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자금 86억 달러를 포함한 2020 회계연도 예산안을 내놨습니다. 2020년은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인데요. 정권 탈환을 노리는 민주당 후보 경쟁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앞서 나가고 있습니다. 이어서, 지난 1월 소매 판매가 예상 밖으로 늘었다는 소식, 전해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 보겠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2020 회계연도 예산안을 내놨군요?
기자) 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총 4조 7천억 달러 규모 2020 회계연도(2019년 10월~2020년 9월) 예산안을 11일 공개했습니다. 내년에 연방정부가 이만큼 돈을 써야하니, 심의해서 편성해달라고 의회에 요구한 건데요. 나라 빚을 줄이기 위해, 지출 감축에 초점을 맞춘 예산안이라고 백악관 관계자가 언론에 설명했습니다. 정부는 이번 예산안에 '더 나은 미국을 위한 예산(A Budget for A Better America)'이라는 이름도 붙였는데요. 심의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 소속 정당인 공화당과, 야당인 민주당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됩니다.
진행자)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는 이유가 뭡니까?
기자)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는 자금이 거액 포함됐기 때문입니다. 86억 달러를 배정했는데요. 장벽을 세우자는 공화당과, 그럴 수 없다는 민주당의 입장이 이전부터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예산안 처리를 못해, 지난 연말 이후 35일 동안 연방정부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 되는 사태를 빚기도 했는데요. 사상 최장기 셧다운이었습니다.
진행자) 최장기 셧다운까지 일으켰던 국경 장벽 갈등이 다시 벌어질 거라는 이야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민주당은 올해 예산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요청한 57억 달러 규모 장벽 건설 자금을 거부했습니다. 결국 배정된 금액은 13억 7천500만 달러였는데요. 원래 요청한 금액의 4분의 1도 못 미친 겁니다.
진행자) 그런데, 내년 예산안에 훨씬 많은 액수를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하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내년도 장벽건설 자금을 86억 달러로 잡았으니까, 올해 배정된 13억 7천500만 달러의 6배가 넘는데요. 내년에 대선이 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고 주요 매체들이 풀이하고 있습니다. 이번 예산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정책 강화에 대한) 유권자들과의 약속을 지킨 근거가 될 것”이라고, 정부 당국자가 `로이터' 통신에 밝혔습니다.
진행자) 장벽건설 자금 86억 달러 외에, 내년도 예산안에 어떤 것들이 들어있나요?
기자) 이민·세관 요원들과 국경통제 인력을 늘리는 자금도 포함돼 있습니다. 민주당은 이 부분에도 강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또 어디에 돈을 많이 쓰나요?
기자) 국방과 군인 복지 예산도 많이 늘려 잡았습니다. 전체적으로 5% 증액을 요구했는데요. 특히 제대군인 의료 지원 자금은 10%나 높였습니다. 또 사회간접자본 구축 비용도 2천억 달러 편성했습니다.
진행자) 지출 감축에 초첨을 맞췄다고 했는데, 지금까지는 돈을 쓰는 내용만 있네요?
기자) 지출 감축은 복지와 교육 분야에 집중됐습니다. 대표적으로, 직업교육 사업이나 대학생 학자금 지원 예산이 10% 줄었는데요. 트럼프 행정부는 앞서, 의료지원 프로그램인 ‘메디케어’나 사회보장연금 예산도 낮추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해외 원조 자금도 약 130억 달러 줄였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지출 감축을 추진하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나라 빚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국가부채가 2조 달러 이상 증가했는데요. 누적액이 22조 달러에 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산 당국은 연 5% 이상 지출 감축을 목표 15년 계획을 추진한다고 밝혔는데요. 이를 통해 오는 2034년까지 균형예산을 실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새 예산안에 대한 의회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장벽 자금 때문에 민주당이 반발하고 있습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민주당 상원 대표가 10일 공동성명을 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86억 달러 장벽 예산을 배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정부 예산안 대로 하면, “필수 사업에 대한 지출 감축 때문에, 미국의 안전이 저해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는데요. ‘트럼프 예산안’은 “예측했던 대로 위험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의회에서 의결이 쉽지 않겠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특히, 지난해 중간선거 이후 하원을 민주당이 장악했기 때문에, 예산안 원안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데요. 새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10월까지 끊임없는 여야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주요 매체들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내년 대선에 나설 민주당 후보군에 대한 최신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군요?
