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사흘 간의 방남 일정을 을 마치고 오늘(27일) 평양으로 돌아갔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조만간 미-북 간 탐색적 대화는 가능하겠지만 핵 협상으로 연결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김현진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는 27일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 “지속가능한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 정착, 국제사회와의 협력”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의 논의 내용과 관련해 “이 같은 부분들을 어떻게 잘 조율해 나갈지에 대해 전반적인 의견 교환이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김 부위원장이 한국 정부 고위 인사들과의 잇따른 접촉을 통해 앞으로 미-북 대화를 어떻게 진행할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한국 측에서 만나기 쉽지 않은 김영철 부위원장과 비핵화에 대한 미국과 한국의 입장을 전달할 수 있었던 것으로도 이번 회담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영환 부원장] “문제는 김영철이 돌아가서 어떻게 보고하고 북한이 어떤 태도로 나올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고위 당국자에게 입장을 전달한 것은 성과로 볼 수 있죠.”
고 부원장은 특히 이번 대표단에 최강일 외무성 부국장이 포함된 것과 관련해 “판문점 회담에 외무성 간부가 나온 적이 있지만, 서울에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는 미국과의 대화에 대비해서 대표단을 구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동국대 고유환 교수도 북한 측 대표단에 최강일 부국장이 포함된 것은 북한이 남북관계와 미-북 관계를 병행해서 해결하겠다는 것으로, 북한의 달라진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고유환 동국대 교수] “핵 문제는 북-미 간 문제라고, 남북 간 문제로 보는 것을 반대했는데, 지금부터는 핵 문제도 남북 간 대화에서 다루고, 김여정 특사가 왔을 때,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 관련 동향을 보고 받았다는 얘기가 있었고, 이번에도 올림픽 폐회식 대표단으로 최강일을 내려 보낸 것은 매우 이례적이죠. 이제 북한도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를 병행해서 해결해야 한다는 그런 쪽으로 방향을 수정해 나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습니다.”
고유환 교수는 특히 “북한이 과거에는 남북대화에서 핵 문제를 의제로 꺼내는 것 자체를 거부해왔는데, 이번에 문 대통령이 비핵화를 직접 천명한 데 대해 경청하고 북-미 대화 가능성을 열어둔 것만으로도 북한이 과거보다는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고려대 남성욱 교수는 북한 측이 한국의 지도자가 얘기하는 자리에서 반박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의전상 들어준 것이지 북한의 기존 입장은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남성욱 교수] “기존의 북한 입장은 변화 없는 상황이죠. 기본적으로 핵 문제 관련해서 미국과 기싸움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북한은 핵 보유국에 핵 군축 협상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문 대통령이 아무리 얘기를 한들 반응을 안 보인다고 해서 긍정적 신호로 볼 수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일단 북한이 미-북 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대화 용의를 표시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미-북 간 탐색적 대화는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동국대 고유환 교수는 북한이 “실질적으로 대화를 하려는 것 같다”며 최근 `조선신보’를 통해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 중단을 할 수 있다고 밝힌 것만으로도 미국과의 대화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표명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고영환 부원장도 “북한이 미국과 대화를 안 하겠다고 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탐색적 대화는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비록 탐색적 대화는 가능할 수 있겠지만 비핵화 협상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일단 탐색 대화 수준이죠. 현재 국면이 탐색 대화의 초기 국면으로 볼 수 있죠. 북한이 원하는 건 동결 수준에서 대화를 끝내겠다는 거고, 미국은 궁극적 비핵화를 원하는 거거든요. 모라토리엄을 선언한다고 해도 궁극적 비핵화 대화의 시작은 아니죠. 다만 적어도 탐색 대화, 초기 대화는 가능하겠죠.”
조 박사는 특히 북한이 지난해 화성 15형을 발사하고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것은 북한식 동결,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최근 조선신보를 통해 남북관계가 지속되는 한 핵실험, ICBM 발사가 없다고 밝힌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한국 정부가 김영철과의 회동 내용을 미국 측에 브리핑하면서 북한의 이같은 의사를 전달하면 미국이 대화에 참여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동국대 고유환 교수는 다만 평창 올림픽∙패럴림픽 이후 실시 될 미-한 연합훈련이 탐색 대화의 고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고유환 교수] “탐색적 대화 가능성은 높은데 고비가 연기해 놓은 한미군사연습을 잘 넘어가는가, 축소 조정된 형태로 한미가 군사연습을 진행하고 북한이 반발하지 않는다면 탐색적 대화는 가능할 지 모르겠는데, 여기에 반발해서 전략 도발을 할 경우 정세가 다시 악화될 가능성이 있죠.”
이에 대해 고영환 부원장은 “북한도 한미 군사 훈련이 없어질 것으로는 보지 않을 것”이라며 “평년 수준의 한미군사훈련으로 진행된다면 북한이 도발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조한범 박사는 북한에 해상 봉쇄에 가까운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고 대북 제재와 압박으로 인한 피로감이 북한 내 전방위적으로 확산 돼 있는 상황에서 북한도 북미대화를 열어 상황을 진전시킬 필요가 있다며, “출구 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북한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빌미로 다시 긴장국면으로 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다만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미-북 간 비핵화 대화가 이뤄지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전문가들은 미-북 간 대화에서의 조속한 성과를 기대하기 쉽지 않은 만큼 한국 정부로서는 외교와 군사 측면을 아우르는 중장기적 대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김현진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