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이 사흘간의 남미 순방 길에 올랐습니다. ‘한 나라 두 대통령’ 상황인 베네수엘라 사태 해법을 모색할 계획이고요. 수산물 수입 금지를 둘러싼 한·일 무역 분쟁에서 한국이 승소했습니다. 이어서, 말레이시아 정부가 취소했던 ‘일대일로’ 철도사업을 재개하기로, 중국과 합의한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이 남미를 순방하고 있군요?
기자) 네. 폼페오 장관이 12일 칠레와 페루, 파라과이, 콜롬비아 순방을 시작했습니다. 이날 첫 번째 기착지인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세비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을 예방했는데요. '모네다' 대통령궁에서 따뜻한 분위기 속에 환담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습니다. 이어지는 일정도 주목되는데요. 특히 미 국무장관이 파라과이에 가는 건 1965년 이래 처음입니다. 그래서 이번 순방은 “미국 정부의 남미 정책에 더욱 무게를 싣는 상징적인 움직임”이라고 이날(12일) 로이터 통신이 해설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이 지금 남미에 더욱 무게를 두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크게 봐서 두 가지 이유입니다. 중국, 그리고 베네수엘라 때문인데요. 먼저 중국의 경우, 최근 수년 동안 꾸준히 남미 국가들에 재정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의 역내 영향력에 중대한 도전이 되고 있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는데요. 남미 국가들이 중국과의 협력에 의존하지 않아도 될 만큼,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도움을 폼페오 장관이 확인해 줄 것으로 주요 언론이 예상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베네수엘라 문제는 어떤 내용이죠?
기자) 베네수엘라가 지금 정치적, 경제적으로 큰 혼란 중이라, 주변 국가들에 부담입니다. 우선 정치를 보면요. 지난해 부정선거 의혹 속에 재선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자리를 지키는 가운데,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올해 초 ‘임시 대통령’을 자임하고 나섰습니다. 과도 정부 체제로 자유 선거를 치러, 헌정 질서를 회복하겠다고 하는 중인데요. 마두로 정권 측은 물러서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과이도 의장이 이끄는 야권이 내란을 획책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요. 친여권 세력은 과이도 의장의 면책특권을 박탈하고, 기소를 추진하는 중입니다.
진행자) 경제적으로는 어떤 혼란인가요?
기자) 최근 수년새 베네수엘라 전역에서 물가가 급등하면서, 식품과 생필품 품귀 현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먹을 것을 찾아 이웃나라 콜롬비아 등지로 떠나는 행렬이 끊이지 않는데요. 앞으로 상황은 더 나빠질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베네수엘라 경제 규모가 4분의 1 축소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이번 주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상황에서, 폼페오 장관이 남미 순방에서 어떤 일을 하나요?
기자) 순방 마지막 일정으로 14일 콜롬비아의 쿠쿠타 일대를 돌아볼 예정입니다. 쿠쿠타는 베네수엘라에 접한 국경도시인데요. 난민 유출의 주요 경로입니다. 한편 마두로 정권은 국경 도로에 장애물을 쌓아놓고, 국제사회 지원물품 반입을 막고 있는데요. 난민들이 베네수엘라에서 빠져 나오는 현황, 그리고 구호품이 들어가지 못하는 사정 등을 폼페오 장관이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고 국무부는 밝혔습니다.
진행자) 베네수엘라 사태에 대한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뭡니까?
기자) 과이도 의장이 이끄는 임시정부가 자리 잡고, 국제사회 구호물자가 신속히 반입돼야 한다는 게 미국 정부의 입장입니다. 이와 관련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10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연설했는데요. “과이도 체제를 지지하는 국제 연대에 더 많은 나라들이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미국의 입장을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보나요?
기자) 현재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서방측은 대부분 미국의 입장을 따르고 있는데요. 러시아와 중국, 쿠바 등 사회주의 국가들은 여전히 마두로 정권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러시아는 베네수엘라 정부 지원을 위해, 지난달 군 병력 100명과 군사장비까지 수송기에 실어 보냈습니다.
진행자) 이번에 폼페오 장관이 방문하는 남미 국가들은, 베네수엘라 사태에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칠레와 페루, 파라과이, 콜롬비아 모두 후안 과이도 임시 대통령 체제를 지지합니다. 따라서, 베네수엘라 사태에 대한 미국과의 협력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폼페오 장관은 앞으로 사흘 동안 각국 정상들을 예방하고, 주요 현안을 다루기 위한 외무장관 회담을 차례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한국과 일본의 무역 분쟁에서 한국이 승소했다고요?
