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미국 정부가 멕시코 현지 불법이민 추방 예산 2천만 달러를 지원할 계획입니다. 심각한 경제난을 겪는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이고요. 이어서,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이 무역 갈등에 타격 받고 있다는 이야기,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미국이 불법이민 추방 예산 2천만 달러를 멕시코에 지원할 계획이라고요?
기자) 네. 미 국무부가 멕시코에 2천만 달러를 보내, 현지에 있는 불법이민자들을 추방하는 데 쓰도록 지원할 예정입니다. 관련 계획을 최근 의회에 통지한 것으로 뉴욕타임스와 CNN이 보도했는데요. “이 같은 자금 지원을 통해, 미국 남부 국경으로 유입되는 불법 이민의 흐름을 (멕시코 정부가) 차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통지문에 적었습니다.
진행자) 2천만 달러가 구체적으로 어디에 쓰이는 겁니까?
기자) 멕시코에 머물고 있는 불법이민자들이 중남미 출신국가로 돌아가도록 버스비, 비행기표 값 등을 지불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1만7천여 명의 추방을 집행할 수 있을 것으로 미국 정부는 기대하고 있는데요. 미 국무부와 국토안보부 관계자들이, 이런 내용을 담은 ‘이주자 제거 시범사업(migrant removal pilot)’을 이번 주 초 의회에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가 이런 사업을 계획한 이유가 뭡니까?
기자) 멕시코의 불법이민들은 대부분 멕시코가 목적지가 아닙니다. 미국으로 오기 위해 멕시코를 거치는 건데요. 멕시코 정부가 이 문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차례 지적했습니다. “멕시코 사람들이 우리 이민법을 비웃고 있다. 국경을 통해 마약과 불법이민이 흘러들어오는 것을 막지 않는다”고 지난 4월 ‘트위터’에 적기도 했는데요. 그래서, 멕시코 정부가 이민 단속을 강화하도록 자금을 일부 지원하는 겁니다.
진행자) 예산 지원 계획에 멕시코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멕시코 정부는 어제(13일) 성명에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예산 지원) 제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멕시코 정부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이민 현안에 미국 정부와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그럼, 조만간 자금을 집행해서 추방이 진행되겠군요?
기자) 그런데, 그렇게 되기에 문제가 있습니다. 지난 7월 멕시코 대선에서 승리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 당선인이 오는 12월 공식 취임하는데요. 차기 정부는 미국에서 자금을 받는 데 부정적입니다. 올가 산체스 코데로 내무장관 지명자는 “그 문제(2천만 달러 지원)는 테이블 위에 올려놓지 않고 있다”고 언론에 밝혔습니다. 미국과 논의할 의사조차 없다는 말입니다.
진행자) 두 달 반 뒤면 정권이 교체되니까, 새 정부의 의중이 중요한데, 왜 부정적인가요?
기자) 로페스 오브라도르 당선인은 이민 현안을 멕시코의 ‘주권 문제’로 파악합니다. “이민은 (멕시코 내부의) 사회적인 문제”라면서,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대선 당시 강조했는데요. 미국의 요구에 따라 중남미 출신 이주자들을 추방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외국 정부를 위해 더러운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약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앞으로, 미국과 멕시코 관계가 불편해지는 것 아닌가요?
기자) 그렇게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입니다. 멕시코에서 공화정 89년 만에 처음 출범하는 좌파 정부라, 당초엔 미국과 사사건건 부딪힐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는데요. 로페스 오브라도르 차기 정부는 대미관계에서 사안별로 공조한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이민은 독자적으로 챙기겠지만, 경제는 협력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는데요. 그래서 최근 미국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나프타)’ 개정 협상을, 캐나다에 앞서 멕시코가 먼저 잠정 타결한 것도, 차기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듣고 계십니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하고 있다고요?
기자) 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3박4일 국빈 방문을 위해 어제(13일) 베이징에 도착했습니다. 오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했는데요. 두 정상은 연대를 재확인하고, 이에 따라 양국 관계가 "국제협력의 모범"이 됐다고 마두로 대통령이 밝혔습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에 앞서,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허리펑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주임 등 중국 정부 주요인사들과 잇따라 회동했습니다.
