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북한의 제재 회피 활동을 정확히 파악하면서도 눈 감아주고 있다고 윌리엄 뉴콤 전 재무부 분석관이 지적했습니다. 뉴콤 전 분석관은 15일 ‘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의 사치품 유입에서 미사일 발사 차량 확보에 이르기까지 모두 중국의 방관 속에 이뤄진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북한의 무기 실험 자재 확보를 막기에는 이제 너무 늦었고, 기존 방식의 개성공단 재개는 명백한 대북제재 위반이라고도 주장했습니다. 국무부에서 북한 문제를 다뤘던 뉴콤 전 분석관은 2011년부터 약 3년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에서 미국 측 대표를 역임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워싱턴의 민간연구기관 ‘C4ADS’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뉴콤 전 분석관을 함지하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최근 이행보고서 제출국이 확연하게 늘고 있습니다. 많은 나라들이 대북제재에 동참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을까요?
뉴콤 전 분석관) 이행보고서 제출이 늘어나고 있다는 건 확실합니다. 최근에는 2270호 이행보고서 제출국 숫자가 100개를 넘긴 걸 봤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전체 유엔 회원국의 50%를 조금 넘겼을 뿐입니다.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의미입니다. 제재는 복잡합니다. 이를 각국의 법과 조항으로 만드는 건 더더욱 그렇습니다. 또 제재 조치의 범위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나라들은 역량 문제에 부딪칩니다. 법 조항을 숙지해야 하는 변호사나 세관 직원 등이 부족하기 때문에 도움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제재 이행과 관련해) 중요한 정보를 얻으려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또 주요 나라들이 도와줘야 합니다. 전문가패널만 노력한다고 이런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기자) 중국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데요. 중국의 이행 정도를 전반적으로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뉴콤 전 분석관) 전반적으로 중국은 (제재) 단속에 있어 참여를 강화했습니다. 과거에 있던 제재 이행의 모호성도 해소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긴 해도 북한 회사들이 국경을 넘어 중국 땅 곳곳에 퍼져 있습니다. 이들 회사들은 다양한 제재 회피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죠. 중국은 자국을 지키는 데 있어 매우 유능한 나라입니다. 따라서 (중국 내) 북한인들이 누구인지, 누구와 일을 하는지, 무엇을 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들은 우리를 우려하게 합니다.
기자) 그러나 중국은 과거보다 제재 이행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석탄을 금지한 모습이 관측됐고, 또 이를 일일이 대북제재 위원회에 보고하기도 했습니다. 최소한 제재 결의에 적힌 문구만큼은 잘 지키는 거 아닌가요?
뉴콤 전 분석관) 중국은 제재 결의의 문구는 물론 결의의 정신도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중국이 ‘사치품 목록’을 만들지 않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북한으로 판매할 수 없는 품목들을 목록으로 만들어야 하지만 중국의 유일한 사치품 목록은 결의 채택 당시 명시됐던 일부 품목만을 담고 있습니다. 지난 2006년 북한으로의 사치품 수출이 금지됐을 당시 결의를 통해 각 회원국들이 사치품을 규정해 목록을 만들도록 했는데도 말이죠. 중국은 또 많은 북한 선박들이 자국에 정박하도록 허용했습니다. 이 때문에 석탄 등 여러 물품을 실은 배들이 중국과 북한을 오갈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북한 선박들이)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산발적으로 켰다 껐다를 반복했습니다. 이런 점으로 볼 때 중국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았습니다.
기자) 그런 예가 또 있습니까?
뉴콤 전 분석관) 한 가지 예를 더 들자면 북한으로의 유입이 승인됐던 (미사일 운반용)대형 트럭은 매우 비쌉니다. 비포장도로를 달릴 수 있고, 임업용으로나 쓰이는 이런 트럭들은 북한에 전혀 필요가 없습니다. 결국 이 트럭들은 이동식발사차량(TEL)으로 변환됐습니다. 중국의 누군가가 이를 몰랐다는 건 믿기 힘듭니다. 분명 북한 측 기술자들이 중국 공장에서 변환 과정을 지켜봤을 테니까요. 결국 중국이 할 수 있는 일은 많고 중국도 이를 알고 있죠. 금융 분야를 보더라도 이들 위장 기업들은 중국 은행을 이용해 북한으로 돈을 옮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이 더 강한 조치에 합의했고 이전보다 단속을 강화했다는 건 저도 동의하지만, 중국이 원했다면 더 많은 진전을 이룰 수 있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기자) 사치품에 대해 말씀하신 게 흥미로운데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개인 승용차를 비롯해 고가의 물품이 북한으로 유입되는 걸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시군요?
뉴콤 전 분석관) 맞습니다. 북한 공항을 가보면 대형 텔레비전들과 다른 여러 (고가) 물건들이 줄줄이 설치돼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또 북한 상점이 어떻게 그런 물품들을 채워 넣을 수 있을까요? 물론 대부분의 물건들은 싱가포르에서 수입됐지만, 북한으로의 운송은 중국을 통해 이뤄졌습니다. 중국은 다른 나라의 대북 사치품 제재를 회피하도록 도왔습니다. 북한 (마식령) 스키장을 채운 장비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를 판매한 캐나다 등은 자체 법과 규정을 통해 관련 물품의 대북 수출을 금지하고 있지만, 중국 도매업자를 거쳐 북한으로 유입될 수 있었습니다.
