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베네수엘라에 대한 국제사회 제재를 확대하고, 외교적으로 고립시켜야 한다고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이 촉구했습니다. 베네수엘라 측은 반발했고요. 이란의 우라늄 농축 능력을 확대하라고 아야톨라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당국에 지시했습니다. 이어서, 러시아에서 미국의 제재에 맞선 법률을 발효시킨 소식,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폼페오 미 국무장관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국제사회 제재를 촉구했군요?
기자) 네.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에 대한 제재에 더 많은 나라들이 동참해야 한다고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이 말했습니다. 어제(4일) 워싱턴에서 개막한 미주기구(OAS) 제48차 정기총회 발언인데요.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녹취: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 “"In addition to suspension, I call on fellow member states to apply additional pressure on the Maduro regime, including sanctions and further diplomatic isolation, until such time that it undertakes the actions necessary to return genuine democracy and provide people desperately needed access to international humanitarian aid. We call on all OAS nations to do this today, regarding Venezuela, and in the future wherever necessary for good of the region and the world.”
기자) 먼저 베네수엘라의 OAS 회원 자격 정지를 요청한 폼페오 장관은, 여기에 더해, 모든 회원국이 제재와 외교적 고립을 통해 마두로 정권에 대한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왜 그런 요구를 한 거죠?
기자) 베네수엘라 정부가 민주주의를 근본부터 파괴하고, 수백만 명의 국민을 나라 밖으로 내모는 등 인도주의적 위기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폼페오 장관은 설명했습니다. 현재 국제사회에서 “이보다 더 큰 도전은 없다”고 강조했는데요. 베네수엘라가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주민들이 인도적 지원에 접근할 수 있을 때까지 여러 나라의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고 폼페오 장관은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베네수엘라 정권이 ‘민주주의를 파괴했다’는 건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베네수엘라 “대통령선거에서 마두로가 다시 권력을 잡았지만, 그 선거는 가짜였고, 이 문제에 대해서 대화의 여지 조차 남지 않았다”고 폼페오 장관은 말했습니다. 원래 베네수엘라 대선은 올 연말 예정이었는데요, 정부가 조기 실시를 결정했습니다. 마두로 대통령의 재집권을 위한 포석이라는 국제사회 비판이 이어졌는데요. 결국 야권 후보들이 불참한 가운데, 지난달 20일 조기 대선에서 마두로 현 대통령이 약 68% 득표로 재선됐습니다.
진행자)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 파괴 논란은 조기 대선 문제만이 아니죠?
기자) 네. 의회도 사실상 힘을 잃은 상태입니다. 베네수엘라에서 지난해 7월, 친 정부 성향 인물들을 중심으로 선출한 ‘제헌의회’라는 조직이 출범했는데요. 야당이 장악한 기존 의회의 입법권을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로 미국과 유럽연합(EU)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폼페오 장관이 지적한 다른 한 가지, 베네수엘라 정권이 ‘인도주의적 위기를 일으키고 있다’는 건 어떤 이야기죠?
기자) 식량과 생활필수품 부족 사태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국제유가 하락과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가 겹치면서, 최근 수년동안 식량난이 이어지는 중인데요. 지난 2015년부터 정권 퇴진 요구 시위가 계속된 가운데, 강경 진압으로 희생자가 속출했습니다. 교도소 등지에서 폭동으로 막대한 사망자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굶주림과 혼란을 견디지 못해 이웃나라 콜롬비아 등으로 떠난 베네수엘라 국민이 100만 명을 넘어섰고요. 이들 난민 처리를 위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인접국과, 캐나다를 포함한 14개 나라가 ‘리마그룹’이라는 협력기구를 지난해 출범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는 베네수엘라 정권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해 ‘제헌의회’ 출범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독재자’로 규정했고요. 곧이어 미 재무부가 마두로 정권 주변 인물들에 금융 제재를 가했습니다. 지난달 조기 대선 다음 날(21일)에도, 베네수엘라 국영기업이 발행한 모든 채권 거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했는데요. 유럽연합(EU)도 베네수엘라 정부 인사들을 제재했습니다. 이 같은 대 국제사회 움직임에, 미주기구(OAS) 회원국들과 더 많은 나라가 동참할 것을, 이번에 폼페오 국무장관이 촉구한 겁니다.
