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 간 2차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미-북 두 정상의 통 큰 구상과 대담한 결단을 촉구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구체적인 비핵화 이행 조치에 합의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에서 이연철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11일 북한 핵 폐기를 위한 미국과 북한 양국 정상의 결단을 촉구했습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이제 북한이 보유 중인 핵을 폐기하는, 한 차원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가려면 다시 한 번 북-미 양국 정상 간의 통 큰 구상과 대담한 결단이 필요합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한반도의 비핵화는 기본적으로 미국과 북한 간의 협상으로 해결돼야 할 문제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핵 폐기를 실행해야 하고 미국은 상응 조치로 여건을 갖춰줘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은 그 과정에서 양국이 70년 간의 적대관계에서 비롯된 깊은 불신을 거둬내야 한다며, 미국과 북한 간 진정성 있는 대화가 조속히 재개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미국과 북한 간 대화와 소통이 원활해질 때까지 한국의 중재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도 제게 그러한 역할을 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다음주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다시 한 번 큰 걸음을 내딛는 결정적인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미국과 북한 간 대화의 교착도 풀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11일 2차 미-북 정상회담을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외교부는 이날 기자들에게 배포한 문자 메시지에서,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이는 남-북-미 정상이 합의한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 정착 진전을 추동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를 환영하고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구체적인 비핵화 이행조치에 합의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준형 한동대학교 교수는 미국과 북한 간 2차 정상회담 논의는 지난달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취소 이후 지속되고 있는 교착 상태를 정상 차원에서 해소하겠다는 의미라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김준형 교수] “실무진에 넘어갔던 모든 카드가 소진이 됐잖아요. 정상외교로 풀다가 실무진으로 넘어가서 제대로 안 됐으니까 정상에서 다시 재시도한다는 의미가 있죠.”
김 교수는 앞선 남북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 때처럼 정상 차원에서 대화의 모멘텀을 살려보겠다는 좋은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다음주 남북정상회담에서 다시 한 번 북한의 의지를 타진하고, 여기서 진전이 확인되면 폼페오 국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하는 순으로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조율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아직 미국과 북한 정상이 서로 합의할 수 있는 조건에 합의한 것 같지는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를 위한 초기 조치인 북 핵 신고와 종전 선언의 맞교환이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전체적으로 북한이 양보하는 구도가 될 것이라며, 만일 미국이 북한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서 종전 선언을 조금이라도 앞에 하는 방안에 합의한다면 북한이 매우 만족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신범철 안보통일센터장은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 논의와 관련해, 북한이 일정 정도 비핵화 조치를 취할 의지를 표시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그러한 의지 표명 없이 폼페오 장관이 방북한다거나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봐요, 미측에서는.”
신 센터장은 북한의 핵 신고 등 비핵화 이행 조치가 있어야만 미국이 북한을 만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실현된다면 비핵화와 관련한 북한의 진일보된 조치를 이끌어 내고, 미-북 간 신뢰 구축 조치로서 종전 선언을 합의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신 센터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이 신고와 검증, 폐기라는 비핵화의 일반 원칙을 받아들이도록 만들고, 북한의 비핵화 이행조치를 이끌어 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미국이 포괄적인 이야기 만으로 북한과 다시 정상회담을 한다면 오히려 비핵화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국가전략연구원의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제안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미국과의 협상이 깨질 것을 우려한 김정은 위원장이 협상의 모멘텀을 이어가려하는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그러면서, 2차 정상회담을 통해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를 벗어날 수 있을지 여부는 김 위원장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 지금 협상 교착 국면만을 벗어나서 자기들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하나의 술책으로 접근한다면 기대할 것이 없을 것이고, 정말 아니다, 내가 진정으로 핵을 내려놓고 비핵화의 실질적인 조치에 합의하겠다, 그러면 기대할 수도 있겠죠.”
문 센터장은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실제로 성사되기 위해서는 북한이 1차 정상회담 비핵화 합의의 후속 조치로서 구체적인 합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비핵화의 일정표와 신고, 검증, 폐기와 같은 구체적인 조치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 합의해야 한다는 겁니다.
문 센터장은 북한이 그같은 조치를 취하면 미국도 거기의 상응해 종전 선언과 평화 구축, 미-북 관계 개선 조치 등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