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최초의 국제대학인 평양과학기술대학이 미국의 대북 여행금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4일 예정대로 가을학기를 시작했습니다. 일부 수업은 외국인 교수 없이 북한 교수들로만 진행되는 등 제한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현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양과기대는 4일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 여권 소지자의 북한 여행금지 조치와 한반도 주변의 긴장 고조 상황에도 지난 4일 원래 계획한 날짜에 가을학기를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평양과기대는 수업을 위한 준비는 가용한 자원에 맞게 조정됐다면서, 북한의 유일한 외국 지원 대학에 맞게 독창적인 업무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북한인 교직원들의 협조로 학기를 시작할 수 있는 최소한의 요건을 충족시켰다”며 학기가 진행되면서 추가로 교원이 합류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평양과기대의 이번 가을학기 수업은 매우 제한적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국적의 평양과기대 구강대학 교수는 ‘VOA’에, 가을학기 치과 수업은 외국인 교수 없이 북한 교수들에 의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교수는 미국 정부의 북한 여행금지 조치로 이번 학기에 방북하지 못하게 됐고, 치과 수업을 담당하는 영국 국적의 교수 2명도 가을학기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게 됐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앞서 평양과기대 의학대학 관계자는 ‘VOA’에 가을학기 의학대학 수업을 진행할 수 없게 됐다면서도, 치과 관련 수업만 외국인 교수들에 의해 실습 위주로 제한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었습니다.
영국 국적의 평양과기대 경영대학 교수도 5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이번 가을학기 수업을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7년 넘게 평양과기대에서 가르쳐 온 이 교수는 자신이 속한 지원단체가 이번 학기 평양과기대에 교원을 보내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다른 국적의 교수들도 당분간 평양과기대에 돌아가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교수는 이 같은 결정이 현재 평양과기대의 일반적 상황과 특정 조건에 대한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한 ‘위험 평가’를 기반으로 내려졌다고 말했습니다.
또 미국 정부의 북한 여행금지와 다른 나라들의 북한 여행금지도 이 같은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습니다.
이 교수는 특히 영국 정부가 최근 자국민들에게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한 모든 북한 여행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며, 자신이 속한 단체는 이 권고에 따라 이번 가을학기 평양과기대에 교원을 보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영국 외무부는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한 지난 3일 당일 북한 여행주의보를 갱신하고 필수적인 경우를 제외한 모든 여행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영국 외무부는 북한의 지난 7월 두 차례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실험 등 지난해와 올해 일련의 탄도미사일 실험과 지난 3일 핵실험에 따라 한반도 긴장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추가 미사일 시험이나 핵실험 위협이 여전히 남아 있고, 이 같은 위협은 역내 불안정의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VOA 뉴스 김현진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