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 취소를 지시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과의 `톱 다운’식 담판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힌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북한과 관련해 다소 긴 침묵 끝에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제재 취소는 무슨 의미인가요?
기자)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미-북 관계가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막고, 북한을 달래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잘 알려진 대로, 미국은 하노이 회담이 결렬로 끝난 이후 존 볼튼 백악관 보좌관이 전면에 나서 `빅 딜’ 수용을 압박했고, 이에 북한은 비핵화 협상 중단과 핵.미사일 시험 재개를 위협하는 것으로 대응했습니다. 양측의 `강 대 강’ 대치가 계속되는 상황이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 제동을 건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미-북 관계에서 관건은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이라는 게 입증된 셈이네요?
기자) 맞습니다. 하노이 회담 이후 볼튼 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이 강경한 대북 메시지를 전했지만, 이 것이 최종적인 미국의 대북 협상 원칙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없지 않았습니다. 결정권자인 트럼프 대통령의 침묵이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이번 일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언제든 미-북 관계와 비핵화 협상의 방향을 바꿀 수 있음을 입증했습니다.
진행자) 폼페오 장관이나 볼튼 보좌관이 강조해 온 `일괄해결’과 제재 문제에 대한 입장도 바뀔 수 있다는 건가요?
기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북한 문제에서 앞으로도 `톱 다운’식 접근을 계속해 나갈 것임을 밝힌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 여하에 따라 미국의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과 여러 차례 친서 교환을 통해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 그리고 협상 전망 등에 대해 확고한 생각을 갖게 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결정을 토대로 곧바로 북한과의 협상 재개 쪽으로 방향을 틀게 될까요?
기자)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제재 취소를 지시한 트위터 글을 올린 이후 또다시 북한과 관련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는데요, 일단 북한의 반응을 지켜볼 것으로 보입니다. 현 시점에서 관심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어떤 대북 발언을 할지, 그리고 볼튼 보좌관을 계속 북한 문제의 전면에 내세울지 여부입니다.
진행자) 공교롭게도, 지난 주말에는 볼튼 보좌관의 북한 관련 발언이 없었지요?
기자) 맞습니다. 볼튼 보좌관은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지난 주를 제외하고는 주말마다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를 통해 핵무기 외에 미사일과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의 전면적인 폐기를 북한에 요구했습니다. 볼튼 보좌관의 이런 요구는 비핵화 협상의 중단을 고려할 것이라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촉발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에 어떻게 반응할까요?
기자) 북한은 트럼프 행정부 내부의 기류 변화를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에 당장 반응을 보이지는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누구도 알지 못했던 앞으로의 제재를 취소한 데 대해 `생색내기’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재무부가 이미 발표한 제재의 취소를 지시했다면 그 파장은 크게 달랐을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북한이 앞으로도 `새로운 길’을 계속 모색할까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으로, 일단 최선희 부상이 위협한 극단적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합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움직임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이 것이 김정은 위원장의 `새로운 길’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북한은 대화 복귀든 협상 중단이든 미국의 방향이 좀더 확실해지기 전에 선제적인 결정을 내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북한이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철수했던 인원을 복귀시킨 조치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과 관련이 있을까요?
기자) 철수 원인이 분명하지 않았던 것처럼, 다시 복귀한 배경도 확실치 않습니다. 다만, 북측 인원의 철수가 미 재무부의 제재 발표가 있은 지 몇 시간 뒤에 결정됐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철회 지시가 나온 지 이틀 만에 연락사무소 복귀가 이뤄진 점은 주목됩니다. 정확한 배경과는 무관하게,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