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다양한 스포츠 소식 전해드리는 ‘주간 스포츠 세상’, 오종수입니다. 야구 종주국 미국에서, 현장을 거쳐간 최고의 선수와 관계자들을 매년 뽑아 기념하는, ‘명예의 전당’ 헌액식이 지난주 뉴욕주 쿠퍼스타운에서 열렸습니다. 지난 1월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 투표로 선정된 4명, 그리고 ‘시대별 협회(Era Committees)’가 앞서 정한 2명까지, 총 6명이 영광의 주인공들인데요. 자세한 이야기 들여다보겠습니다.
[녹취: 야구경기 현장음]
지난 1990년대부터 2000년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전성기를 이끈 명타자 치퍼 존스(Chipper Jones), 그리고 워싱턴 D.C. 인근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활약한 홈런 타자 짐 토미(Jim Thome),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 등을 거친 라틴계 최고 타자 블라디미르 게레로(Vladimir Guerrero),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철벽’ 마무리 투수였던 트레버 호프만(Trevor Hoffman)이 기자단 투표로 선정된 4명입니다. 그리고, 통산 254차례 승리투수 기록을 가진 잭 모리스(Jack Morris), 1984년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 앨런 트래멀(Alan Trammell)이 시대별 협회를 통해 명예의 전당에 들어갔는데요.
이들 6명은 지난 일요일(29일) 쿠퍼스타운에 있는 클라크 스포츠센터에서 각자의 이름과 얼굴 부조가 새겨진 동판을 직접 설치했습니다. 기념 연설도 했는데요.
왼손으로도, 오른손으로도 안타를 줄기차게 때린 최고의 ‘스위치 타자(switch-hitter)’였던 치퍼 존스는, 아내의 배 안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 이름을, 명예의 전당이 있는 도시를 본 따 ‘쿠퍼(Cooper)’로 지었다면서 감격을 표현했습니다.
이날 메이저리그 공식 인터넷 사이트는 존스에 대해 “역대 스위치 타자 가운데 타율 3할, 출루율 4할, 장타율 5할 이상을 올린 유일한 선수”라고 소개했습니다. 양손을 다 쓰면서, 세 번에 한 번꼴로 반드시 안타를 치고, 열 번 타석에 서면 네 번 이상은 1루에 진출했다는 뜻입니다.
[녹취: 야구경기 현장음]
통산 612개 홈런을 친 짐 토미는 “명예의 전당에 들어왔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면서, “성공을 꿈꾸는 아이들이 실패를 받아들이고, 목표를 향해 단계적으로 전진하는 본보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는데요.
토미는 특히, 동시대에 활약한 배리 본즈와 마크 맥과이어 같은 선수들이 불법 약물의 힘을 빌어 홈런 기록을 쌓아나갈 때, 실력만으로 당당히 경쟁했습니다. 그래서, 본즈· 맥과이어와 대비되는 ‘깨끗한 홈런 타자’로 명성을 높였는데요.
토미는 이어진 헌액 연설에서 “야구는 아름답다. 평생 야구와 함께할 것"이라면서 “정직으로 행동한 결과는 인간이 해낼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약물의 유혹을 거부한 선수였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습니다.
[녹취: 야구경기 현장음]
토미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함께 뛰었던 한국인 선수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가 언론을 통해 축하 인사를 전했습니다. "짐(토미)은 쉬는 시간에도 야구밖에 몰랐다. 그리고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경험을 들려줬다"고 했는데요. 자신이 메이저리그에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며 감사했습니다.
이어서, 토미를 떠올릴 때마다 “내가 저렇게 대단한 선수와 함께 뛰었구나”하는 생각뿐이라며 감탄했습니다.
또 다른 홈런 타자, 라틴계 선수의 대표주자였던 블라디미르 게레로는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야수로 첫 명예의 전당 헌액자가 됐습니다. “이 무리(명예의 전당)에 속하게 돼 감사하다. 내게 정말 큰 의미”라고 소감을 밝혔는데요. 아들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둔 시점이라, 게레로의 현역 시절 활약이 다시 조명되는 중입니다.
게레로는 야구 방망이를 휘두르는 족족,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공을 날려보낼 수 있는 기술을 가져 ‘괴물’로 불렸는데요. 아들도 아버지를 닮아, 수비수가 없는 쪽으로 공을 때려 안타를 만드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15년 동안 샌디에이고에 머물면서, 파드레스의 9회를 책임졌던 트레버 호프먼은 명예의 전당에 들어간 게 '잭팟' 같다, 다시 말해 복권 1등에 당첨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시즌을 기준으로 지금까지 메이저리그에서 한 번이라도 뛰어본 선수는 1만8천여 명입니다. 이 가운데 ‘명예의 전당’에 들어간 사람은, 지난 1936년 첫 헌액 이후 220여 명에 불과합니다. 1%를 약간 넘는 수치죠. 대단한 영예인데요.
메이저리그 선수 외 감독과 구단주, 기자, 방송해설자들을 비롯한 야구인과, 예전 흑인 리그 참가자 등 여타 기념할 만한 선수들 약 100명이 함께 지금까지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주간 스포츠 세상’, 알쏭달쏭한 스포츠 용어를 알기 쉽게 설명해드리는, 스포츠 용어 사전입니다. 지난주 미국 스포츠 매체들에 ‘노히터(No-hitter)’라는 단어가 많이 나왔습니다.
명예의 전당 헌액식이 열린 지난 29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경기에서 ‘노히터’ 대기록이 나올 뻔했기 때문인데요. ‘노히터’ 혹은 ‘노히트 노런(No Hit No Run)’은, 투수가 성취할 수 있는 최고의 기록 중 하나입니다.
야구는 연장전이 없으면, 9회까지 진행하는데요. 매회 3명씩, 총 27명 타자를 아웃으로 잡아야 하는 한 경기 내내, 선발투수가 안타를 하나도 안 맞고, 점수도 한 점 안 주는 게 노히터입니다. 그만큼 어려운 기록인데요. 1년에 몇 차례 나오기 힘듭니다.
브레이브스 투수 션 뉴컴(Sean Newcomb)은 이날 경기에서 9회 2사까지 노히터를 지켜가다가, 다저스 타자 크리스 테일러에게 첫 안타를 맞아 눈앞의 대기록을 놓쳤습니다. 테일러를 아웃으로 잡았다면, 1994년 이래 20여 년 만에 브레이브스에서 처음 노히터를 해내는 것이었는데요.
이후 연속 안타를 맞으며 점수까지 내준 뉴컴이 구원투수에게 공을 넘겨주고 투수판에서 내려올 때, 경기장을 가득 메운 애틀랜타 팬들은 기립박수로 격려했습니다.
‘주간 스포츠 세상’, 미국프로야구 ‘명예의 전당’ 헌액식 이야기 전해드렸고요. ‘노히터’가 무슨 뜻인지도 알아봤습니다. 끝으로 노래 들으시겠습니다. ‘명예의 전당’이 있는 뉴욕주 쿠퍼스 타운은 야구의 ‘성지’라고 할 수 있는데요. 뉴욕 시내에 있는 양키스타디움과 이 곳을 이어서 방문하는 ‘성지 순례’를 위해 미국에 오는 세계 야구팬들이 많습니다. 프랭크 시내트라가 부르는 ‘뉴욕 뉴욕’ 전해드립니다. 다음 주에 더 재미있는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오종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