기자) 네. 내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도전에 맞설 민주당 후보군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나고 있는데요.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이오와 지역신문 ‘드모인 레지스터’와 `CNN' 방송이 9일 공개한 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전 부통령이 27% 지지율로 1위였고요. 샌더스 상원의원이 25%로 바짝 뒤따랐습니다.
진행자) 그 밖에 어떤 사람들이 있나요?
기자) 3, 4위에는 여성 주자들이 이름을 올렸는데요.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이 9%, 카말라 해리스(캘리포니아) 상원의원이 7%를 얻었습니다. 5위는 지지율 5%인 베토 오뤄크(텍사스) 전 하원의원이 기록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여론조사가 어떤 의미가 있나요?
기자)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대결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불출마를 선언한 뒤 처음 공개된 주요 여론조사 결과입니다. 아이오와주는 대선 후보 경선을 가장 먼저 치르는 곳인데요. 따라서, 아이오와 민심을 파악하면, 대선전 초반 흐름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습니다.
진행자) 아이오와주 경선이 언제 열리나요?
기자) 아이오와주 민주당 코커스(caucus ·경선투표)는 2020년 2월에 진행됩니다. 이제 1년도 안 남았는데요. 코커스에 참가할 의향이 있는 민주당원 401명에게 지난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이번에 공개된 겁니다.
진행자)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빠진 뒤, 바이든-샌더스 양강 체재로 초반 판세가 정리됐다고 볼 수 있는 거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특히 샌더스 의원의 상승세가 눈에 띄는데요. 얼마 전, 내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효과가 큰 것으로 파악됩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아직 출마를 공식화하지 않았는데요. 다음달쯤, 의사를 밝힐 것으로 주요 매체들이 예상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민주당 대선 주자 1위를 차지한, 바이든 전 부통령, 어떤 인물인가요?
기자) 델라웨어주를 대표하는 연방 상원의원을 오래 지냈는데요. 바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8년 동안 부통령으로 일했습니다. 소속 정당인 민주당은 물론이고, 공화당 정치인들과도 두루 허물없이 지내는, 워싱턴의 ‘마당발’로 통하는데요. 공화당 대통령 후보를 역임한 존 맥케인 상원의원이 지난해 타계했을 때, 영결식장에서 감동적인 추도사로 주목 받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민주당원들이, 바이든 전 부통령의 연륜과 경험을 높이 사고 있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의 오랜 정치경험을 지지 이유로 꼽은 응답자가 65%였는데요. 반면 31%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대선 후보로 나설 시기는 지났다고 지적했습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76세인데요. 내년 대선에 나서 당선된다면, 임기 도중 80세를 넘기게 됩니다.
진행자) 2위로 바짝 뒤따르고 있는, 샌더스 의원은 어떤 사람입니까?
기자) 샌더스 의원은 북동부 버몬트주 출신입니다. 풀뿌리 시민사회 운동가 이력을 가졌는데요. 연방 정계에 진출한 뒤, 갖가지 진보적 의제를 던져 주목 받았습니다. 무소속이지만, 지난 2016년 대선에서 민주당 경선에 참가해 막판까지 클린턴 후보와 경합했는데요. 다소 급진적이라는 평가 때문에, 중도 유권자들에게서는 거부감도 있습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 신문은 ‘버니 샌더스식 정치’가 2020년 대선을 규정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진행자) ‘샌더스식 정치’가 2020년 대선을 규정한다, 무슨 뜻인가요?