기자) 밀수는 어떻게 보십니까? 북한과 중국 사이에 이뤄지는 공식 무역 외에 밀수가 차지하는 부분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은데요?
뉴콤 전 분석관) 사람들이 한밤 중에 강을 건너며 물건을 옮기는 진정한 의미의 밀수는 존재합니다. 그러나 뗏목 무역‘(Paddler trade)’이라는 게 있습니다. 이는 물론 중국의 무역 통계에 집계가 되질 않죠. 뗏목 무역은 사람이 직접 옮기기 어려운 물건을 주로 나릅니다. 이는 밀수라기 보단 중국의 통계에 잡히지 않는 무역으로 봐야 합니다. 몇 년 전에는 자동차도 이런 방식으로 (북한으로) 옮겨지기도 했습니다. 이런 방식의 무역 역시 중국이 멈출 수 있습니다. 종종 중국은 국경 병력을 대거 교체하고, 강력한 경고성 캠페인을 펼칩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도 잠시뿐 곧 재개되곤 했습니다.
기자) 이런 밀무역은 지난해 채택된 결의 2270호가 명시한 ‘북한 출도착 화물에 대한 전면 검색’으로 막을 수 있지 않을까요?
뉴콤 전 분석관) 물론 그럴 수 있습니다. 다만 제가 전문가패널에 더 이상 소속돼 있지 않다 보니 솔직히 말해 중국이 그렇게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기자) 전문가패널에서 오랜 기간 활동을 하셨는데요. 전문가패널에는 중국이 파견한 인사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대북 제재 회피와 관련해선 중국이 자주 거론될 수밖에 없는데, 중국 측 인사의 방해는 없습니까?
뉴콤 전 분석관) 전문가패널에는 중국 출신 인사가 항상 포함됩니다. 전문가패널은 그러나 개인 자격으로 임명됩니다. 자신의 출신 국가로부터 임명되는 게 아닙니다. 그렇지만 각 나라들은 자국 출신 전문가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곤 합니다. 제가 전문가패널에 있을 당시 함께 했던 중국 출신 전문가는 매우 유능했습니다. 그가 전문가패널 보고서에 이의가 있을 경우 ‘각주(foot note)’를 이용해 자신의 의견을 명시하곤 했습니다.
기자) 이견이 있을 땐 어떻게 합니까?
뉴콤 전 분석관) 전문가패널은 대북제재 위원회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일을 진행합니다. 2009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전문가패널은 ‘의견일치’를 추구하도록 돼 있습니다. 물론 꼭 의견일치라는 목표를 달성할 필요는 없지만요. 따라서 다수의 의견이 주로 보고서에 담깁니다. 보고서에 담긴 내용들은 목적이 분명하고 사실에 근거합니다. 결론에 이르는 과정에서 추정을 하지 않습니다. 보고서 뒤쪽에 있는 부록에는 관련 증거가 있기 때문에 이런 점은 명확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중국과 러시아가 동시에 반대 의견을 표시한 적도 있습니다. 북한에서 시리아로 운송되던 화학방호용 의류가 적발됐을 때였습니다.
기자) 지난 8월과 9월 유엔 안보리는 역대 가장 강력한 조처를 담은 결의 2371호와 2375호를 통과시켰습니다. 이들 결의가 북한의 불법활동을 막을 수 있다고 보십니까?
뉴콤 전 분석관) 아마 그렇지 않을 겁니다. 결의들은 북한이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의지를 재검토하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북한이 무기 실험이나 개발에 필요한 원료나 재료를 얻지 못하도록 할 방법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북한은 필요한 재료 등을 이미 비축했거나 자체적으로 개발을 완료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우리가 만약 강력한 제재를 이전부터 시행했고, 또 이행을 했다면 아마 다른 상황이 펼쳐졌을 겁니다. 그러나 제재는 서서히 강화돼 왔고, 이행 역시 그래왔습니다.
기자) 좀 더 강력한 결의가 미리 나왔어야 한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다고 해도 강력한 제재 결의가 북한의 무기 개발 속도를 늦출 순 있지 않습니까?
뉴콤 전 분석관) 그럴 수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속도를 늦출 수 있고 또 북한에는 계속해서 무기 개발을 할 경우 무역 상황은 더욱 나빠질 것이라는 점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또 많은 나라들이 외교관계를 재고하고 있지 않습니까? 북한 노동자를 고용한 회사들이 이를 중단하면서 노동자들이 북한으로 되돌아가고 있죠. 이런 것들은 최근 채택된 제재 결의의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또 한 편으로는 북한 스스로 자행한 도발적인 행동 때문이고요.
