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협상 목표를 낮추지 않았다고 수잔 손튼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이 말했습니다. 손튼 전 대행은 북한은 미국 등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방식으로 비핵화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2차 정상회담에서는 비핵화 세부사항을 위한 절차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중국은 올해 한반도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하면서도, 대북 제재 등 유엔 안보리 결의를 준수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손튼 전 차관보는 지난 7월까지 국무부에서 한반도와 중국 등 동아태 관련 현안을 총괄했는데요, 박형주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2월 중순, 베트남 개최"가 거론되는데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손튼 전 차관보 대행) 베트남이 후보지 가운데 한 곳이지만 제가 언급할 수 없는 내용입니다. 장소가 이미 확정됐는지도 상당히 회의적이고요. 김 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고대하고 있고, 이런 맥락에서 중국도 방문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예측이 어렵습니다. 지난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도 봤듯이 회담 장소와 날짜와 관련해서는 북한이 '운전석'에 앉아 있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했다가 다시 추진했듯이, 정상회담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약간의 '소용돌이'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정상회담이 "임박했다"는 관측에 다소 회의적인 것 같군요?
손튼 전 차관보 대행) 올해 상반기는 상당히 임박해있습니다. 또 개인적으로도, 그동안 구체적인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던 비핵화 이슈와 관련해 진전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도 정상회담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하지만 미-북 간 실무회담이 진행되고 있다는 표면적인 징후는 없는데요. '물밑협상'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십니까?
손튼 전 차관보 대행) 어떤 '비밀회동'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서로 '소통'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러 외교 채널과 서신 교환 등 소통하는 방법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소통은 주로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한 실행계획에 집중되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의제와 관련한 구체적인 논의를 위한 실무협상은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주요 쟁점들이 정상회담 당일 논의될 것이라고 보지만, 그래도 정상회담 전에 실무협상이 진행되길 기대합니다.
기자) 미-북 양측은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놓고 서로의 행동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먼저 누가,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손튼 전 차관보 대행) 북한과의 협상에서 문제점은 북한이 일정, 내용, 회담 장소 등 모든 것을 통제하기 원한다는 겁니다.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통해 4개 항의 공동성명에 합의했는데 문제는 이 합의를 어떻게 진전시킬 것인가에 있었습니다. 왜냐면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이행 방법을 담은 실무 수준의 합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자신들의 방법으로 그것을 실행하기 시작했지만, 그것은 미국이 바라는 것과 같지 않았습니다. 물론 북한은 미사일 엔진 시험장과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등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자신들의 조치를 인정받고 상응 조치가 이뤄지길 바랐지만 솔직히 말해, 그런 조치가 상징적으로 가치가 있다고 할지라도, 미국 정부 등이 보기에는 보상을 받을 만한 비핵화 조치는 아니었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북한이 지금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손튼 전 차관보 대행) 가장 중요한 것은 비핵화와 관련해 아주 잘 짜이고, 구체적인 실무수준의 논의를 진행하는 겁니다. 하지만 싱가포르 회담 이후 우리는 지난 6개월 동안 실질적인 의미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시간만 낭비했습니다. 이젠 우리가 북한에 원하는 비핵화 조치는 무엇이고, 북한은 어떤 상응 조치를 기대할 수 있는지 등 세부사항을 논의할 수 있는 과정을 수립해야 합니다. 북한이 비핵화 결심을 증명할 수 있는 분명한 조치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그런 결심을 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예를 들어, 사찰단 수용 등과 같은 모든 사람이 동의할 수 있는, 초기 조치로서 아주 중요한 것들이 있습니다.
기자)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부분 폐기와 관련한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도 있는데요, 트럼프 행정부가 현재 집중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보십니까?
손튼 전 차관보 대행)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은 장기적으로 실무 수준에서 논의해야 할 분명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핵무기 운반 수단인 미사일 프로그램과 핵 프로그램 모두 논의해야 할 대상입니다. 핵물질에 대한 논의 없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만 초점을 맞춘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자) 폼페오 국무장관이 최근 '비핵화'라는 표현 대신 "미국에 대한 위협 제거"란 말을 자주하는 것을 놓고 트럼프 정부가 ICBM 제거 쪽으로 협상 목표를 낮춘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동의하십니까?
