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방송 여기는 워싱턴입니다’ 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부지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 아동 격리 정책을 철회한 데 대해 엇갈리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적절한 조처라며 환영하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에, 완전한 해결책이 못 된다는 비판도 높은데요, 이 소식 먼저 전해드립니다. 백악관이 교육부와 노동부를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중입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이 다우존스 지수에서 퇴출된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 드립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불법 이민자들의 자녀와 부모를 격리하는 정책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거센 비난을 받았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여론에 밀려 정책을 철회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일 백악관에서 해당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So we are keeping families together…”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자리에서 가족들이 함께 있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는데요. 동시에 국경을 강화하고 불법 이민자들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무관용 정책’을 고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번 행정명령에 대해서 어떤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까?
기자) 네, 잘한 일이라고 환영하는 반응이 나오는 한편으로, 미흡한 조처란 지적도 많습니다. 우선 담당 부서인 국토안보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행정명령은 불법 이민자들의 자녀가 부모와 격리되는 것을 막게 해준다고 평가했는데요. 그러면서 의회에 장기적인 해결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체포된 불법 이민자들이 얼마 안 돼 풀려날 수 있게 허용하는 이민법상의 허점을 해결하란 겁니다.
진행자) 의회나 인권단체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공화당 의원들은 대체로 환영했는데요. 민주당 의원들은 사태가 완전히 해결된 게 아니라며 비판했습니다. 낸시 펠로시 하원 민주당 대표는 아동 학대를 또 다른 형태로 대체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인권 단체들도 이번 행정명령은 망명을 원하는 가족들에게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는데요. 어린이들이 무기한 감옥 같은 곳에서 지낼 수 있다는 겁니다. 미국 시민자유연맹(ACLU)은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진행자) 왜 이런 비판이 나오는 건지, 행정명령 내용을 좀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기자) 네, 이제 불법으로 미국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부모와 자녀가 격리되지 않고, 같은 곳에 수용됩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게 몇 가지가 있는데, 우선 1997년에 연방 법원에서 나온 ‘플로리스 합의’를 들 수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어린이들을 20일 넘게 구금할 수 없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불법 이민자 심사 과정은 그보다 훨씬 오래 걸리지 않습니까? 이민 판사가 부족해서 수만 건이 적체돼 있다고 하는데요.
기자) 네, 그래서 이번 행정명령을 보면,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을 우선 순위에 올려놓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긴 합니다.
진행자) 그래도 20일 안에 해결이 안 되면 어떻게 합니까?
기자) 미국 연방 법원에 ‘플로리스 합의’를 뒤집어달라고 요청했는데요. 불법 이민자 가족을 무기한 수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겁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작다고 보는데요. ‘플로리스 합의’가 나온 이유는 어린이들을 장기간 감금하는 것이 일종의 학대 행위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이민자 수용 시설도 많이 부족하다고 하던데, 불법 이민 가족이 앞으로 어디에서 지내게 됩니까?
기자) 이번에 나온 행정명령에는 군 시설을 이용하도록 하는 안이 들어 있습니다. 기존 시설이 모자라면 새로 건설할 것을 촉구했는데요. 짐 매티스 국방장관은 과거 군이 난민들과 이재민들을 수용한 경험이 있다며, 필요한 조처를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동안 부모로부터 격리된 불법 이민 어린이들이 2천300명에 달한다고 하던데요. 이들 어린이는 어떻게 됩니까?
기자) 이미 격리된 어린이들에 관한 내용은 이번 행정명령에 들어있지 않아 혼란이 있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어린이들이 부모와 합칠 수 있도록 하라고 각 부서에 지시했습니다. 부모로부터 격리된 아이들은 보건후생부가 관리하는데요. 앞서 AP 통신은 보건후생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며, 아이들이 당장 부모와 만나게 되진 않을 것이라고 전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어쨌든 국내외에서 비난이 쏟아지자 트럼프 대통령이 아동 격리 정책을 철회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결정을 내리는 데 가족의 조언이 있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딸 이방카 트럼프 고문이 격리 정책을 철회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고 합니다. 이방카 고문은 해결책 마련을 위해 연방 의회 공화당 의원들과 협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부인과 딸이 이 문제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멜라니아 여사 역시 이민자 출신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동유럽 슬로베니아 출신으로 미국에서 모델 활동을 하다가 트럼프 대통령과 결혼했습니다. 멜라니아 여사는 앞서 17일 대변인을 통해 부모와 자녀가 격리되는 상황을 몹시 싫어한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는데요. 21일에는 텍사스주 국경지대의 불법 체류 어린이 수용 시설을 깜짝 방문했습니다.
