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의 스포츠 이야기 전해드리는 ‘주간 스포츠 세상’입니다. 얼마 후 새해를 맞습니다. 올 한 해 스포츠계에도 많은 일이 있었는데요. 월드컵 축구도 있었고, 겨울철 올림픽도 열렸습니다. ‘주간 스포츠 세상’ 오늘은 연말 결산으로, 2018년을 들썩이게 한 스포츠 이야기 네 가지를 정리했습니다.
"러시아 월드컵 축구대회"
4년마다 열리는 지구 최대 축구 행사, ‘피파(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이 지난 여름 러시아에서 진행됐습니다.
프랑스가 20년 만에 우승했는데요. C조 1위로 16강 토너먼트에 나간 뒤,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 벨기에를 차례로 꺾었습니다. 프랑스 선수들은 경기마다 최강의 전력을 과시했는데요.
19살 공격수 킬리안 음바페와 앙투안 그리에즈만이 빠른 발로 전방을 휘젓는 가운데, 중원에선 폴 포그바와 은골로 캉테가 탄탄하게 받쳤습니다. 여기에 철벽 수비까지 더하면서, 1998년에 이어 두 번째, 프랑스를 월드컵 정상에 올렸는데요.
당분간은 프랑스가 세계 축구를 지배할 것으로 대부분 전문가들이 예상합니다.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세대교체에 완벽하게 성공했기 때문인데요. 특히 음바페는 이번 대회 활약을 바탕으로, 앞으로 가장 주목해야 할 선수가 됐습니다.
[녹취: 축구장 관중 함성]
결승에서 아쉽게 프랑스에 패한 크로아티아는 ‘졌지만 지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준우승 만으로도, 이번 대회 가장 놀라운 활약을 펼친 팀으로 꼽히는데요.
대회 시작 전만 해도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약체였기 때문입니다. 경기마다 이변에 이변을 거듭하면서 강호들을 물리치고 결승까지 오른 건데요.
특히 8강전에서 개최국 러시아와 맞닥뜨린 장면은 크로아티아 선수들의 기세가 어느 정도였는지 확실하게 보여줬습니다. 전·후반 2대 2로 비긴 뒤 승부차기를 벌였는데요. 러시아 축구팬들의 일방적인 함성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크로아티아 선수들은 4대 3으로 승리를 가져갔습니다.
프랑스와 크로아티아가 이렇게 기세를 올리는 동안, 전통적인 축구 강호들은 이름값을 못했습니다. 많은 스포츠 도박사가 우승 후보로 지목했던 브라질과 독일, 스페인, 아르헨티나, 포르투갈은 4강에도 오르지 못했는데요.
1930년 월드컵이 시작한 이후 브라질과 독일, 아르헨티나가 동시에 4강 진출에 실패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게다가 독일은 16강 토너먼트에도 못 나가고, F조 최하위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는데요. 독일이 월드컵 16강에 못 나간 건 1938년 프랑스 대회 이후 80년 만입니다.
특히 한국과의 F조 마지막 3차전에서 0대 2로 독일이 완패한 장면은, 월드컵이 끝난 뒤에도 두고두고 스포츠 방송들의 전파를 탔습니다. 독일은 4년 전 브라질 월드컵 우승팀이라 이번 대회 부진이 더욱 뜻밖인데요.
아시아에선 유일하게 일본이 16강에 진출해 체면을 살렸습니다.
일본 대표팀은 월드컵 역사상 아시아 국가 최초로, 남미 팀을 꺾었는데요. H조 1차전에서 콜롬비아를 맞아 2대 1 극적인 승리를 거뒀습니다. 이번 대회 가장 큰 이변 중 하나로 꼽히는데요. 일본 언론은 경기 장소인 러시아 중부도시 이름을 따 '사란스크의 기적'이라고 보도했습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역시 4년마다 열리는 최대 겨울 스포츠 행사, 동계올림픽이 지난 2월 한국에서 펼쳐졌습니다. 강원도 평창과 정선, 강릉 일대에서 17일 동안 열전을 벌였는데요.
[음악: 올림픽 테마]
미국 대표팀의 활약이 두드러졌습니다. 스노보드와 스키 등 설상 종목은 물론, 아이스하키를 비롯한 빙상에서도 골고루 좋은 성적을 거뒀는데요.
특히 스노보드 여자부 하프파이프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로 금메달을 차지한 클로이 김은, 미국과 한국 언론에서 동시에 조명 받았습니다. 한인 2세로, 미국 이민 사회 성공 사례가 부각된 건데요.
워싱턴의 국무부 브리핑과 연방 의사당 회의 중에도 클로이 김의 이름이 거론될 정도로 선풍적인 관심을 모았습니다.
[녹취: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 “…and by the way, Chloe Kim last night, how great was she? Aren’t these girls amazing, what they can do on the snowboards? So we’re certainly cheering them on….”