기자) 유엔의 제재도 있지만 각국, 특히 미국의 제재에도 관심이 높습니다. 또 일각에서는 이란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유엔보다는 미국의 제재가 더욱 효과를 볼 것이라는 주장도 있는데요?
뉴콤 전 분석관) 미국의 제재는 성격이 물론 다릅니다. 다만 미국만이 대북 독자 제재 방안을 갖고 있는 나라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유럽연합과 일본, 한국 등도 독자 제재를 단행했습니다. 모두 유용한 것들이죠. 물론 (각국의 독자 제재가) 전체 그림을 복잡하게 만드는 건 사실입니다. 특히 북한이 올바른 길을 택하면서 제재가 완화되는 상황이 온다면 각국의 독자 제재로 인해 상황은 더 복잡해질 겁니다. 그러나 독자 제재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유엔 제재에는 각 나라들의 제재 불이행에 대한 단속 권한이 없기 때문입니다. 유엔 회원자격을 논할 수 있는 건 유엔 안보리가 아닌, 유엔 총회입니다. 물론 안보리는 제재 이행을 하지 않는 나라, 특히 북한을 돕는 나라를 제재할 순 있습니다만 지금까지 그런 경우는 없었습니다. 심지어 쿠바가 북한 선박 ‘청천강’ 호를 이용해 북한과 무기를 거래했지만 쿠바에 대한 제재는 단행되지 않았죠.
기자) 대안이 있습니까?
뉴콤 전 분석관) 그래서 다른 나라들의 ‘세컨더리 보이콧’ 등 제재가 중요한 겁니다. 유엔 제재를 제대로 이행할 수 있도록 다른 나라들이 단속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유엔 안보리나 대북제재위원회로부터 충분한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제재 조치가 있다면 각국이 자체 독자 제재를 통해 이를 실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이후 다른 나라들도 이 같은 독자 제재에 동참할 수도 있고요.
기자) 그러나 제가 미국의 독자제재를 말씀 드린 건 사실상 중국을 겨냥했기 때문인데요?
뉴콤 전 분석관) 중국만을 겨냥한다고 볼 순 없습니다. 어떤 개인이나 나라, 회사든 북한을 돕는다면 제재 대상이 되는 겁니다. 특히 금융업이 그렇습니다. 종종 (애꿎은) 은행들이 피해를 볼 순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위장기업의 거래량을 보면 최소한 일부 은행들은 이런 불법활동에 연루돼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세컨더리 제재가 큰 가치를 지녔다고 말할 수 있는 겁니다. 몇몇 은행에 대해 한두 번 벌금을 매기는 등 조치를 취하면 다른 금융기관들의 주목을 끌 것이고, 자신들의 행동을 재고하도록 만들 것입니다.
기자) 최근 ‘VOA’는 중국 근해에 머물고 있는 선박을 발견했습니다. 제재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제재 선박이 꼭 입항을 하지 않더라도 유엔 회원국 수역에 있으면 몰수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뉴콤 전 분석관)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몰수돼야 합니다. 또 한 편으로는 해군이 그 선박을 강제로 항구에 정박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중국) 바다에 떠 있는 상황에선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을 겁니다. 만약 항구에 정박한다면 물론 곧바로 자산 동결 조치가 취해져야 합니다.
기자) 또 한 가지 궁금한 건요. 이들 선박이 실제 북한과 연계됐을까 하는 부분입니다. 북한을 드나들었다기 보단 최근까지 중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 활동한 흔적이 많이 보이거든요.
뉴콤 전 분석관) 선박이 제재됐다는 건 분명 북한과의 연계됐기 때문입니다. 소유와 운영을 북한이 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위장기업일 수도 있습니다. 또 북한인 선장이 조종하는 선박일 수도 있고요. 북한과의 연계성을 굳이 증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확인된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기자) 최근 한국의 민간단체가 북한산 생수 4만여 병을 한국으로 들여왔는데, 한국 통일부가 이를 허가했습니다. 제재 위반이 아닌가요?
뉴콤 전 분석관) 제가 아는 선에서 말씀 드리면 (제재 결의) 위반은 아닙니다. 생수를 제공하는 회사가 대북 제재 대상과 거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 개인적으로는 이런 거래를 하는 게 현명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 모든 제재가 북한의 불법 프로그램에 쓰이는 외화 수입을 줄이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자)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는 어떻습니까? 최근 한국에선 이들 두 사업을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뉴콤 전 분석관) 저는 (개성공단과 금강산이) 폐쇄된 것을 좋게 봤습니다. 이들이 과거와 같은 조건으로 문을 연다면 이는 명백한 제재 위반입니다. 왜냐하면 (개성공단 입주) 회사들이 처한 위험요소들을 한국 정부가 짊어지게 돼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조건을 변경한다면 제재를 위반하지 않고도 재개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저는 늘 남북간 사업들이 왜 미국 달러로 거래가 이뤄지는지에 대해 질문을 해 왔습니다. 개성공단의 재개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또 미 의회도 협조적이지 않을 겁니다.
지금까지 뉴콤 전 분석관으로부터 대북제재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함지하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