손튼 전 차관보 대행) 저는 목표를 낮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완전한 비핵화는 처음부터 핵심 목표였습니다. "미국인에 대한 위협을 낮춘다"는 폼페오 장관의 말에서 위협은 여러 구성 요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북한으로부터 직접적인 위협이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계속 유지했을 때 핵확산, 국제 비확산 체제 등의 관점에서 비롯되는 많은 간접적인 위협도 있습니다. 따라서 폼페오 장관의 발언은 미국인을 청자로 한 일반적인 표현으로,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 않습니다.
기자)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미국 정부가 달성해야 할 '최소 목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손튼 전 차관보 대행) 비핵화와 관련한 세부사항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과정을 즉시 수립하는 겁니다. 냉정히 말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모두 핵과 미사일 전문가는 아닙니다. 단 몇 시간의 회담으로 필요한 비핵화 절차와, 상응조치가 무엇인지 세부 사항을 논의할 수 없습니다. 이런 세부 사항은 양측에서 권한을 부여한 실무수준의 교섭을 통해 진행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문제는 바로 이 부분이었는데,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서 이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와 관련해 "우리가 매우 확실한 증거를 얻을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완전한 비핵화까지 제재를 유지한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존 입장이 달라진 걸까요?
손튼 전 차관보 대행)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긴 과정에서 이제 막 시작 단계에 있습니다. 북한은 경제 발전을 이루고자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결의는 북한이 모든 핵무기를 포기할 때까지 제재를 해제할 수 없다는 겁니다. 즉 북한이 진정으로 비핵화 결심을 했고, 국제사회의 모두에게 이런 결심을 명확히 나타낼 수 있는 조치를 북한이 취할 때까지 제재를 유지한다는 겁니다. 북한이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은 지금 상황에서 제재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냐고 묻는 건 단지 '추론적인 질문'일 뿐입니다.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주 북-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위해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십니까?
손튼 전 차관보 대행) 중국은 앞으로 한반도에서 전개될 일이 자신들의 장기적 안보 이익에 본질적으로 중요한 요소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중국은, 기본적으로 한반도 안보 문제와 관련해 해결책이 무엇이든지, 여기에 개입함으로써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려고 하고 있습니다. 또 안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함께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일단 단기적으로 중국은 제재를 포함해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계속 이행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기자) 중국은 최근 미국으로부터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도움을 주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2019년 중국의 움직임은 어떨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손튼 전 차관보 대행) 중국은 그 동안 북한의 핵 프로그램 문제와 관련해 자신들이 책임 있는 '플레이어'로 보여지길 원했고, 외교적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와 함께 계속 협력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또 외교적 방법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동시에 중국에겐 북한의 발전과 안정, 또 북한은 물론 한국과의 관계도 중요 관심사입니다. 중국은 북한의 경제 발전에 관심이 있고, 이를 통해 접경지역에서 협력할 수 있는 더욱 안정된 협력국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중국은 김정은의 방중 기간 북한 경제 개방과 관련해 어떤 가능성이 있으며, 어떻게 경제 발전을 이룩할 수 있는지 설득하고, 교육하는 데에 큰 관심을 뒀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그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시간이 말해주겠지만, 그것이 분명히 중국의 목적 가운데 하나입니다.
기자) 김정은 위원장의 전격적인 중국 방문이 미-중 무역협상이 베이징에서 진행되는 와중에 이뤄졌습니다. 미-북 협상과 미-중 무역협상에 어떤 역학관계가 작용한다고 보십니까?
손튼 전 차관보 대행) 중국은 그 동안 북한 문제에 대한 협력과 무역 협상을 별개로 진행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습니다. 또 중국은 분명히 그렇게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과 중국의 무역 관계는 협상 궤도로 접어들었고, 또 합의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양국의 교역과 경제 관계가 파탄 나고, 양국 관계가 급속히 악화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중국이 그렇게 하고 싶어도, 북한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함께 아주 긍정적인 관계를 지속하기는 몹시 어려울 것으로 생각합니다.
기자)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다자협상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제안을 수용할 수 있을까요?
손튼 전 차관보 대행) 북한 비핵화와 앞으로 진행될 외교적 논의에 관심 있고, 또 실제로 관여하고 있는 '플레이어'가 많습니다. 하지만 당분간 유엔 안보리 밖에서 어떤 틀을 갖춘 다자 형식의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지 않습니다. 물론 앞으로 협상이 잘 진행되고, 다양한 국가들의 역할과 조치들이 논의되는 과정이 있다면, 그때는 여러 나라가 공식적으로 관여하는 형식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재는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모두 각자의 채널이 있습니다. 또 미국도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여러 비공식 조율을 진행하고 있지만, 현재 공식적인 다자협상은 없습니다.