미국의 자매 아이스하키 선수, 한나 브랜트와 마리사 브랜트도 특별한 주목을 받았습니다. 둘은 모두 미국인이지만, 한 명은 미국, 다른 한 명은 한국 대표로 평창 올림픽에 나선 독특한 사연인데요.
동생 한나는 미국에서 태어났고, 언니 마리사는 어릴 때 한국에서 입양됐기 때문입니다. 마리사 브랜트가 VOA와 인터뷰에서 한 말, 들어보시겠습니다.
[인터뷰: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 마리사 브랜트] “When I got the call to go try out for the team I said ‘yes’ right away just because I wanted to be able to go back to Korea and learn more about my roots and heritage and see the country.”
처음 한국 대표팀에서 오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전혀 망설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양부모의 품에 안겨 미국으로 건너온 당시 불과 생후 4개월이어서 한국에 대한 기억이 아무것도 없지만, 뿌리를 둔 나라를 대표할 수 있다는 생각에 흔쾌히 결정했다는데요.
마리사 브랜트가 참가한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에는 북한 선수들도 합류했습니다. 북한이 평창올림픽에서 뛰기로 하면서 남북한 단일팀이 결성된 건데요.
[녹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2018 신년사] “우리는 대표단 파견을 포함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북한은 5개 세부종목에 22명에 달하는 자체 역대 최대규모 선수단을 파견하면서 세계 언론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평창올림픽은 개최국인 한국과 북한의 관계를 해빙 국면으로 이끄는 결정적인 행사가 됐는데요.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새로운 방향으로 가는데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두 나라 최고위급 인사들이 평창에 모였기 때문인데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부부와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올림픽 경기장 귀빈석 앞뒤 줄에 앉았습니다.
이들이 동시에 한국에 머무는 동안 별도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여는 징검다리가 됐습니다.
"로저 페더러, 테니스 메이저대회 20승"
연초에는 스위스의 로저 페더러가, 세계 테니스 역사를 새로 썼습니다. 4대 주요대회를 가리키는 ‘메이저’ 대회에서 사상 최초로 스무 번째 우승한 건데요.
페더러는 지난 1월 말,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크로아티아의 마린 칠리치를 3대 2로 꺾고 우승컵에 입을 맞췄습니다.
[녹취: 로저 페더러 경기 현장음]
이 대회 개인 통산 6번째 우승이었습니다. 이로써 ‘윔블던’ 우승 8차례, ‘US오픈’ 5차례, ‘프랑스오픈’ 1차례까지 메이저 20승을 기록한 건데요.
페더러 다음으로는 스페인의 라파엘 나달이 메이저 우승 회수를 뒤따르는 중입니다. 하지만 아직 차이가 커서, 조만간 페더러를 앞지를 선수가 나오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한편, 올해 호주오픈에서는 정현이라는 한국 선수가 주목받았습니다. 당시 만 21세이던 대학생 정현은 내로라하는 유명선수들을 잇따라 격파했는데요.
특히 16강전에서 세르비아의 강호 노바크 조코비치를 3대 0으로 완파하면서 전 세계 테니스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정현은 8강을 거쳐 준결승에서 페더러와 만났는데요.
경기 도중 발 부상으로 기권했습니다. 정현이 비록 페더러를 이기지는 못했지만, 장래가 촉망된다고 주요 언론이 평가했는데요.
뉴욕타임스는 “페더러와 조코비치 등이 은퇴한 뒤 테니스계의 카리스마(권위적 지배력) 공백을 채워줄 선수”라고 정현을 소개했습니다.
테니스는 ‘정구’라고도 부르는데요. 그물망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서 라켓으로 공을 쳐 넘겨 점수를 내는 경기입니다.
"루카 모드리치 발롱도르 수상"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달 초에는, 연간 가장 크게 활약한 축구선수에게 주는 ‘발롱도르(Ballon d'Or)’ 역사에 큰 이정표가 섰습니다.
월드컵에서 크로아티아의 준우승을 이끈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가 2018 발롱도르 수상자가 됐는데요.
세계 축구의 양대산맥으로 군림해온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나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가 아닌 선수가 이 상을 받은 것은 10년 만에 처음입니다.
모드리치의 올해 맹활약은, 오랜 전쟁에 시달려온 크로아티아 국민들에게 희망을 줬는데요.
[녹취: 루카 모드리치 발롱도르 수상 소감] “I would change[exchange] all my individual awards for the World Cup. Unfortunately it didn’t happen, even this success that we achieved at the World Cup for such a small country as Croatia is something amazing. But, like I told you, I would change all of this for the World Cup.”
모드리치는 발롱도르 수상에 만족하지 않고, 월드컵 우승을 고국에 안기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는 소감을 밝혔습니다.
‘주간 스포츠 세상’, 오늘은 2018년 스포츠계 결산해드렸습니다. 한 해 동안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9년에 다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