[녹취: 멜라니아 여사] “So we are keeping families together…”
기자) 멜라니아 여사는 시설을 둘러보고, 어떻게 하면 어린이들이 빨리 부모와 만날 수 있을지 도울 방안을 물었습니다.
진행자) 현재 의회에서도 이민개혁 논의가 벌어지고 있는데요. 현재 상황이 어떻습니까?
기자) 네, 보수 세력이 발의한 법안과 하원 공화당 지도부가 주도한 타협안, 이 두 개 법안이 있는데요. 좀 더 강경한 내용의 보수 법안은 21일 193-231로 부결됐습니다. 민주당 의원 전원이 반대표를 던졌고, 공화당 의원 41명이 여기에 가담했습니다. 타협안 역시 과반 지지를 모으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표결이 22일로 연기됐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두 번째 소식입니다. 백악관이 행정부 개편을 단행한다는 소식이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교육부와 노동부를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 등 여러 언론이 20일 보도했는데요. 믹 멀베이니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이 21일 이 같은 안을 각료회의에서 공식 발표했습니다. 두 부서 통합은 멀베이니 국장이 지난해 상원 인준을 받은 직후부터 추진해온 일이라고 합니다.
진행자) 교육부와 노동부를 통합하려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전반적인 행정부 개편 노력의 일부로 볼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정부 예산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연방 정부 구조를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죠. 멀베이니 국장은 21일 AP 통신과 인터뷰에서 교육부와 노동부 통합은 “고인 물을 빼자”는 트럼프 대통령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중복되는 업무를 일원화해 미국 학생들과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교육이나 기술 문제를 좀 더 잘 다룰 수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 지시에 따라서 각 부서가 나름대로 개혁을 추진하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교육부도 지난해 자체 개혁안을 예산관리국에 냈는데요. 직업 훈련 같은 일부 노동부 업무를 넘겨받겠다는 내용이 들어있었습니다. 하지만 노동부와 통합 얘기는 없었습니다.
진행자) 사실 교육부 폐지 얘기는 전에도 심심치 않게 나왔는데요. 교육부는 미국 연방 부서 가운데 가장 규모가 작은 부서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직원 수가 4천 명도 채 되지 않습니다. 미국에서 교과 과정이라든가 전반적인 교육 정책은 대체로 주 정부가 담당하기 때문인데요. 교육부 한 해 예산은 680억 달러 정도로 연방 학생 융자를 관장하고, 유치원부터 12학년까지 교육 기금을 분배하는 일을 합니다. 또 공립학교와 대학에서 연방 민권법이 제대로 시행되도록 하는 역할도 맡고 있죠. 교육부는 규모만 작은 게 아니라, 역사도 짧습니다. 1980년에 문을 열었는데요. 교육부는 교사 노조의 지원을 받은 지미 카터 대통령의 공약이었습니다.
진행자) 노동부는 어떻습니까?
기자) 노동부는 교육부보다 역사가 훨씬 길고, 규모도 거의 네 배나 됩니다. 1913년에 설립됐는데요, 직원 수는 1만5천 명이 넘습니다. 노동부는 연방 최저임금법 시행과 노동자 훈련 계획 등을 관장하는데요. 노동부 산하 가장 큰 기관이 바로 노동통계국입니다. 매달 실업률과 일자리 통계 등 고용 지표를 발표하는 곳이죠.
진행자) 이런 두 부서를 통합한다는 건데 어떤 형태가 될까요?
기자) 교육부와 노동부를 통합해 ‘교육·노동자부(Department of Education and Workforce)’로 부르고요, 흔히 ‘푸드스탬프(Food Stamp)’라고 부르는 빈곤층 식료품 보조계획은 보건후생부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사실 두 부서 통합 얘기가 나온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요. 1990년대 클린턴 행정부 때 공화당 의원들이 교육부와 노동부, 평등고용추진위원회(EEOC)를 합쳐서 ‘교육고용부’로 부르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통합 계획에 대해 어떤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까?