진행자) 폼페오 장관 발언에, 베네수엘라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미국이 내정간섭을 하고 있다고 베네수엘라의 호르헤 아레아사 외무장관이 주장했습니다. 제재 조치를 강요하는 것은 미주기구(OAS) 규정위반이라고도 했는데요. 아레아사 장관은 “어떤 나라 정부도, 우리 정부를 인정하고 말고 할 도덕적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폼페오 장관이 베네수엘라의 OAS 회원국 자격 정지를 요청한 것과 관련, “우리는 이미 OAS 탈퇴를 결정하고,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지난해 4월, OAS가 베네수엘라 정정 불안을 논의할 긴급회의를 소집하기로 하자, 베네수엘라 정부는 전격 탈퇴를 선언했습니다.
진행자) 마지막으로, 어제(4일) 총회를 시작한 미주기구(OAS)는 어떤 조직인지 짚어보죠.
기자) 북미와 남미, 미주대륙에 있는 35개 나라 모임입니다. 각 회원국 외무장관들이 참가하는 총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요, 3년마다 정상회의를 엽니다. 본부는 미국 워싱턴에 있는데요. 어제(4일) 시작된 48차 총회는 오늘까지 이어집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듣고 계십니다. 이란 최고지도자가 우라늄 농축 능력 확대를 지시했다고요?
기자) 네. ‘이란 핵 합의’가 완전히 폐기될 경우에 대비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우라늄 농축 능력 확대를 지시했다고 현지 매체들이 보도했습니다. “필요할 때 핵 역량을 빠르게 진전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이란 원자력청 베흐루즈 카말반디 대변인이 설명했는데요. 이 같은 계획을 오늘(5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이란 측이 IAEA에 통보할 내용,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죠.
기자) UF6(육불화우라늄) 생산 능력 확보 절차를 오늘(5일) 시작하겠다고 IAEA에 알릴 예정이라고 카말반디 대변인은 밝혔습니다. UF6 생산은 우라늄 농축 전 단계인데요. 다시 말해, 우라늄 광석을 가공해 고농축 우라늄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기체 상태 물질이 UF6입니다. UF6를 원심분리기에 주입해 재가공하면, 핵무기에 쓸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우라늄 농축 능력을 확대한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기자) 이란은 지난 2015년, 미국 등 주요 6개국과 맺은 핵 합의에 따라, 우라늄 농축 능력을 제한 받고 있습니다. 핵무기를 바로 만들 수 있는 우라늄 농도가 90%인데요. 전기생산 등에 사용되는 3.67%까지만 허용됐습니다. 이 수치를 다시 높이도록 이란 당국이 추진하겠다는 건데요. 이란은 핵 합의 이전에 20% 농축 우라늄을 보유했었습니다. 미국이 핵 합의를 파기하면 이틀 안에 20% 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다고 공언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조만간 핵무기를 다시 만들겠다는 건가요?
기자) 당장에 그런 건 아니고요.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핵 합의가 완전 폐기될 경우에 대비한 조치라고 이란 당국은 설명했습니다. 지난달 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담화를 통해 미국이 핵 합의에서 공식 탈퇴했는데요.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남은 당사국들은 이란과 함께, 합의를 유지하기 위한 후속 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합의 유지를 논의 중인데, 우라늄 농축 능력을 확대하겠다는 건 왜죠?
기자) 유럽 당사국들에 대한 압박이라고 CNN방송은 해설했습니다.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지난달 말, 이란의 원유 수출과 대 유럽 교역을 보호할 방법을 보장하라는 등 핵 합의 유지 조건들을 제시했는데요. 이에 대한 유럽국가들의 반응이 미온적이자, ‘핵 합의가 깨질 상황을 대비한다’는 공세적인 태도로 나선 겁니다.