기자) 네. 한국 정부가 시행 중인 일본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는 정당하다고 세계무역기구(WTO)가 11일 판결했습니다. ‘부당한 통상 차별을 심판해달라’는 일본 정부의 제소를 심사한 결과, 최종적으로 한국의 손을 들어준 건데요. 한국은 적극적으로 반기고 있고요. 일본에선 정부 각 부처가 나서서 반발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한국 정부가 수입금지를 하고, 일본이 여기 맞서 제소한 이유가 뭐죠?
기자) 원인은 지난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하면서, 주변 지역에서 생산한 식품에 방사능 오염 문제가 대두됐는데요. 한국 정부는 2013년, 후쿠시마 인근 8개 현 수산물에 전면 수입 금지를 단행했습니다. 여기에 일본 정부가 항의하면서, 2년 뒤인 2015년 ‘공정한 무역을 보장하는 WTO 규정에 위배된다’고 제소했던 겁니다.
진행자) 그런데 WTO 규정 위배가 아니라고 판정한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4년 동안 일본과 한국은, WTO 틀 안에서 양자 협의도 하면서, 각자 입장을 적극적으로 분쟁 해소 당국에 설명했는데요. 11일 WTO 상소기구는 한국의 수입 금지 조치가 “일본산에 대한 부당한 차별로 볼 수 없다”고 판결문에 적었습니다. 그 이유는 “(원전 폭발과 관련된) 특별한 환경적 상황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명시했습니다.
진행자) 당사국들의 반응 살펴보죠. 한국은 적극적으로 반기고 있다고 하셨죠?
기자) 네. 한국 주요 언론은, 일본에 ‘역전승’했다고 12일 일제히 보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심 판결에서는 일본이 승소했었기 때문인데요. 인터넷에는 ‘식탁의 안전을 계속 지킬 수 있게 됐다’고 반기는 글들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날 오전 "WTO의 판정을 높이 평가하며, 환영의 뜻을 표한다"는 입장 자료를 냈습니다.
진행자) 일본의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일본 외무성은 심야에 긴급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WTO 판결이 나온 때가 현지 시각으로 자정께였는데요. 1시간여 만인 새벽 1시쯤 고노 다로 외무상 명의로 “진정한 유감”이라는 입장을 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에 (수입금지) 조치 철폐를 요구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WTO 판정과 관계없이, 한국에 수산물 수입을 계속 요구하겠다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고노 외무상이 12일 오전, 이수훈 일본 주재 한국 대사를 직접 만났는데요. WTO 결정과 상관 없이 수산물 수입규제를 풀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또한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산 식품은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다른 나라들은 이번 일을 어떻게 보나요?
기자)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을 금지시킨 나라가 한국만이 아닙니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20여 개국이 수입과 유통을 통제하고 있는데요.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수입 규제 완화를 요구하려던 일본 정부의 전략이, 이번 WTO 판정 때문에 틀어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12일 아사히 신문이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일본 정부가 WTO에 이의를 제기할 방법은 없나요?
기자) 없습니다. "WTO 최종심에 패소해, 일본 정부는 더 이상 법적 수단이 없어졌다"고 요미우리 신문이 전했는데요. WTO 제소 사안은 일반적인 법원에서 다루는 사건처럼 3심제가 아니라, 1심과 최종심으로 마무리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일본 정부는 WTO 분쟁 해소 절차에 강력하게 불만을 표시하면서, 미국 등과 협력해 WTO 개혁 작업에 진력할 전망이라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말레이시아가 중국과 협력하는 철도사업을 재개한다고요?
기자) 네. 중국이 지원하는 철도 건설을 재개한다고 12일 말레이시아 정부가 발표했습니다. 총 107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대규모 공사인데요. 당초 취소한다는 입장이었다가 갑작스레 계획을 바꾼 겁니다. 총리실은 이날 성명에서 “철도연결 사업을 되살리기 위해 중국교통건설(CCCC) 측과 협상을 해왔고, 이를 바탕으로 추가 협정에 조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취소하려던 걸 갑자기 되살리는 이유가 있나요?