진행자) 방문 주요 의제는 뭡니까?
기자) 경제 지원이 주요 의제로 올라있습니다. 베네수엘라가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기 때문에, 중국에 돈을 빌리러 간 것이라고 서방 언론이 공통적으로 설명하고 있는데요. 마두로 대통령은 출국 전날(12일) 국영텔레비전 연설에서 “큰 기대감을 안고 중국에 간다”면서 “경제 회복, 성장, 번영에 관한 성과를 안고 다시 만나자”고 베네수엘라 국민들에게 말했습니다.
진행자) 마두로 대통령의 방문 목적에, 성과가 있습니까?
기자) 네. 중국이 거액을 빌려주기로 했다고 베네수엘라 측이 밝혔습니다. 50억 달러 차관 제공에 합의한 것으로 시몬 세르파 베네수엘라 재무장관이 어제(13일) 블룸버그 통신에 밝혔는데요. 상환 조건은 현금이나 원유로, 편의에 따라 구성할 수 있는 것으로 설명했습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자세한 합의 내용을 곧 발표하겠다고 기자들에게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베네수엘라가 중국에서 돈을 빌리는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요?
기자) 네. 지난 7월에도 2억5천만 달러 차관을 들였는데요. 두 달여 만에, 당시의 20배에 달하는 액수를 빌리게 되는 겁니다. 이미 베네수엘라는 10여 년 전부터 700억 달러에 달하는 차관을 중국에서 제공받았고요. 가장 많이 돈을 빌려온 나라가 중국입니다.
진행자) 거듭 차관을 받는 이유가 뭡니까?
기자) 경제 위기 때문입니다. 베네수엘라는 원래 풍부한 원유 매장량을 바탕으로, 남미 최고 부자나라 중 하나였는데요. 최근 몇 년 사이 국제 유가 하락과,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가 겹쳐 상황이 어려워졌습니다. 외환 보유고가 크게 줄어 재정난에 봉착하면서, 물가가 급등했는데요. 먹을 것을 구하기가 어려운 상당수 국민들이 난민이 돼서, 브라질을 비롯한 이웃나라로 떠났습니다. 2015년 이후 베네수엘라 출신 난민 수가 16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유엔이 추산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제재까지 받고 있다고요?
기자) 네. 이 같은 경제 혼란 속에, 마두로 정부가 정치적으로 전횡을 일삼았기 때문입니다. 야당이 다수인 의회를 무력화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제헌 의회’라는 대체 조직을 만들었고요. 올해 6월 조기 대선을 치러 마두로 대통령이 재집권했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연합(EU)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고요. ‘민주주의 파괴’를 사유로 베네수엘라에 수차례 제재를 단행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가한 제재,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지난해 ‘제헌의회’ 출범 직후, 미 재무부가 마두로 정권 주변 인물들에 금융 제재를 가했습니다. 지난 6월 조기 대선 다음 날(21일)에도, 베네수엘라 국영기업이 발행한 모든 채권 거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했고요. 유럽연합(EU)도 비슷한 조치를 이어서 단행했습니다.
진행자) 결국, 경제가 어려운데 미국과 서방의 제재로 금융활동을 못하니까, 중국에 도움을 요청하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마두로 대통령은 중국을 “세계적인 강국”이라고 치켜세우면서, “중국과 관계를 개선하고, 확대하고, 심화할 것”이라고 텔레비전 연설에서 강조했는데요. 세르파 재무장관은 어제 왕치산 중국 국가 부주석과 면담한 뒤, "베네수엘라는 중국과 훌륭한 동맹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베네수엘라 경제가 어려워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는데, 중국은 왜 돈을 계속 빌려주는 거죠?
기자) 크게 세 가지 배경을 경제 매체들이 짚고 있습니다. 먼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현금이 아니라, 원유로 상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었는데요. 차관을 되갚는 용도의 원유는, 국제유가 보다 훨씬 싸게 값을 매깁니다. 그래서, 중국에서 볼 때 저렴한 기름을 들일 수 있어 이득이고요. 두 번째는, 채권 회수가 어려울 경우, 베네수엘라에 있는 주요 산업설비에 투자금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습니다.
