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6자회담 참가국인 한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2차 정상회담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회담 결과에 따른 한반도 정세 변화가 자국에 어떤 영향을 줄지 예의 주시하고 있는 데요. 박형주 기자가 4개국의 관심사를 살펴봤습니다.
“남북 철도-도로와 경제협력 사업 등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다면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지난 19일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북한 비핵화를 견인하기 위한 상응 조치로 한국을 활용해 달라”면서 이런 요청을 했습니다. 한국 청와대는 ‘미국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길’이라고 설명했지만, 남북 경제협력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숨통이 트이길 바라는 속내도 담긴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판문점 선언’, ‘평양 선언’을 통해 광범위한 남북 경협 사업의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유엔 제재 등으로 실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판문점 비무장지대를 중심으로 진행됐던 남북 긴장완화 조치도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입니다.
그런 만큼 한국 정부는 이번 ‘하노이 정상회담’이 남북 관계 진전에 분수령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특히 상응 조치로 거론되고 있는 금강관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가 현실화될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또 올봄으로 예상되는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도 ‘하노이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성격과 내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발표가 미뤄지고 있는 미-한 연합군사훈련 재개 여부, 최근 쟁점이 됐던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 동맹 차원에서 조율해야 할 현안도 비핵화 협상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한국 정부는 지난 싱가포르 회담 전에는 종전 선언 참여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엔 “어떤 형태라도 비핵화를 가속하는 종전 선언은 환영한다”는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정상회담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기로 한가운데, 두 정상이 직접 만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해 최근 주목을 받았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두 번째 만남을 지켜보는 속내는 좀 더 복잡합니다.
아베 총리는 26일 “이번 미-북 정상회담이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싱가포르 회담 당시에도 일본은 최대 대북 현안인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을 강력하게 요구했지만, 북한의 반응은 없습니다.
나아가 아베 정부는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달라지는 한반도 안보환경에서 일본이 자칫 소외될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미국과 북한이 미 본토에 대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만 초점을 맞춘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북한이 일본을 제외한 한국, 중국, 러시아 등과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도 일본엔 큰 부담입니다.
아베 총리는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를 올해 외교 목표로 제시한 가운데, 양측 간 ‘물밑 접촉’ 움직임이 포착됐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없는 상황입니다.
미-일 정상은 20일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한 데 이어 미-일 외무장관도 ‘북한 비핵화가 실현될 때까지 대북 제재가 계속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과 일본은 오는 5월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 공식 방문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대북 제재에 동참하면서도, 미-북 대화 국면에서는 북한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국경을 맞대고 있어 경제, 안보에서 북한과 이해관계가 있는 두 나라는 미국과도 첨예한 현안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중국은 남중국해와 무역에서, 러시아는 중거리핵전력조약(INF)과 중동 문제를 놓고 미국과 현재 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중국과 러시아가 국경 지역에 설정한 제재가 매우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중국은 바로 옆에 대규모 핵무기가 설치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과 나의 만남을 지원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일찌감치 유엔 대북 제재 완화, 다자가 참여하는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 등을 주장한 중국과 러시아는 이달 초 차관급 회담을 열어 한반도에서 ‘공동 노력’을 약속했습니다.
또 하노이 회담을 앞두고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에 진전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두 나라가 각각 무역과 안보 문제로 미국과 여전히 충돌하는 상황인 만큼 이번 회담에서 극적인 진전이 나오는 것을 경계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년 동안 시진핑 주석과 4차례나 회담을 한 김 위원장이 이번 귀국길에 시 주석을 만날지 주목됩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도 3월 중에 정상회담을 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김정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올해 안에 정상회담을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