 정부군을 지원하며 개입한 이래, 아랍 국가들 간의 대리전 양상이 되고 있습니다. 사우디 주도 연합군은 이란이 후티 반군을 재정적, 군사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보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란은 이런 주장을 일축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인명 피해가 계속 늘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유엔 인권위원회는 2015년 3월부터 2018년 8월 사이 민간인 사상자 수를 약 1만7천 명으로 집계했습니다. 이 가운데 사망자가 약 6천600명, 부상자가 약 1만 명인데요. 유엔은 사망자의 약 65%가 사우디 주도 연합군의 공습에 따른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유엔은 현재 예멘이 기아 직전 상황에 놓여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미국 의회의 결의안은 사우디연합군의 무차별 공습과 봉쇄로 무고한 민간인 피해가 잇따르면서 국제적 비난을 받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입니다.
진행자)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시킬 방법은 없습니까?
기자)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요. 현 의석 상황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쿠바에서 사업중인 외국 기업들을 미국이 규제한다고요?
기자) 네. 미국 정부가 ‘헬름스-버튼법’을 20여 년 만에 전면 발동합니다. 쿠바에서 사업중인 외국 기업들을 상대로, 미국인이 소송할 수 있게 한 규정인데요. 20년 넘도록 중단했던 법 조항의 효력을 더 이상 유예하지 않겠다고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이 17일 기자회견에서 밝혔습니다. 이에 쿠바 당국이 반발하고 있고요. 쿠바 곳곳에 기업을 파견한 나라들이 항의하고 나섰습니다.
진행자) 우선 ‘헬름스-버튼법’이 뭔지, 자세히 들여다보죠.
기자) 1959년 쿠바 공산주의 혁명 이후, 당국이 부동산을 비롯한 주요 자산을 압류했습니다. 대부분 미국계 자산들인데요. 재산을 빼앗긴 미국 시민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1996년 미 당국이 ‘쿠바자유민주연대법(CLDSA)’을 제정했습니다. 제시 헬름스 당시 상원 외교위원장과 댄 버튼 하원의원이 주도했기 때문에, 보통 ‘헬름스-버튼법(Helms-Burton Act)’이라고 부릅니다.
진행자) 이에 어떻게, 쿠바에서 사업하는 외국기업에 적용되는 건가요?
기자) 압류 자산을 밀거래(trafficking)하거나, 이를 통해 이익을 낸 외국 기업들을 상대로, 자산 원 소유자가 미국 법원에 민사 소송할 수 있게 했습니다. 미국인들의 재산권 피해를 간접적으로 보상받게 한 건데요. 해당 기업 관계자들의 미국 입국도 금지시켜서, 엄격한 책임을 묻도록 했습니다.
진행자) 1996년 제정한 법을, 지금까지 적용 안 한 이유가 뭔가요?
기자) 외교 마찰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법규 제정 직후, 유럽국가들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등 반발했는데요. 역대 미국 정부가 시행령 등을 조정해, 해당 법 조항의 적용을 중단했습니다. 그 동안 멈춰있던 법을 이번에 전면 발효시키기로 한 겁니다.
진행자) 20여 년 만에 법을 되살리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전임 행정부의 대쿠바 유화 정책을 되돌리고 있는데요. 특히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7일, 쿠바와 니카라과, 베네수엘라에 대한 추가 제재도 발표할 예정입니다. 폼페오 국무장관은 이날 회견에서 “쿠바에서 사업중인 모든 개인과 기업들은 이번 발표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지금 이 시점에, 외국 기업 규제와 추가 제재를 동시에 단행하는 배경이 있나요?
기자) 베네수엘라 문제 때문입니다. 현재 미국과 서방국가들은 ‘임시 대통령’을 자임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지지하면서,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에 퇴진 압박을 가하고 있는데요. 쿠바는 러시아, 중국 등과 함께 여전히 마두로 정권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가, 마두로 정권 지지에 대한 징계 성격이 있다고 언론에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쿠바 당국이 즉각 반발했다고 하셨죠?
기자) 네. 17일 폼페오 장관 회견 직후,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무장관이 ‘트위터’에 글을 올렸는데요. "(미국의) 이번 조치는 국제법에 대한 공격이자, 쿠바와 제3국의 자주적 권리에 대한 공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미겔 디아스카넬 국가평의회 의장도 앞서 미국 정부의 움직임이 알려지자 입장을 냈는데요. "위태로운 관계를 최악의 수준으로 몰아가려고 한다"고 지난 13일 비난했습니다.
