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대북제재 주의보’를 전격 발표했습니다. 북한이 제 3국을 이용한 불법 무역과 해외 노동자 파견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는 방식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관련 기관들의 주의를 촉구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무부는 23일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과 국토안보부 산하 세관국경보호국(CBP),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공동으로 총 17쪽짜리 ‘대북제재와 단속 주의보’를 발표했습니다.
제 3국 등을 이용해 여전히 이뤄지고 있는 북한의 대북제재 회피 행태를 조목조목 나열하면서, 북한의 제재 회피 행태를 통해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사업체와 개인들에게 주의를 촉구했습니다.
주의보는 특히 북한의 불법 무역과 해외 노동자 파견 문제를 중점적으로 주목했습니다.
먼저 불법 무역 분야에선 북한이 제 3국 업자로부터 하청을 받고, 원산지를 속이는 방식으로 자국 물품을 다른 나라 제품으로 둔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중국 회사가 북한의 기업과 하청 계약을 맺은 뒤 의류를 생산하고, 북한산 수산물이 제 3국으로 넘어간 뒤 재가공 절차를 통해 북한산이라는 흔적을 지우는 사례가 제시됐습니다. 또 북한에서 만들어진 일부 의류는 이런 과정을 통해 ‘중국산’이라는 표식이 붙기도 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보고서는 북한이 상품이나 광물을 시중 가격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판매한다며, 2014년과 2017년 사이 중국에 수출된 무연탄을 구체적인 예로 제시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이 중국 등 다른 나라 출신 파트너들과 수백 개의 합작기업을 만들었다며 의류와 건설, 소형가전, 숙박, 광물, 귀금속, 수산물, 섬유 산업 등에서 활동 중인 관련 기업들의 이름이 공개됐습니다.
여기에는 ‘나선 태화 회사’와 ‘청송회사’, ‘평매 합작회사’ 등 약 230개 회사가 등재됐습니다.
북한의 해외 노동자 파견 문제를 지적한 부분에서 가장 눈 여겨 볼 부분은 북한 국적자가 활동 중인 나라의 이름이 공개됐다는 점입니다.
주의보는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해 알제리와 앙골라, 적도기니, 가나, 세네갈, 싱가포르, 페루, 말레이시아 등 지난해와 올해 총 42개 나라에서 북한 노동자가 일을 하고 있으며, 농업과 임업, 의료, 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세부적으로는 쿠웨이트와 말레이시아 등 17개 나라가 건설 현장에서, 앙골라와 방글라데시 등 7개국은 정보산업(IT)에서, 또 네팔과 나이지리아 등 8개 나라는 의료 분야에서 북한 노동자를 고용 중이었습니다.
주의보는 해외 북한 노동자들에겐 임금지급 보류와 삭감, 체불, 현물로 대신 지급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일부는 현금으로 받은 임금을 귀국 후 북한 정부에 일시불로 납입하기도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노동자들은 통상 2~5년 계약을 맺는데, 임금 총액의 약 30%를 북한 정부가 선금으로 떼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노동자들은 은행 계좌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없고, 고용주는 노동자들의 여권을 보관하고, 비자와 같은 개인 서류를 압수하거나 파기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이번 주의보는 대북제재를 위반한 개인과 기관이 미국 정부의 처벌을 받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제재를 위반한 경우 거래 금액의 두 배 혹은 위반 1건 당 29만5천141달러의 벌금형이 내려질 수 있고, 동시에 형사법으로 기소될 수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국무부는 이번 조치를 발표하면서 “새로운 대북제재가 부과된 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난 6월12일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전념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밝혔듯 제재는 집행되고, 계속 유효할 것”이라며 “국제사회는 북한이 비핵화를 이룰 때까지 압박을 완화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북한을 겨냥한 ‘제재 주의보’를 낸 건 올해 들어 두 번째입니다.
앞서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은 지난 2월 국무부와 미 해안경비대와 함께 북한에 대한 ‘국제 운송 주의보’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당시 주의보는 북한과의 해상 거래에 연관된 개인 등이 제재될 수 있다는 점과 북한의 선박간 환적 행태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내용을 담았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