기자)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임 오바마 행정부 때 노동부 부장관을 지낸 세스 해리스 씨는 월스트리트저널 신문과 인터뷰에서 오히려 “문제를 만드는 해결책”이란 반응을 보였는데요. 장관 한 사람의 월급을 절약하는 것 외에는 별로 예산 절감 효과가 없다고 내다봤습니다. 행정부 부서 폐지나 신설은 의회 동의가 필요한 일인데요. 의회가 이런 계획을 승인할지 미지수입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마지막 소식입니다. 다우존스라면 미국 증권 시장의 동향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지수 가운데 하나인데요. 냉장고나 세탁기 같은 가전제품 업체로 유명한 제너럴일렉트릭(GE)이 다우에서 퇴출당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 다우존스 지수 측은 19일, 다우지수 산출 대상인 30개 기업 가운데 GE를 빼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대신 의약품 유통 업체 ‘월그린부츠얼라이언스(Walgreens Boots Alliance)’를 넣기로 했다는 건데요. 오는 26일부터 바뀐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제너럴일렉트릭(GE)의 역사가 상당히 길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GE는 발명왕으로 유명한 토머스 에디슨이 1889년에 공동 설립한 회사인데요. 120여 년 전 다우존스 지수가 창설됐을 때 처음 선정했던 12개 회사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중간에 잠깐 나간 적도 있었지만, 1907년부터는 꾸준히 자리를 지켜왔는데요. 이번에 탈락한 겁니다.
진행자) 왜 이런 종목 교체를 단행하는 건가요?
기자) 미국 경제와 증권 시장을 좀 더 잘 가늠하기 위해서라고 다우 측은 설명했는데요. 월그린을 포함함으로써 미국 경제의 소비보건 분야를 좀 더 잘 반영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입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뉴욕 증권시장에 상장된 여러 기업 가운데 우량 기업 30개를 선정해 그 주가를 산술평균한 지수입니다.
진행자) 사실 GE 퇴출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라고 하죠?
기자) 맞습니다. 최근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인데요. GE는 15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회사 가운데 하나로 꼽혔습니다. 하지만 금융 분야에 진출한 게 악수였는데요.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때 큰 타격을 받은 겁니다. 2000년 이래 주가가 거의 80%나 떨어졌다고 하는데요. 현재 다우존스 지수 30개 기업 가운데 주가가 가장 낮습니다.
진행자) 시장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퇴출 소식이 알려진 뒤 시간 외 거래에서 GE 주가가 1.5% 떨어졌는데요. 반대로 월그린 주가는 3% 뛰었습니다.
진행자) 이번에 새로 들어가는 기업 월그린에 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기자) 월그린은 1901년에 시카고에서 약국 하나로 시작한 기업인데요. 지난 2014년에 스위스의 ‘얼라이언스부츠’를 인수하면서 거대 유통 업체로 발돋움했습니다. 현재 CVS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 큰 약국 체인으로 미국 50개 주에 모두 나가 있고, 8천여 개 점포를 두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다우존스 지수 종목 교체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죠?
기자) 맞습니다. 다우 측은 미국 경제산업 전반을 반영하는 데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마다 기업을 빼고 새로 넣는 일을 반복해 왔는데요. 2015년에 통신업체 AT&T대신 손전화 제조업체 애플을 넣은 일이 대표적입니다. 2013년에는 알루미늄 제조회사 알코아와 ‘뱅크어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 은행, 컴퓨터 제조업체 ‘휼렛패커드(Hewlett Packard)’를 퇴출하고, 스포츠용품 업체 나이키(Nike)와 신용카드 기업 비자(Visa), 투자금융 회사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를 새로 선정했습니다.
진행자) 다우존스 지수에서 퇴출되는 건 기업으로서 사형 선고나 마찬가지란 얘기도 있던데요.
기자)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뱅크어브아메리카’ 같은 경우, 다우존스에서 빠진 뒤에 오히려 더 잘 나갔다고 로이터 통신이 지적했는데요. 주가가 다우존스 지수를 능가했다는 겁니다. 또 19세기 말에 일찌감치 퇴출됐던 ‘시카고개스(Chicago Gas Light and Coke Company)’ 회사도 100년 넘게 명맥을 유지했습니다.
진행자) 네.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부지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