진행자) 이란 핵 합의 탈퇴 후, 미국 정부는 어떤 조치를 하고 있나요?
기자) 이란 혁명수비대와 연계된 달러 환전 조직, 그리고 이란 중앙은행 등에 대한 신규 제재를 잇따라 단행했고요. 3개월에서 6개월로 정한 유예기간이 지나면, 핵 합의 이전에 단행했던 제재들도 다시 부과할 예정입니다. 이와 관련, 프랑스 대형 에너지기업 ‘토탈’이, 미국 정부의 제재에서 예외를 인정받지 못하면, 이란 사업을 철수하겠다고 밝혔고요. 세계 1위 해운사인 덴마크 ‘머스크(MUSK) 라인' 계열사도 이란산 원유수송 주문을 받지 않겠다고 발표하는 등 영향이 이어지는 중입니다.
진행자) 핵 합의 이후 이란에 진출한 유럽 기업들이, 미국 정부의 제재 영향을 받고 있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이렇게 유럽 기업들이 속속 이란에서 발을 빼자, 이란 측은 경제교류를 보장하라고 유럽국가들에 요구하고 있는 건데요. 유럽국가들은 법적, 경제적 보장을 제공할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진행자)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새로운 합의 조건도 내놨죠?
기자) 그렇습니다. 우라늄 농축 활동 전면 중단, 이스라엘에 대한 위협 중지, 예멘과 레바논 반군 지원 중지, 시리아 주둔 병력 전면 철수 등 12개항을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달 21일, 이란에 제시했습니다. 이를 통해 이란이 변화의 길로 나서면, 국제 경제·외교 질서에 동참하도록 미국이 도울 것이고, 아니면, 사상 최고의 강력한 제재를 단행하겠다고 했는데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12개항 중에 어느 것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반 제재 법안'에 서명했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일, 러시아 의회가 제출한 반 제재 법안에 서명했습니다. 러시아 의회는 지난달, 미국 등 서방국들과 러시아 간 교역을 광범위하게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을 채택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새 법률, 어떤 내용을 담고 있습니까?
기자) 네, 우선 대통령에게 러시아와 비우호적인 국가들과의 관계를 단절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또 대통령과 정부, 안보 당국에 이들 국가와의 교역을 금지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하고 있습니다. 제재 범위나 유형에 대한 구체적인 명시는 없는데요. 하지만 법률은 이를 규정할 수 있는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가는 물론 국가 산하 조직이나 관료, 개인도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당초 러시아 의원들이 발의했던 초안보다는 미국에 대한 수위가 조절됐다고요.
기자) 네, 러시아 의원들은 처음에는 식품, 주류, 의약품과 컨설팅 분야에 이르기까지 미국산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구체적이고 대규모의 제재를 제안했었는데요. 하지만 최종 법안에서는 삭제돼 초안보다는 수위가 낮아졌다는 평가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대로 러시아 대통령에게 제재 목록과 범위 등에 대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에 양국 관계 추이에 따라 변수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진행자) 러시아 정부가 이런 법을 만든 이유가 뭔가요?
기자) 전문가들은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합병과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등과 관련해 지난해 8월 관련법을 채택하는 등, 러시아 관리들과 기업 등에 일련의 제재를 부과해 왔습니다. 러시아가 시리아 화학무기 개발을 도왔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추가 제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러시아는 미국과 서방 국가들에 맞대응할 것이라며 반발해왔습니다. 푸틴 대통령의 법안 서명과 관련, 아직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푸틴 대통령이 최근 미국의 정치 상황을 비판했다고요.
기자) 네, 푸틴 대통령이 같은 날(4일) 오스트리아 공영 ORF 방송과 인터뷰를 했는데요. 미국 내 정치 혼란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 회담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두 정상이 곧 만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이후 시리아 사태, 영국에서 발생한 전직 러시아 이중 첩자 독살 기도 사건 등으로 양국 관계가 삐걱거리며 지연되고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늦어지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미국 측에 물어보라며, 소란스러운 미국 내 정치 상황 때문으로 생각된다고 비난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