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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센 연구원] “북한, 9축 이동식발사차량 본격 생산 정황...열병식 축소 아닐 것”


지난 9일 평양에서 열린 건군절 70주년 열병식에 등장한 화성-15형 탄도미사일 이동식발사차량. 9축, 18개의 바퀴가 달려있다.
지난 9일 평양에서 열린 건군절 70주년 열병식에 등장한 화성-15형 탄도미사일 이동식발사차량. 9축, 18개의 바퀴가 달려있다.

지난 8일 진행된 북한의 건군절 열병식을 통해 북한이 9축 이동식발사차량(TEL)을 본격 생산하기 시작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닉 한센 스탠포드대학 국제안보협력센터 객원연구원이 밝혔습니다. 군사전문가이자 위성전문가인 한센 연구원은 과거 한 차례 공개됐던 대형 이동식발사차량이 4대가 등장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4형과 화성-15형 여러 기가 공개됐다며 과거 열병식보다 규모가 작아졌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한센 연구원은 미 육군과 해군에서 위성사진과 북한의 무기 체계 등을 분석했으며 지금까지 40여 년간 관련 정보 분야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한센 연구원을 함지하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화성-15형을 실은 이동식발사차량(TEL)은 바퀴가 18개, 즉 9축이었는데, 한꺼번에 4대가 열병식에 등장했습니다. 처음 1대가 공개 됐을 때도 큰 주목을 받지 않았습니까?

한센) 이후 생산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던 건데요. 다만 열병식에 등장한 이동식발사차량을 자세히 보면 일부 부품이 없습니다. 이동식발사차량의 뒤쪽 부분이 잘 나온 사진에는 유압승강 장치(hydraulic lift mechanism)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론 안쪽에 삽입된 형태일 수 있기 때문에 제가 틀렸을 수 있습니다만 최소한 외부에서 볼 때 이 장치가 있다는 증거는 포착하지 못했습니다. 다른 장치는 육안으로 확인이 되는데 이 장치만 없는 겁니다.

닉 한센 연구원. (제공=스탠포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닉 한센 연구원. (제공=스탠포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기자) 어쨌건 4대가 동시에 포착된 건 이번이 처음이죠?

한센) 그렇습니다. 처음입니다. 이 이동식발사차량이 포착됐던 건 지난 11월 28일 화성-15형 발사 때가 유일합니다. 당시만 해도 단 1대뿐이었습니다.

기자) 언제부터 생산을 했을까요?

한센) 외부에서 이를 알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말 혹은 11월 초 김정은이 이동식발사차량이 생산된 곳으로 추정되는 ‘3월16일 공장’을 방문했는데요. 당시 공장이 이룬 진전에 대해 매우 기뻐하면서 몇 마디 말을 합니다. 그래서 제 생각에는 이 공장이 이동식발사차량을 생산하는 데 있어 봉착했던 문제를 해결했고, 본격적인 생산 과정에 돌입한 것 같습니다. 결국 더 많은 이동식발사차량을 보게 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기자) 이동식발사차량도 그렇지만 화성-15형 4기가 한꺼번에 발견된 것도 새로운 사실 아닙니까?

한센) 맞습니다. 처음입니다. (이렇게 많이 발견된 건) 새로운 겁니다.

기자) 이미 발사된 1발 외에 4기가 더 있다는 사실이 어떤 것을 의미할까요?

한센) 그 미사일들이 진짜인지는 누구도 모릅니다. 그게 중요합니다. 그러나 모든 미사일이 같은 방식으로 칠해졌고, 미사일 옆면에 적힌 숫자도 동일한 방식으로 돼 있습니다. 또 미사일의 뒷부분을 자세히 살펴보면 붉은색 커버로 덮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모든 미사일의 엔진 전체를 뒤덮은 겁니다. 외부에서 엔진을 보길 원치 않았거나, 엔진 자체가 장착돼 있지 않다는 걸 의미합니다.

기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4형 4기가 이동식발사차량이 아닌 발사 기능이 없는 트레일러에 실려서 공개됐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한센) 화성-14형이 트레일러에 실린 이유는 북한의 (화성-14형 전용) 이동식발사차량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북한은 지금까지 화성-14형을 두 번 발사했습니다. 그리고 두 번 발사 모두 똑같은 이동식발사차량이 이용됐습니다. 차량에 칠해진 무늬가 똑같기 때문에 이런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공개되지 않은 이동식발사차량이 더 있을 수 있을 수도 있습니다. 또 오래된 이동식발사차량을 개량했을 수도 있지만,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을 겁니다.

기자) 화성-14형 1기만 이동식발사차량에 실리고 나머지는 트레일러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전부 트레일러를 이용한 것으로 볼 수 있겠군요.

한센) 그렇게 보는 게 가장 맞는 해석인 것 같습니다.

기자) 화성-14형과 달리 화성-12형은 이동식발사차량에 실린 상태로 열병식에 공개됐습니다. 원래 화성-10형, 즉 무수단 미사일을 싣던 이동식발사차량이었죠?

한센) 저는 이동식발사차량을 오랜 기간 연구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북한은 (화성-12형을 실은) 이동식발사차량을 20~30대 사들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이동식발사차량은 원래 러시아에서 사용되던 것인데 미국과 러시아의 ‘전략 무기 감축 협정’에 따라 무장해제 조치가 이뤄져 민간용으로 개조됐던 것입니다. 농업이나 광업용으로 쓰겠다고 한 거죠. 북한은 이런 상태에서 사들인 뒤 또다시 개조 작업을 벌였습니다. 이후 북한은 무수단 미사일 발사를 여러 차례 실패하면서 최소 6대를 잃었을 겁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차량이 남아 있고, 결국 화성-12형용으로 개조했습니다.

기자) 이동식발사차량을 개조하고 개선하는 역량이 있다는 점이 확인된 거군요.

한센) 북한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걸 재활용하고, 작동하도록 만드는 기술이 매우 뛰어납니다. 이번에도 그렇게 한 겁니다.

기자) 이번 열병식이 과거보다 축소됐다는 주장도 있습니다.동의하십니까?

한센) 그렇게 말할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열병식에 동원된 군의 숫자는 비슷했습니다. 또 화성-14형이 열병식에 등장한 건 처음입니다. 트레일러에 실리긴 했지만요. 화성-15형이나 14형이 열병식에 등장한 건 처음입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화성-12형까지만 나왔었습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군사전문가인 닉 한센 스탠포드대학 국제안보협력센터 객원연구원으로부터 지난 2월 8일 북한의 건군절 열병식에 등장한 탄도미사일과 이동식발사차량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함지하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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