진행자) 어떤 산업설비를 중국이 고려하고 있나요?
기자) 베네수엘라 경제난이 심화되면서 서방 기업들이 줄줄이 철수했는데요. 이들이 구축해놓은 설비들을 마두로 정부가 몰수했습니다. 다국적 석유회사 ‘엑손모빌’, 미국 식품회사 ‘켈로그’ 같은 대기업들의 생산· 가공시설이 현지에 남아있는데요. 이런 자산들과 관련된 이권이 충분히 투자가치가 있다고 중국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중국이 베네수엘라를 돕는, 나머지 한가지 이유는 뭐죠?
기자) 베네수엘라를 고리로, 주변 나라들에 영향력 확대를 모색하는 겁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이 대표적 ‘반미 국가’인 베네수엘라 지원을 통해, 중남미 반미연대 교두보를 마련하길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중국 정부는 어제(13일) 마두로 대통령 방문에 맞춰, 베네수엘라 정부에 대한 강력한 지지 의사를 밝혔습니다. “베네수엘라의 상황은 점점 나아지고 있고, (마두로) 정부도 정치·경제적 개혁을 활발히 도모하고 있다”고 겅솽 외교부 대변인은 말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중국에 진출해 있는 상당수 미국 기업들이 양국의 무역 갈등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군요.
기자) 네, '주중미국상공회의소(AmCham China)와 '주상하이미국상공회의소(AmCham Shanghai)'가 13일, 중국에 진출해 있는 430여 개 미국 기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 조사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응답 기업의 3분의 2 정도가 이미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 정부의 관세 조치로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5일까지 진행됐습니다.
진행자) 구체적으로 어떤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까?
기자) 네, 우선 조사에 응한 기업의 거의 50%가 생산 비용이 올랐다고 답했습니다.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 것 중의 하나가 저렴한 인건비 등 생산 단가가 낮다는 건데요. 생산 비용이 올라 타격을 입고 있다는 미국 기업이 절반에 달한 겁니다. 하지만 미국으로 공장 이전을 검토할 것이라는 응답은 6%에 그쳤습니다.
진행자) 중국 내 수요도 줄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40% 이상이 고객들의 수요가 줄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고 답했고요. 또 응답자의 절반가량은 전보다 까다로운 검사를 받거나 통관 절차가 지연되는 등, 강화된 규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진행자) 양국의 무역 갈등이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미국 기업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미국과 중국은 현재까지 500억 달러어치 상품에 25%의 관세를 주고받았는데요. 응답 기업의 64%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1차 관세 부과 조치로 부정적인 영향을 입었다고 답했습니다. 또 중국의 보복 관세로 자사가 피해를 봤다고 응답한 비율도 63%로, 비슷하게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미국은 지금 추가 관세도 예고한 상황이죠.
기자) 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이미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추가 관세를 예고한 상황이고요. 여기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2천670억 달러어치의 또 다른 추가 관세를 예고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미국의 재계 지도자들이 이를 우려하고 나선 거군요.
기자) 네, 에릭 정 주상하이미상공회의소 회장은 13일 성명에서, 관세 조치가 이미 미국 기업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추가 관세는 더 큰 피해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윌리엄 재릿 주중미국상공회의소 의장도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미국 기업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관세 부과 계획을 재검토하길 원한다고 말했는데요. 그러면서 "미국 정부는 누구에게도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는 반격과 재반격에서 비롯된 악순환의 위험을 무릅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지금 미국에서는 산업계 전반에 걸쳐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모임도 결성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소매업부터 농업, 장난감 제조업에 이르기까지 미국 내 60여 개가 넘는 산업 분야가 12일,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미국인(Americans for Free Trade)' 이라는 새로운 단체를 결성했는데요. 이들은 무역 전쟁이 결국 미국의 일자리를 없애고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가정 경제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조치 중단을 요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