진행자) 국제사회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유럽 국가들이 일제히 항의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연합(EU) 주도국인 독일과 프랑스가 비판에 앞장서고 있는데요. 프랑스 관영방송 ‘프랑스24’는 “EU 전체가 강력한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중”이라고 보도했고요.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이번 조치가 미국과 EU의 연대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유럽에서 반발하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소송 대상이 대부분, 유럽 기업들이기 때문입니다. 전임 바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쿠바와 교류를 재개하면서, 서방 기업들이 현지에 많이 진출했는데요. 유럽 회사들은 항공사와 호텔, 담배공장, 양조장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기반 시설 상당수가 혁명 때 압류된 부동산들로 파악되는데요. 외신들이 ‘줄소송’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EU 당국이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EU의 대응책,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미국을 상대로 보복 조치를 시행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이런 방침을 담은 서한을, EU 당국이 지난주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에게 보냈는데요. 페데리카 모게리니 외교·안보 고위대표와, 세실리아 말스트롬 통상담당 집행위원이 서한에 서명했습니다. 두 사람은 또한,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외무장관과 함께 17일 공동성명을 냈는데요. 미국의 ‘헬름스-버튼법’ 적용 재개는 국제법에 어긋난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인도네시아에서 대통령 선거가 실시됐군요.
기자) 네, 17일 치러진 인도네시아 대통령 선거에서 조코 위도도 현 대통령의 재선이 유력시되고 있습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 인도네시아 국민들은 조코위 대통령이라고 주로 부르는데요. 조기 개표 결과, 조코위 대통령이 야권 대선 후보인 전 군 장성 출신의 프라보워 수비안토 후보를 10%P 이상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공식 개표 결과는 언제 나옵니까?
기자) 다음 달까지 기다려야 하는데요. 하지만 투표 조사 기관들이 먼저 빠르게 개표 결과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의 상황을 보면 이들 조사기관이 내놓는 결과가 비교적 정확한 것으로 입증됐습니다.
진행자) 인도네시아 선거, 하루 일정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죠?
기자) 그렇습니다. 얼마전 세계 최대 민주주의 선거라고 불리는 인도 총선이 시작됐는데요. 약 9억 명의 유권자가 참여하는 인도는 거의 한 달 반에 걸쳐 선거를 치루는 반면, 인도네시아는 단 하루동안 선거를 치르기 때문에 하루 일정 선거로는 세계 최대 규모입니다. 인도네시아의 유권자는 약 1억9천200만 명인데요. 이번 선거에서 인도네시아 유권자들은 대통령 뿐만 아니라 약 2만 명에 달하는 국회의원과 지역의원들도 동시에 뽑았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조코위 대통령과 프라보워 후보, 지난 2014년에 이어 이번에 또다시 맞붙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중부 자바섬의 빈민가 출신으로 친 서민 정책을 내세우고 있는 조코위 대통령과, 지난 30여년간 인도네시아를 철권 통치했던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사위이자 엘리트 정치인인 프라보워 후보는 지난 2014년 7월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도 맞붙었는데요. 당시 '투쟁민주당'의 조코위 후보가 약 53%, '그린드라당'의 프라보워 후보가 약 49%로, 조코위 후보가 이겼습니다.
진행자) 조코위 대통령에 대한 인도네시아 국민의 지지도가 줄곧 안정적이었다고요.
기자) 네, 최근 일련의 여론조사를 보면, 조코위 대통령의 지지율은 49%~58%로 프라보워 후보를 두자릿수 격차로 앞질러왔습니다. 조코위 대통령은 2014년 취임한 이래 연간 5%의 탄탄한 경제 성장세를 유지하고 빈곤율을 역대 최저치인 10% 미만으로 끌어내리면서 인도네시아 국민의 지지를 받아왔습니다. .
진행자) 인도네시아,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죠?
기자) 그렇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인구의 80% 이상이 이슬람교를 믿고 있습니다. 국가가 공식 지정한 종교는 없지만 사실상 이슬람이 인도네시아를 대표하고 있는데요. 조코위 대통령은 종교적으로 중도적 성향을 보여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선거 유세 기간, 조코위 대통령은 이슬람 성지를 순례하는 등 무슬림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는 데 힘을 쏟았습니다. 앞서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에서 누가 더 무슬림 보수층의 지지를 받는가가 주요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