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다양한 스포츠 소식 전해드리는 ‘주간 스포츠 세상’, 오종수입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축구대회, 프랑스가 20년 만에 우승하면서 지난주 막을 내렸습니다. 유럽의 득세와 남미의 몰락. 그리고 유럽축구의 세대교체. 이번 대회를 이렇게 정리할 수 있는데요. 러시아 월드컵 결산, 함께 하시겠습니다.
[녹취: 축구경기 현장음]
개막 직전, 미국과 유럽의 스포츠 베팅(도박) 전문업체들은 브라질과 독일, 스페인, 아르헨티나, 그리고 프랑스를 우승 후보들로 꼽았습니다. 하지만 우승팀 프랑스 외에는 4강에도 오르지 못했는데요.
브라질과 독일, 아르헨티나가 동시에 4강 진출에 실패한 건 1930년 월드컵이 시작한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브라질은 월드컵 우승 5차례, 독일이 4차례, 아르헨티나가 2차례씩, 모두 전통의 강팀들인데요. 한꺼번에 상위권에서 사라지고, 대신 크로아티아, 벨기에, 잉글랜드가 신생 강호로 자리 잡았습니다.
[녹취: 축구경기 현장음]
우승팀 프랑스와 준우승 크로아티아, 3위 벨기에, 그리고 잉글랜드가 러시아 월드컵 4강을 이뤘습니다. 모두 유럽 팀인데요. 세계 축구의 양대 산맥이랄 수 있는 남미 팀들은 아무도 4강에 이름을 걸지 못했습니다. 네이마르가 이끄는 브라질, 루이스 수아레스를 앞세운 우루과이는 8강전에서 각각 벨기에와 프랑스에 져서 짐을 쌌고요. 리오넬 메시가 이끄는 아르헨티나는 이보다 앞선 16강전에서 프랑스에 막혀 대회를 마무리했습니다.
이렇게 남미팀들이 부진한 건 젊은 선수들로 세대교체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녹취: 축구경기 현장음]
우승팀 프랑스와 벨기에, 그리고 잉글랜드는 최소한 4년 뒤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상위권을 유지할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10대부터 20대 초반 선수들이 팀의 주축을 이뤘기 때문인데요.
그 중에서도 프랑스는 가장 완벽한 전력의 균형을 과시했습니다. 이번 대회 가장 주목 받은 19살 공격수 킬리안 음바페와 앙투안 그리에즈만이 빠른 발로 전방을 휘젓는 가운데, 중원에선 폴 포그바와 은골로 캉테가 탄탄하게 받쳐줬는데요. 여기에 철벽 수비까지 더해지면서, 1998년에 이어 두 번째 프랑스를 월드컵 정상에 올리며 전성시대를 예고했습니다.
[녹취: 축구경기 현장음]
벨기에도 강력한 공격력을 바탕으로 32년 만에 월드컵 4강이 됐습니다. 에당 아자르와 케빈 데 브라이너가 속도로 상대 수비진을 무너뜨리면, 최고 수문장 티보 쿠르투아는 실점을 최소화하는 승리 공식은, 어지간해서 상대 팀의 뚫을 수 없는 견고한 모습이었습니다. 총 4골로 이번 대회 득점 공동 2위에 오른 로멜루 루카쿠는 올해 25살로, 4년 뒤 득점왕에 오를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축구 종주국에 속해 전통의 강호였다가 최근 다른 유럽팀들의 활약에 가렸던 잉글랜드도, 젊은 선수들의 활약을 바탕으로 이번 대회에서 명예를 회복했습니다. 28년 만에 4강에 올랐는데요. 25살 해리 케인이 총 6골로 득점왕을 차지한 가운데, 키어런 트리피어도 잉글랜드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선수로 떠올랐습니다.
[녹취: 축구경기 현장음]
가장 놀라운 활약은 크로아티아였습니다. 약체로 평가된 크로아티아가 결승까지 올라, 프랑스와 우승을 다투리라고 예상한 주요 스포츠 전문 매체는 한 곳도 없었는데요. 대회가 끝난 뒤로는 찬사 일색입니다.
미국 스포츠 주간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유럽지역 예선을 플레이오프 끝에 겨우 통과한 크로아티아가, 러시아에서 매 경기 기적 같은 모습으로 승리를 이어갔다”고 평가했고요. 폭스스포츠(Fox Sports)는 ‘언더독(underdog)의 반란’이라는 한마디로 이번 대회 선전을 표현했습니다. 크로아티아의 활약 이후 동유럽 축구 전반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진 상태입니다.
[녹취: 축구경기 현장음]
아시아 팀들은 성적과 무관하게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8강 이상 올라간 팀은 없지만, 일본과 한국의 경기력에 세계 축구가 주목했는데요.
일본은 아시아 5개 팀 가운데 유일하게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했습니다. 이번 대회 3위를 차지한 강팀 벨기에와 16강 전에서 만나, 후반 중간까지 두 골 차로 앞서갔는데요. 뒷심 부족으로 2대 3 역전패했어도, 유럽 팀에 전혀 뒤지지 않는 기술과 속도를 보여줬습니다.
[녹취: 축구경기 현장음]
한국은 지난 대회 우승팀이자 피파(FIFA·국제축구연맹) 순위 1위, 독일을 물리치는 파란을 일으켰습니다.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막판 독일 수비가 벌어진 틈을 타 두 골을 뽑으면서, 한 골도 내주지 않았는데요.
독일은 한국에 패하면서 16강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독일이 월드컵 16강에 나가지 못한 건 지난 1938년 프랑스 대회 이래 8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인데요.
이 사건은 이번 대회 최대 이변 중 하나로 꼽히면서, 독일과 한국의 경기 장면이 주요 스포츠 매체에 반복 소개됐습니다. 독일전에서 마지막 득점을 하고, 앞선 멕시코전에서도 인상적인 중거리 골을 기록한 손흥민은 유럽 유수 축구 클럽이 다시 주목하는 선수가 됐습니다.
‘주간 스포츠 세상’, 알쏭달쏭한 스포츠 용어를 알기 쉽게 설명해드리는, 스포츠 용어 사전입니다. 예상치 못한 크로아티아의 활약을 ‘언더독의 반란’이라고, 앞서 전해드렸는데요. ‘언더독(underdog)’이란, 스포츠 종목 전반에서, 이길 가능성이 적은 약팀이나 약한 선수를 가리킵니다. 개 싸움에서 아래 깔린 개를 일컫는 말인데요. ‘언더독 효과(underdog effect)’라는 사회학 용어도 있습니다. 약자를 응원하거나, 약자에게 애착을 표현하는 대중 심리를 이렇게 말합니다.
‘주간 스포츠 세상’, 2018 러시아 월드컵 축구대회 결산했고요. ‘언더독’이 무슨 뜻인지도 알아봤습니다. 끝으로 노래 들으시겠습니다. ‘언더독들을 위한 사랑 노래(Lovesongs for Underdogs)라는 타냐 도넬리(Tanya Donelly) 음반에 있는 ‘Pretty Deep’ 전해드립니다. 다음 주에 더 재미있는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오종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