기자) 지난 7월까지 국무부에서 일하셨는데요, 북한과 협상하는 행정부 내부의 분위기가 궁금합니다. 먼저, 일부 언론이 보도한 것처럼 폼페오 국무장관은 김영철 북한 부위원장을 협상 상대로 꺼려합니까?
손튼 전 차관보 대행) 개인에 대한 '호불호'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가 협상을 진전시키는 데에 효율적인 교섭 상대인지가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폼페오 장관은 일이 진척되지 않는 데에 대해 아마도 좌절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중요한 문제는 북한 정부 내에 이 문제의 세부 사항들에 대해 효과적인 논의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느냐는 겁니다. 사실 북한 정부 안에 핵 문제와 관련해 협상을 진행하는 데 익숙한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또 지금 우리의 대화 상대가 과연 논의를 진행하고 진전을 이룰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인지 분명히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폼페오 장관은 이런 맥락에서 좌절감을 느끼고, 또 자신의 협상 상대가 진전을 바라지 않는다고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북한 측의 협상 상대를 고르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북한은 운전석에 앉아서 이런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과 국무부 관리 등이 대북 접근과 협상 방법을 놓고 '불협화음'을 보인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혹시 전 동료들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들으신 적이 있습니까?
손튼 전 차관보 대행) 잘 모르겠습니다. 김정은의 의도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들이 있지만, 전체적인 목표와 과정에 대해서는 그리 큰 이견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김정은과의 합의가 가능한지 회의적인 시각에도 그 정도가 다양하겠지만, 이런 차이는 정상적인 것으로 봅니다. 개인적으론, 협상에 직접 관여하는 사람들은 전망에 대해 좀 더 긍정적인 입장을 유지하는 경향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전체 과정에 대해 좀 더 회의적인 것 같습니다. 이건 정상적인 겁니다. 제가 그 동안 일했던 역대 모든 정부에서도 그랬습니다. 지금 정부에서는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김정은의 비핵화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인 것은 잘 알려졌습니다. 솔직히 많은 사람이 회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정은은 이런 사람들의 회의적 시각을 무안하게 만들 그 어떤 조치도 아직 하지 않았습니다.
기자) 북한과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한 이후, 손튼 전 대행을 포함해 조셉 윤 대북정책 특별대표 등 경험 많은 관리들이 정부를 떠났습니다. 또 스티븐 비건 특별대표는 아직도 북한 측을 만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 북한을 다룰 역량과 인재들이 충분한 상황인가요?
손튼 전 차관보 대행) 많은 사람이 있지만, 경험 부족이 지난 정상회담 이후 6, 7개월 동안 시간을 낭비하게 했습니다. 아마도 많은 계산 착오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그것을 반복하면서 시간을 낭비했습니다. 지난 여름에 일련의 진지한 과정을 밟을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당시 적절한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었다면, 그런 일이 가능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지금 이런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고, 정상회담이 가까이 왔으니, 이번에는 정상회담 이후 시간을 좀 더 지혜롭게 사용하기를 바랍니다.
기자) 그동안 대북 접촉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앤드류 김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도 최근 사퇴했습니다. 후임자는 어떤 인물인지 들으신 게 있습니까?
손튼 전 차관보 대행) 후임자가 임명됐고, 앤드류 김이 그를 북한과 한국의 교섭 상대에게 소개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후임자는 이 문제와 관련한 깊이 있는 배경이 없습니다. 때문에 이 후임자가 앤드류 김이 했던 그런 역할을 계속하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기자) 끝으로,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셧다운 사태, 시리아 철군, 민주당 하원 장악, 러시아 스캔들 특검, 그리고 2020년 선거 등 국내 정치적으로 다뤄야 할 현안이 많습니다. 이런 대통령의 상황이 대북 협상에 영향을 미칠까요?
손튼 전 차관보 대행) 물론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북한 문제에 집중하기 어려운 시간을 가질 것입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을 하고, 이어 전문적인 실무 협상이 진행되는 절차에 착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진행 상황을 계속 감독하되, 개인적으로 관여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수전 손튼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으로부터 2차 정상회담 등 향후 미-북 협상 전망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박형주 기자의 인터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