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남북 통일과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행사가 서울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가 주최한 '평화로 2017' 행사인데, 톡톡 튀는 발상과 다양한 프로그램이 많아 가족 등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영권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녹취: 행사 요원과 시민의 대화] “이 정도 크기에서 자 외쳐주세요” “통일이 되길 원합니다!” “자 한 번 더!” “통일이 되길 원한다~!” “좋~습니다. 자판기 돌려주세요!”
진행자가 손에 쥔 휴대폰의 성량 측정기 바늘이 “통일”을 외치는 소리에 크게 요동칩니다.
[녹취: 행사 요원] “아버지 통일을 평소에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노인] “70년 동안 그렇게 원하고 바라는 남북통일이 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행사 요원] “그렇죠 아버지 속히 이뤄져야 하는데 그 염원을 데시벨을 측정해서 아버지가 정말 북한까지 들릴 수 있는 크기로 그렇게 외쳐주시면 저희가 선물을 드리고 있어요”
80살이 훨씬 넘은 노인의 입에서 갑자기 절규에 맺힌듯한 우렁찬 목소리가 행사장에 울립니다.
[녹취: 행사 요원] “자 시작”
[노인] “(외치며) 15살에 신의주에서 서울로 피난 와 가지고 고향을 돌아가지 못해 한이 맺혔어요”
[요원] “자 마지막으로 통일이 됐으면 좋겠다! 큰 소리로!”
[노인] “(절규하며) 통일을 원한~다~”
[요원] “아버지의 목소리 때문에 우리가 통일에 좀 더 가까워진 것 같습니다. 인간 자판기 작동~”
이 곳은 ‘평화로 2017’ 행사가 열리는 서울역 광장입니다.
한국 통일부가 주최한 이 행사는 13일부터 사흘 동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통일 관련 공공 학술기관, 민간단체, 탈북민과 이산가족들이 참여해 시민들과 평화통일의 중요성을 나눕니다.
통일부 김정성 행정사무관은 ‘VOA’에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내 일상의 문제로 생각해 관심을 갖도록 다양한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정성 사무관] “평화, 통일, 미래를 주제로 특별한 프로그램들을 구성해서 우리 사회에 평화와 통일 공감대를 확산하는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서 이번 행사를 개최하게 됐습니다. 저희가 과거에는 통일박람회 행사로 2015, 2016년 두 번 개최했고요. 금년에는 평화를 주제로 행사 이름도 변경하고 내용도 달리해 평화에 방점을 두고 이번 행사를 기획하게 됐습니다.”
서울역 광장과 인근 만리동 광장 등에는 다양한 단체들이 세운 60개 이상의 부스가 시민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또 1km 거리의 고가를 걸으며 한반도 종단을 체험하는 공간, 평화통일 뉴스를 가족이 직접 제작해 방송하는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 천막 앞에는 시민들이 탈북민을 뜻하는 “통일의 마중물”, “통일의 동반자”, “먼저 온 통일”이란 표어를 들고 줄을 길게 서서 즉석사진 촬영을 위해 기다리고 있습니다.
[녹취: 남북하나재단 관계자] “자 하나, 둘, 셋! 통일을 기원하는 피켓을 들고 사진 포토 타임을 갖고 있습니다. (왜 하는 거죠?) 우리 선생님들이 직접 피켓을 들고 행함으로써 통일을 염원, 기원한다는 바람을 갖고 행하는 퍼포먼스입니다.”
곳곳에서 통일을 염원하는 기발한 공연과 프로그램들이 눈에 띕니다. 서울역장 제복을 입은 채 걸어 다니는 두 참가자는 목이 없습니다. 대신 가슴에는 “기다리다 목 빠진 역장”이란 표어를 달고 있습니다.
[녹취: 서울시 부스 참가자] “통일을 기다리다 목 빠진 역장이라고 해가지고 통일을 염원하면서, 흔히 간절하면 목이 빠졌다고 하잖아요. 기다리다 목이 빠졌다는 컨셉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통일을 간절히 원한다는 의미로”
서울시가 기획한 이 부스 옆에서는 서울에서 베를린으로 가는 열차표와 유라시아 지도를 담은 엽서를 나눠주고 있습니다.
