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과학기술대학이 9월 시작하는 가을 학기 의학대학 수업을 중단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정부의 북한 여행금지 조치로 미국인 교수진의 방북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입니다. 김현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최초의 국제대학인 평양과학기술대학이 올 가을 의학대학을 열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평양과기대 의학대학 관계자는 1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미국 정부의 북한 여행금지 조치로 미국 시민권을 보유한 교수진의 방북이 사실상 어려워져 의학대학 수업을 진행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미 국무부가 발표한 북한여행 금지 조치는 미국 여권을 갖고 북한을 여행할 경우, 특정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한 모든 여권이 무효가 되도록 하고 있는데 평양과기대 운영을 위한 방북이 특정 기준에 충족하는지 아직 확실하지 않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이 관계자는 평양과기대의 미국인 교수들이 현재 특별승인을 신청해 놓은 상황이라며, 승인을 받더라도 가을 학기에 맞춰 수업을 진행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로 평양과기대 전체 외국인 교수의 3분의 2이상이 방북하지 못하게 돼 학교 운영에 큰 차질을 빚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관계자에 따르면 가을 학기 학부 수업은 유럽이나 중국에서 온 외국인 교수들에 의해 제한적으로 진행되며, 의학대학 수업은 사실상 모두 중단됩니다.
다만 의학전문대학 수업 가운데 치과 관련 수업만 외국인 교수들에 의해 실습 위주로 제한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밝혔습니다.
평양과기대는 본과 학부와 대학원, 의학(전문)대학으로 이뤄져 있으며, 의학(전문)대학 산하에 의과대학과 구강, 약학, 보건 대학이 있습니다.
이 관계자는 올 가을 학기에 의학대학 산하 의과대학을 개교할 예정이었지만, 여행금지 조치로 계획이 미뤄졌다고 밝혔습니다.
또 오는 10월 평양과기대 주최로 열릴 예정이던 ‘제4차 국제 학술회의’도 취소됐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국제 학술회의에는 농업생명과학, 국제 금융과 경영, 전자, 컴퓨터, 의료 등 분야에서 세계적인 석학들이 참석해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었습니다.
과학과 기술의 평화적인 이용 방안을 모색해보자는 취지로 지난 2011년 처음 시작된 이 학술회의는 이후 2년 마다 열렸고, 미국 우주인 데이비드 힐머스 박사와 영국의 저명 신경학자 닉 스콜딩 교수, 데이비드 알톤 영국 상원의원 등이 참석했었습니다.
올해 회의에서는 노벨화학상 수상자 피터 아그레 교수가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었습니다.
미 국무부는 앞서 1일 북한 여행금지 조치를 관보에 게재했습니다.
국무부는 이 조치에서 “북한에 여행을 가고, 현지에 머물거나 북한을 경유하기 위한 미국 여권은 특별승인을 받지 않은 경우 무효로 선언된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김현진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