기자) 건설비 감축이 확인됐다고 총리실은 설명했습니다. 사업 규모를 줄여서 비용 부담이 내려갔다는 이야기인데요. 30% 줄었다고 합니다. 이 같은 상황 변경은,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물밑 작업의 결과로, 전문가들이 풀이하는데요. 당초 계획보다 작게라도 사업을 재개하자고, 중국이 말레이시아 정부를 설득했다고 보는 겁니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해당 사업이 신속히 재개되길 바란다”고 이날(12일) 말했습니다.
진행자) 중국이 왜 이런 물밑 작업을 했다는 건가요?
기자) “중국이 변화를 만들어 내려는 것 같다”고 런던 킹스칼리지 중국연구소 케리 브라운 소장이 VOA 취재진에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급하게 서두르다가 어려운 상황에 맞닥뜨린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커지는 “회의적인 시각에 맞서” 불가피한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회의적인 시각이라는 게, 무엇에 대한 거죠?
기자) ‘일대일로’에 대한 겁니다. 일대일로는 아시아에서 아프리카, 유럽까지 이어지는 경제벨트를 만들자는 중국 정부의 구상인데요.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역점 대외 정책으로 추진해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말레이시아뿐 아니라, 각국에서 세부 사업 취소가 잇따르면서, 회의적인 시각이 확산됐는데요. 이런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중국 정부가 비용 부담을 줄여가며 말레이시아 정부의 마음을 돌렸다고 전문가들이 보고 있는 겁니다.
진행자)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할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기자) 이달 말에 중요한 행사가 있습니다. 오는 25일부터 사흘 동안 베이징에서 ‘일대일로’ 정상포럼이 열리는데요. 40개국 정상급 인사들을 포함한, 100여 개 나라 대표단이 참가한다고 중국 정부가 홍보한 상태입니다. 미국은 참가하지 않는데요. 이 포럼을 앞두고, 주요 사업 재개를 선포함으로써, ‘일대일로’ 구상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해설합니다.
진행자) 말레이시아 철도사업이, ‘일대일로’에서 그렇게 중요한가요?
기자) 일대일로 핵심 사업 중 하나로, 중국 정부가 꼽고 있습니다. 현재 '일대일로'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사회기간시설(SOC)을 확충하는 사업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단계인데요. 도로와 교량, 철도를 연결해 물류 기반을 닦는 겁니다. 특히 말레이시아 철도사업의 경우, 서부 해안과 동부 농업지대를 연결하는 700km 구간에 이르러, 가장 규모가 큰 축에 듭니다. 규모뿐 아니라, 전략적인 측면에서도 중국에 중요한 사업입니다.
진행자) 전략적인 면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기자) 말레이시아 연결 철도를 완공하면, 중국이 중동에서 원유를 사올 때 싱가포르를 거치지 않아도 됩니다. 싱가포르에는 미군 주둔지가 있기 때문에, 중국은 대체 육상 수송로를 꾸준히 모색해왔습니다.
진행자) 이 사업을 왜, 말레이시아가 취소했던 건가요?
기자) 부채 때문입니다. 지난해 재집권한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가 8월 베이징을 방문해 리커창 총리와 회담했는데요. “(이전 정부가) 불필요한 경제협력 사업을 위해 너무 많은 자금을 빌린데다, 갚을 여력도 없다”고 이 자리에서 말했습니다. 그리고 철도 건설과 천연가스관 연결 사업 취소를 중국 측에 통보했고요. 관련 공사를 전면 중단했습니다.
진행자) ‘일대일로’에 참가하면 부채가 늘어난다는 말인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이 ‘일대일로’ 대상 국가들에 투입하는 자금과 기술을, 그냥 주는 게 아닙니다. 차관 명목이라서, 언젠가 갚아야 할 빚인데요. 국제연구기관들은 중국의 이런 외교 행태가, 저개발 국가들을 옥죄고 있다고 꾸준히 비판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은 ‘일대일로’를 어떻게 보고 있나요?
기자) 중국의 국제사회 영향력 확장 시도의 일환으로, 미국 정부는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무부와 상무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 고위 당국자들이 줄곧 '일대일로'에 비판적인 견해를 밝혀왔는데요. 이런 가운데 홍콩 신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캐나다의 투자기관들이 '일대일로' 견제를 위한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12일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