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에서 전사한 미군을 기리기 위해 워싱턴에 세워질 ‘추모의 벽’ 건립 운동에 한국의 재향군인들이 적극 동참했습니다. 미군의 희생에 감사하는 한국민들의 마음을 전하고 미-한 동맹이 강화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이연철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대한민국재향군인회(향군)은 미국 워싱턴에 있는 한국전쟁기념공원 안에 세워질 ‘추모의 벽’ 건립을 위한 성금 모금운동을 벌여 5억2천여만원, 미화로 약 45만 5천 달러를 모았다고 밝혔습니다.
향군은 지난해 10월15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168일 동안 모금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진호 향군회장은 모금운동에 동참하게 된 계기를 묻는 `VOA'의 질문에, 워싱턴에 있는 한국전 참전비에 새겨져있는 문구를 언급했습니다.
[녹취:김진호 회장] “Our Nation honors her Sons and Daughters who answered the call to defend a Country they never knew...”
“우리 나라는 전혀 알지 못했던 나라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들을 지키라는 부름에 응한 우리의 아들과 딸들을 기린다”는 글을 보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됐다는 설명입니다.
김 회장은 3만 3천여 명의 전사자와 3천700여 명의 실종자 등 미군의 희생의 바탕 위에 한국이 세계 10대 경제강국으로 우뚝 섰다고 말했습니다.
[녹취:김진호 회장] “그야말로 한-미 동맹의 중요성, 그들의 뒷받침에 의해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다는 것을 항상 마음에 느끼고 있었는데...”
김 회장은 워싱턴 베트남참전비에는 6만여 명의 전사자 명단이 알파벳 순으로 잘 새겨져 있는 반면 한국전 참전비에는 명단이 없는 것을 보고 안타깝게 생각하던 차에 한국전쟁참전기념재단(KWVMF)에서 추모의 벽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모금운동을 전개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모금운동에 향군 회원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과 사회단체, 기업들도 적극 동참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습니다.
안찬희 향군 대변인은 성금을 낸 사람들 가운데 특히, 모든 회원들이 한국전쟁 참전용사들로 구성된 육종회와 베트남참전자전우회,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등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안찬희 대변인] “해리 해리스 대사께서는 계룡대에 가서 계룡대 장병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시고 거기서 받은 강연료 전액을 추모의 벽 성금으로 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안 대변인은 해리스 대사의 부친이 한국전쟁 참전용사라는 인연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추모의 벽 건립 사업은 워싱턴에 있는 한국전쟁기념공원 안에 둘레 50m, 높이 2.2m 의 유리벽을 설치해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미군 3만 6천여 명과 미군에 배속돼 함께 싸우다 전사한 카투사 8천여 명의 이름을 새겨넣는 사업입니다.
미 하원은 지난 2016년 2월24일 한국전 참전용사들을 기리는 추모의 벽 건립을 위한 법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고, 이어 상원도 같은 해 9월19일 만장일치로 이 법안을 채택했습니다.
[녹취:상원 입법서기] “H.R. 1475 a bill to authorize a Wall of Remembrance as part…”
이 법안은 같은 해 10월 7일 바락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발효됐습니다.
한국전 참전용사 출신인 샘 존슨 공화당 의원과 찰스 랭글, 존 모니어스 민주당 의원이 공동 발의한 이 법안은 미국의 젊은 세대들에게 이 전쟁을 기억하게 하고, 미-한 동맹을 더욱 굳건히 하는 계기가 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습니다.
다만 추모의 벽 건립 비용은 연방정부 예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명시해, 정부 예산이 아닌 기업이나 단체, 개인 등 민간으로부터 충당해야 합니다. 추모의 벽 건립에는 약 2천500만 달러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김진호 향군회장은 한국 정부 내에서 추모의 벽 건립과 관련한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진호 회장] “그 당시에 청와대 비서실장한테 얘기 듣기로는 대통령께서 약속을 하신 게 있고, 보훈처는 보훈처 대로 국회 예산을 요청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김 회장은 또 지난해 10월 5일 대통령 비서실장이 성금을 보내면서 이 사업의 성공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도 적극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지난해 6월26일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올린 글을 통해, “한국전쟁은 잊힌 전쟁이 아니다”라며 “워싱턴 D.C 한국전쟁기념공원 안에 추모의 벽 건립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지난해 10월10일 한국전쟁 장진호 전투 영웅 추모식에서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이 대독한 추모사를 통해, 워싱턴의 한국전쟁기념공원 안에 추모의 벽을 건립해 전몰장병들의 업적을 기릴 것이라고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김 회장은 추모의 벽 건립이 여러 가지 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진호 회장] “모든 참전용사와 그 가족들에게 자긍심을 주고, 지금 계속 한국에 주둔하고 가시는 분들에게도 한국 사람들이 그 분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고 한-미 동맹도 강화하는 여러 가지 다목적인 목적에서 보면 이것은 굉장이 큰 의미가 있고...”
김 회장은 오는 6월 워싱턴을 방문해 그동안 모은 성금을 한국전쟁참전기념재단에 전달할 것이라며,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모금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