[녹취: 서울시 관계자] “철도를 통해 분단을 극복하고 대륙으로 가자는 취지의 티켓입니다. 지금은 갈 수 없잖아요. 그러나 우리가 베를린 티켓을 받으면 가슴이 설레잖아요. 기차타고 갈 수 있다는 게”
부스에는 통일을 가로막는 벽돌을 맞춰 넘어뜨리는 비석치기 놀이, 북한 지도를 맞추는 퍼즐게임, 평화의 바람을 염원하는 평화 바람개비 만들기, 평양에 가는 열차표를 직접 전통방식으로 찍어보는 체험 코너 등이 있습니다.
과거 북한에 감귤 보내기 사업을 펼쳤던 제주도는 직접 감귤을 갖고 올라와 통일 2행시를 짓는 시민들에게 감귤을 나눠주는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녹취: 제주도 관계자] “저희 제목처럼 감귤 향기를 타고 한라에서 백두까지 통일바람이 불기를 바라는 그런 마음에서 이런 행사를 열고 있어요”
이 행사에는 탈북민들도 참여해 직접 재배한 북한식 고구마와 버섯 등을 시민들에게 선보이며 시식하는 행사도 가졌습니다.
[녹취: 탈북민 최모 씨] “모두 북한식이죠. (오늘 행사는) 아주 특별하지요. 북한으로 가는 길이 어서 열렸으면 하는 심정에서 왔어요”
한국에 정착한 탈북 학생들이 언어 차이 때문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배려한 앱도 많은 관심을 끌었습니다.
[녹취: ‘글동무’ 앱 관계자] “글동무 앱이라고 합니다. 북한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어려운 단어들을 찾을 수 있도록 개발한 앱이에요”
남북한의 다른 문화 차이 극복을 위해 실제로 만든 빗장을 여는 행사, 통일 감수성을 선서하는 행사도 신선하다는 평가입니다.
[녹취: 통일 감수성 행사 봉사자] “통일에 대해서도 내가 먼저 마음의 문을 열고 바라봐야 통일에 대해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직접 들어가 보시죠” “통일 감수성! 통일을 준비하는 마음의 태도 혹은 가치들에 대해 8가지를 적었습니다. 다양성, 평화, 공감, 반차별, 통합, 소통, 반편견, 협력!”
빗장을 열고 통일 감수성을 배운 시민들은 북한인들에게도 그런 마음 자세로 다가가겠다고 선서까지 합니다.
[녹취: 시민] “편견과 차별이 없는 함께 공감하고 소통하는 세상을 바라며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신뢰를 바탕으로 통일 감수성을 키워가기로 약속합니다.”
서울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케냐인 엘비스 씨도 자원봉사자로 참가해 통일 홍보 활동을 펼쳤습니다.
[녹취: 엘비스 씨] “I think if the two countries came together and work together…”
엘비스 씨는 남북한이 함께 협력하고 통일을 이룬다면 세계 강대국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이미 그런 능력들을 한국에서 목격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도 목 빠지게 통일을 염원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엘비스 씨] “통일합시다! 목 빠지게 평화를 기다리고 있어서 통일합시다!”
이날 행사장에는 통일이 노년 세대의 전유물이란 통념을 깰만큼 많은 청년 자원봉사자들과 청소년들이 참가해 관심을 보였습니다.
경기도 광주에서 온 고등학생 강건 군은 다양한 체험과 남북한의 공통점들을 보면서 통일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건 씨] “학교에서 많이 배우는 게 있으니까 통일에 대해 관심은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게 다른지 몰랐어요. 그런데 배지, 북한에서 보는 만화책과 교과서, 음식도 재료는 같지만, 메뉴는 다른지..아 이런 게 다르구나. 윷놀이도 사실 가락 윳만 있는지 알았는데 콩 윳도 우리 놀이라는 게 참..빨리 통일이 돼서 다 같이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