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독자 제재 선박 일부가 자국으로 돌아가면서 다른 나라 바다에서 운항 중인 선박이 열흘 만에 4척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 부산에 4개월 가까이 머물던 러시아 선박도 출항 기록을 남겼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대북제재를 받고 있는 선박 101척 중 자국이 아닌 다른 나라 항구나 공해상에서 발견된 선박은 4척입니다.
VOA가 30일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을 통해 미 재무부의 제재 대상 선박들의 최근 일주일 사이 위치 정보를 확인한 결과 벨리즈 선박인 ‘보스윈7’ 호와 파나마의 ‘후아 푸’ 호, 러시아의 ‘넵튠’ 호, 북한 선박인 ‘철봉산’ 호가 국제 공해상 등에서 포착됐습니다. .
이들 선박들은 모두 중국 근해를 운항 중이거나, 중국 항구에 정박한 상태였습니다.
앞서 VOA는 지난 19일 7척의 미 제재 선박이 다른 나라 항구와 공해상에서 발견됐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선박들이 자국으로 돌아가고, 마카오 앞바다에서 발견됐던 코모로스 선박 등이 자취를 감추면서 운항 중인 제재 선박의 숫자가 줄어든 겁니다.
또 일본 앞바다에서 항해하던 북한 선박들도 더 이상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통한 신호를 보내지 않으면서 공해상에서 포착되지 않고 있는데, 제재 대상인 또 다른 북한 선박들이 나타나면서 사라진 선박들의 자리를 채웠습니다.
자국으로 돌아간 선박 중에는 지난 8월21일 미 정부의 제재 명단에 오른 이후 3개월 넘게 한국 부산항에 머문 ‘세바스토폴’ 호와 최소 2차례 부산항에 입항 흔적을 남긴 ‘패티잔’ 호도 있습니다.
‘세바스토폴’ 호의 경우 ‘마린트래픽’ 지도 상에는 지난 22일을 기준으로 부산 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지만, 한국 해양수산부의 선박입출입현황 자료에 따르면 이 선박은 지난 29일 오후 8시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항을 향해 출항했습니다.
지난 9월 부산에서 급유를 한 뒤 떠났던 ‘패티잔’ 호도 지난 19일 재입항해 급유를 마치고 다음날인 20일 러시아로 떠난 기록을 남겼습니다.
이들 선박들의 입출항 문제에 정통한 한국의 유기준 국회의원은 29일 VOA에, 이들 두 선박이 출항을 하는 과정에서 미 재무부의 추가 제재를 우려한 한국 세관 당국과 관련 업체들로 인해 급유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습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세바스토폴’ 호는 지난 8월 수리를 목적으로 부산에 입항했다가 이후 수리비 미지급 문제로 한 때 발이 묶였습니다. 이후 이달 초 이 문제를 해결한 뒤 출항을 시도했지만 한국 정유회사들이 급유를 거부하면서 면세유보다 비싼 금액으로 유류를 구매한 뒤 떠났다고 유 의원은 전했습니다.
‘패티잔’ 호 역시 지난 9월 아무런 문제 없이 급유를 했지만, 이달 입항 때는 부산항에서 급유를 하지 못해 자체적으로 소량의 유류를 구해 러시아로 출항했다는 설명입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부산주재 러시아 영사관 측이 자국 선박의 출항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한국 부산세관에 항의를 하는 일도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20일 VOA에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충실히 이행해 나간다는 기본 입장을 견지하면서 미 독자제재에 따른 한국 기업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VOA가 조사한 선박들은 모두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의 특별지정 제재 대상(SDN) 목록에만 이름을 올렸을 뿐, 유엔 안보리의 제재 목록에는 등재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따라서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 입장에선 특별히 입항을 금지해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그러나 미 재무부는 20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독자 제재 선박들과의 거래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미 재무부 관계자는 “북한의 운송업계와 연관된 유엔과 미국의 제재를 설명한 북한 운송주의보를 검토할 것을 권고한다”면서 특별히 1번 부록에 수록된 내용들에 주목해달라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가 명시한 1번 부록에는 미국이 제재한 선박 등에게 상당량의 연료를 공급하거나 제공하는 사람에게 제재를 부과해야 한다며, 제재 선박과 거래할 때 따르는 위험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제재 전문가들도 최근 VOA에 미국이 독자제재 명단에 올린 선박들과 거래를 하는 기업 등이 ‘2차 제재’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 자문관을 지냈던 제재 전문가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입니다.
[녹취: 스탠튼 변호사] “...entity that is unloading the ship...”
제재 선박이 입항 후 벌이는 모든 활동은 ‘미국 달러’ 거래와 연관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선박의 하역 작업을 하거나, 주유를 하는 회사, 또 보험을 제공하는 보험회사들은 모두 미국 달러로 거래를 할 수밖에 없어, 궁극적으로는 미국의 금융기관과 연계된 계좌를 이용하게 된다고 스탠튼 변호사는 지적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올해 들어 선박과 운송회사 등을 집중 겨냥하면서 북한의 불법 해상 활동에 대한 근절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미 재무부는 올해에만 전체 제재 선박의 절반에 가까운 42척을 제재하고, 운송회사와 관련인들도 대거 제재 명단에 추가했습니다.
아울러 국무부는 지난 9월22일 별도로 언론성명을 발표해 북한의 선박간 환적 행위 근절을 위한 국제사회의 제재 이행 노력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으며, 지난 16일에는 영국 정부와 합동으로 해상 보험회사 관계자들이 참석한 관련 회의를 열기도 했습니다.
마셜 블링슬리 재무부 테러자금·금융범죄 담당 차관보는 지난 9월 미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열린 제재 관련 청문회에서 북한이 선박간 환적을 통해 유엔이 금지한 유류와 석탄을 거래하고 있다며 북한의 기만적인 해운 활동에 상당히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블링슬리 차관보] “We are very focused on deceptive shipping practices, in particular, and ship-to-ship transfers of oil and coal to get around the UNSC embargoes on those products. And you will have seen since August, nearly every single week we are targeting entities involved in helping North Koreans evade these sanctions.”
그러면서 미국은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돕는 행위자를 상대로 8월 이후 거의 매주 제재를 가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