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북한과의 2차 정상회담에 앞서 핵 신고서 제출과 시간표 설정 등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가 밝혔습니다. 비핵화 조치 없이 북한의 입지만 강화시켜준 1차 정상회담의 실수를 되풀이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영남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자주 혼용되는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비핵화’의 차이를 분명히 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부차관보] “We knew their position going into the summit was th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and we know that doesn’t mean the denuclearization. So one of the things that we should have held out for was North Korean leader prepared to come to the summit in Singapore and declare his commitment to denuclearization of the DPRK.”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11일 워싱턴의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에서 열린 토론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싱가포르 회담을 통해 강조한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의 비핵화’를 뜻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정은으로부터 받아내야 했던 약속은 ‘북한의 비핵화’였지만 누구도 북한으로부터 그런 말을 듣지 못했다는 겁니다.
따라서 미국은 2차 미-북 정상회담 이전에 북한이 한반도의 비핵화가 아니라 북한을 비핵화할 준비가 있는지 명확히 알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부차관보] “Before we go down the path of second summit, we need to have some clarity. Are the North Koreans going to commit themselves to denuclearization of DPRK. If they are what is the timeframe for that. Expressing hopes to the Ambassador Chung KJU reportedly did was not very substantial.”
아울러 북한이 비핵화 준비가 돼 있다면 분명한 시한을 제시해야 한다며 핵무기 개수, 플루토늄과 우라늄 보유량, 핵 시설 위치 등을 신고할 준비가 돼 있는지 확인한 뒤에야 회담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말한 것으로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내에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는 것을 ‘희망’한다는 발언은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내에 비핵화하겠다는 말을 미-북 적대관계 청산이라는 맥락에서 꺼낸 것을 문제 삼았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부차관보] “Why is that KJU when he mentioned the so-called denuclearization time table put it in the context of removal of hostility? We know what hostility means, North Koreans have defined that word for us. It means get rid of your alliance, remove your troops, remove your strategic assets, remove the nuclear umbrella, and then we will feel more secure we will no longer feel you are hostile.”
적대관계 청산은 곧 미-한 동맹 폐기와 주한미군과 전략자산 철수, 그리고 핵 우산 제공 중단을 요구하는 것과 같다는 지적입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과거 협상 자리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 등 북한 관리들로부터 적대관계에 대한 이 같은 정의와 인식을 직접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도 이런 결정을 내릴 준비가 되지 않았을 것이고, 그런 결정을 내려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트럼프 행정부가 폼페오 국무장관의 최근 방북을 취소한 이유는 북한이 앞서 설명한 비핵화 조치에 나설 준비가 되지 않았고 방북 자체가 실패할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부차관보] “Washington policy makers knew that if he went to Pyongyang, his mission was going to fail because North Koreans were not prepared to do that. So what has changed between the time of cancelation to Pompeo’s trip, and this consideration of second summit?”
그러면서 폼페오 장관의 방북을 취소했던 때로부터 2차 정상회담 개최를 조율하는 현 시점에 이르는 동안 무엇이 달라졌느냐고 반문했습니다.
따라서 미국은 이제라도 싱가포르 회담을 준비하던 상황으로 되돌아가 회담 이후 일어난 일과 일어나지 않은 일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부차관보] “We need to go back to the preparatory period before the summit in Singapore, and look at what happened and look at what didn’t happen. The United States gave North Koreans something that they have wanted for decades, meeting with the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They gave him stature, dignity, and importance on the international stage. And we gave North Koreans almost for nothing. That should not be repeated.”
당시 미국은 북한이 수십 년 동안 원했던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을 허용하면서 북한에게 위상과 존엄성, 그리고 국제무대에서의 중요성을 제공했지만 대가를 거의 받지 못했으며, 이런 상황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아울러 북한 최고 권력 기구들이 지난 7일 김정은에 보냈다는 서한 내용을 상기시켰습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김정은이 “평화수호의 강력한 보검을 마련해줬다”는 표현은 핵과 미사일 역량이라며 북한은 비핵화할 의도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