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북한 선박이 처음으로 중국보다 러시아로 더 많이 향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러시아 행 북한 선박 수는 예년 수준을 유지한 반면 제재의 영향으로 중국 행 선박이 크게 줄었기 때문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VOA’가 아태지역 항만국통제위원회(도쿄 MOU)를 통해 지난해 7월부터 12월 사이 해외 항구에서 검사를 받은 북한 선박 93척의 행선지를 확인해 봤습니다.
북한 선박들은 중국과 러시아에서만 검사 기록을 남겼는데 중국 항구가 38척, 러시아가 55척으로 사상 처음으로 중국보다 러시아를 더 많이 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7월부터 검사 선박 대수를 한 달 단위로 집계했을 때 이런 현상은 더 뚜렷했습니다. 7~12월 사이 중국 항구가 러시아를 앞지른 시점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2016년 하반기를 기준으로 중국에서 검사를 받은 북한 선박이 총 135척, 러시아가 55척으로 중국에서 검사가 이뤄진 횟수가 2배 넘게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큰 변화입니다.
2016년 전체로 봤을 때도 중국 266척, 러시아 95척이었고, 2015년에도 중국 211척과 러시아 81척으로 두 나라 항구 사이의 격차는 적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과거에도 북한 선박이 중국보다 러시아로 더 많이 향한 적은 사실상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3월을 기점으로 중국 행 북한 선박 수가 눈에 띄게 줄면서 역전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1월만 하더라도 중국에서 검사를 받은 북한 선박은 20척이었고, 러시아는 3척에 불과했습니다. 2월에도 23척(중국)과 7척(러시아)으로 큰 차이가 났지만 4월에 접어들면서 중국 5척, 러시아 13척으로 상황이 뒤바뀌었습니다.
5월엔 중국이 23척, 러시아 10척으로 예년 수준을 잠시 회복했지만, 6월에 다시 중국이 10척으로 내려 온 이후 하반기 내내 중국에서 검사를 받은 북한 선박이 10척을 넘어선 달은 없었습니다.
앞서 중국 상무부는 지난해 2월, 북한산 석탄 수출에 상한선을 그은 대북제재 결의 2321호에 따라 연말까지 북한산 석탄을 수입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석탄 수출에 주로 이용되던 선박의 운항이 크게 줄면서, 덩달아 중국 항구에서 무작위로 안전검사를 받는 북한 선박의 숫자도 감소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과 대조적으로 러시아로 향하는 북한 선박은 예년과 비교할 때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은 겁니다. 결과적으로 선박교통 부문만큼은 대북제재가 본격화된 시점의 이전과 이후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앞서 러시아는 대북제재가 한창이던 지난해 5월 북한 라진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을 잇는 여객선인 만경봉 호의 운항을 허가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은 자칫 러시아가 대북제재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고 있는 해석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7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우리를 전혀 돕지 않고 있다”며 “러시아는 (과거) 중국이 있던 자리를 일부 메우고 있다”고 지적했었습니다.
또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같은 날 미 스탠포드 대학 후버연구소에서 열린 행사에서 중국은 제재를 이행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약간 다른 문제”라고 말했었습니다.
[녹취: 틸러슨 장관] “Russia is a slightly different issue. But the Chinese have leaned in hard on the North Koreans to the point…”
이어 틸러슨 장관은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러시아가 모든 제재를 완전히 이행하지 않고 있는 점은 명백하다”며 “(러시아가) 일부 제재 조치를 방해하는 증거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미국은 이와 관련해서 러시아와 대화했지만, 러시아 측은 이를 부인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받는 것과 동일한 확약(assurances)을 확실히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틸러슨 장관은 러시아의 제재 미이행이 원유와 원유 제품과 관련된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주로 연료(Fuel)”라면서 “그러나 잠재적으로 다른 분야에서도 그렇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