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탈북자들은 남북 고위급 회담 결과에 대해 대체로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특히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양보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주탈북자선교회의 마영애 회장은 9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남북고위급 회담에 응한 의도에 강한 의구심을 나타냈습니다.
[녹취:마영애 회장] “남북한의 군사긴장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문제가 진행됐다는 것은 어떤 의도가, 음모가 숨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 회장은 특히 이번 회담에서 한국은 물론 미국과 전 세계를 위협한 북한의 핵 문제가 거론 조차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아무런 요구도 하지 못하고 북한이 하자는 때로 끌려가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마 회장은 한국 정부가 북한에 대해 따질 것은 따지고 요구할 것은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탈북자 김해성 씨는 남북회담 자체에는 찬성한다며, 하지만 과거의 사례를 보면 한국이 북한의 의도에 휘말린 적이 많았다는 사실이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김해성] “대화와 일정한 교류는 하되, 철저하게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는 기초 위에서 미국이 제기하는 대북제재와 공조를 같이 하는 조건에서 그들의 변화 조건에 맞춰서 한 발짝 한 발짝 상호성의 원칙에서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미주탈북자동지회의 김창호 회장은 남북회담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기존의 남북대화나 화해 분위기는 북한이 핵무기를 완성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었을 뿐이라는 겁니다.
김 회장은 한국 정부에 대화 보다는 강력한 압박을 주문했습니다.
[녹취:김창호 회장] “미국과 함께 지금처럼 경제봉쇄를 더 강하게 만들어서 북한에서 손 들 때까지 경제봉쇄 강하게 들어가는 겁니다. 경제봉쇄만 들어가면 북한도 어쩔 수 없거든요.”
김 회장은 지금처럼 남북대화를 하면 북한이 핵을 더 만들어 위협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탈북자는 VOA에 보낸 이메일 답변에서, 김정은 정권이 남북대화에 응한 주된 이유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경제적 압박에서 탈출하려는 의도라고 풀이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의 문재인 정부가 동계올림픽과 남북관계 개선을 이유로 다 죽어 가고 있는 북한 김정은 정권을 구제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탈북자 제임스 리 씨 역시 북한이 과거와 같은 수순을 밟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평화적인 움직임을 통해 한국에 도움과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는 겁니다.
리 씨는 한국 정부가 북한의 이 같은 상투적인 수법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이산가족상봉과 휴전선 비무장지대의 안전조치 등 평화를 위한 조건들을 분명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북한에 무의미한 양보를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제임스 리] “요구사항을 먼저 실행하기 전에는 그 어떤 대가도 지불하지 말아야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한국도요. 이런 식으로 하면 북한에 또 한 번 당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탈북자는 남북대화에 대해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일이고, 한반도 통일로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번 남북 고위급 회담의 시점과 동기에 대해서는 이해하기 어렵다며, 북한에 의도에 말려 들어갈 위험이 있다는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따라서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을 가질 것을 주문했습니다.
[녹취:익명 탈북자] “당장 시급한 단기적인 효과나 성과를 이끌어내는데 주력하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봐서 앞으로의 회담들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는 틀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그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탈북자는 앞으로 남북회담에서는 이전 회담에서 논의된 내용들이 제대로 실행됐는지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는 등 상호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