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용호 외무상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을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반면 국제사회는 한 목소리로 북한을 규탄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연설 시작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했습니다.
[녹취: 리용호 북한 외무상] “나는 먼저 4일 전에 신성한 이 유엔 회의장을 심히 어지럽힌 미국 대통령이라는 자의 연설에 대해 논평하고 본론에 들어가려 합니다.”
리 외무상은 일반토의 닷새째인 23일 17번째로 유엔총회장 연단에 올라 총회 의장에게 간단한 인사말을 한 뒤 곧바로 '북한 파괴'를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언급했습니다.
리 외무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최고 존엄을 건드리고, 북한을 위협하는 망발과 폭언을 늘어놓았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과대망상자’, ‘정신이상자’ 등으로 묘사하며 원색적으로 비난했습니다.
특히 자살 공격을 시작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라며, 이로 인해 미국 땅의 무고한 생명이 화를 입는다면 이는 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행한 연설에서 “미국은 엄청난 힘과 인내심을 갖고 있지만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 한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시키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또 핵·미사일 개발에 몰두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부르며 그가 “자신과 자기 정권을 위해 자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비난했었습니다.
리 외무상은 20분 넘게 행한 연설 대부분을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채웠습니다.
특히 “미국과 그 추종세력이 우리 공화국 지도부에 대한 참수나 공화국에 대한 군사적 공격 기미를 보일 때는 가차 없는 선제행동으로 예방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최근 거세지고 있는 국제사회 대북 제재를 ‘반인륜적이고 야만적’이라고 묘사하면서 “나라의 평화적인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에서 입은 피해, 무고한 여성들과 아이들, 노인을 포함한 전체 우리 인민이 당한 피해를 계산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나 이날 리 외무상의 연설에 국제사회의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연설이 끝난 뒤 나오는 의례적인 박수를 제외하면, 리 외무상의 연설에 호응하는 박수 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같은 날 일반 토의에 등장한 나라 상당수도 미국이 아닌 북한을 비난했습니다.
필리핀의 알란 피터 카예타노 외무장관은 “필리핀은 자체적으로, 또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의장국 자격으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폭발 시험으로 인한 한반도의 커져가는 긴장에 깊은 우려를 나타낸다”며, 북한의 도발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녹취: 알란 피터 카예타노 필리핀 외무장관]
또 남수단의 타반 뎅 가이 부통령은 “북한이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안보리 관련 결의를 완전히 이행하라는 국제사회의 촉구를 지지한다”며,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진정한 의지와 구체적인 행동을 보여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밖에 싱가포르와 마샬아일랜드, 자메이카, 네팔 등도 북한의 안보리 결의 이행 등 한반도 긴장완화에 노력을 기울여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