기자) 샌더스 의원이 주목받는 것을 지켜본 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너도나도 ‘좌향좌'하고 있다는 겁니다. 보다 더 진보적 의제를 들고 나오려고 경쟁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설명했는데요. 실제로 이번 여론조사에서 3위에 오른 워런 상원의원은, 아마존이나 구글, 애플 같은 대형 기술기업들을 해체하겠다는 공약을 내놨고요. ‘부유세’를 신설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지난 1월 소매 판매가 늘었다고요?
기자) 네. 1월 한 달 소매 판매가 전달보다 0.2% 증가했다고 미 상무부가 11일 발표했습니다. 전달인 작년 12월에는 1.6%나 떨어졌는데요. 이 같은 흐름에 따라, 전문가들은 잘해야 ‘제로(zero ·현상유지)’ 수준을 기대했었습니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증가세로 돌아선 건데요. 경기둔화 우려가 고조된 올해 초, 좋은 성적을 거둔 것으로 `블룸버그 통신' 등이 평가했습니다.
진행자) 0.2%면, 그렇게 많이 늘어난 것 같진 않은데요?
기자) 하지만 세부 항목을 들여다보면, 성적이 더 좋습니다. 상무부는 식품, 자동차, 자동차 부품, 집수리 자재 같은 품목을 빼고, 여타 소매 분야를 묶은 ‘컨트롤 그룹(control group)’을 별도 관리하는데요. 이것만 따지면, 1.1%로 판매 증가율이 훨씬 높습니다. 전달에는 2.3%나 감소했었습니다.
진행자) ‘컨트롤 그룹’ 통계를 왜 따로 관리하는 거죠?
기자) 앞서 말씀 드린 식품이나 자동차 관련 품목 등은 미국 생활에 필수불가결입니다. 돈을 쓰기 싫어도 써야 되는 건데요. 이걸 제외한 통계는 소비자들이 얼마나 지갑을 열어서 원하는 물건을 사는지, 여유를 나타내는 척도가 됩니다.
진행자) 이렇게 예상보다 잘 나온 소매 판매 통계가, 어떤 의미가 있는 겁니까?
기자) 소매 판매는 경제성장 주요 지표인 국내총생산(GDP)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특히 자유시장경제가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미국에서는, GDP에서 소비자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하는데요. 역시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한국의 경우 50% 정도에 머뭅니다.
진행자) 소매 판매가 늘면, 경제성장율도 높아진다는 말이군요?
기자) 맞습니다. 그런 공식이 지난해 통계에 극명하게 나타나 있는데요. 지난해에는 소매 판매가 막판에 줄면서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미국 경제는 작년 2분기에 연율 4.2%의 높은 성장을 했는데요.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장담한 대로, 오랜만에 통산 3%대 성장이 기대됐습니다. 하지만, 여름부터 조금씩 둔화되기 시작해 3분기 3.2%, 4분기 2.6%로 급격히 낮아졌는데요. 결국 통틀어 2.9% 성장에 머물렀습니다. 그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12월 소매 판매가 크게 줄어든 것이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늘어난 소매 판매 중에 특히 눈 여겨 볼 곳은 어디인가요?
기자) 건설재료 판매가 3.3%나 늘었습니다. 지난 2017년 9월 이후 최대 증가 폭인데요. 하지만 자동차· 부품 판매 2.4% 감소, 주유소 판매 2.0% 감소 때문에, ‘컨트롤 그룹’ 이외 품목 성적이 부진했던 겁니다. 또한 전자상거래와 통신판매 부문이 전달보다 2.6% 증가했는데요. 작년 1월에 비해서는 7.3나 늘었습니다. 2017년 12월 이래 가장 높은 성장세였습니다.
진행자) 일단 올해 미국 경제 전망에 좋은 소식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 1월 통계가 왜 이제야 나온 겁니까?
기자) 지난해 연말부터 진행된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 사태 때문입니다. 본래 한달 전에 나왔어야 할 통계가 지금 나온 건데요. 2월 통계도 보름 늦어져 4월이 돼야 나올 예정입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서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