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가정보원은 한국민을 테러범죄자로 지목해 극형에 처하겠다는 북한의 ‘연합성명’과 관련해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북한 당국은 박근혜 정부 당시 한국이 북한의 정권교체를 시도했다고 주장하는 것인데요, 서울에서 박병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29일 ‘한국민에 대해 공개적으로 협박하는 북한의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국정원은 ‘이미 수 차례 언급했듯이 한국의 관계당국이 북한의 정권교체를 시도했다는 북한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며 이같이 비판했습니다.
북한은 이에 앞서 28일 북한 최고수뇌부를 노린 테러 행위가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하며 ‘극형’으로 맞서겠다고 위협했습니다.
북한은 국가보위성과 인민보안성, 중앙검찰소 등 모든 공안기관이 총동원 돼 이례적으로 발표한 ‘연합성명’ 형식에서, ‘최고수뇌부를 노린 특대형 국가테러 범죄를 감행하는 엄중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성명은 일본 `아사히신문'이 지난 26일 한국의 박근혜 정부 당시 북한의 정권교체를 시도하는 공작을 했다는 보도에 대한 반응으로 풀이됐습니다.
북한의 성명은 ‘지난 2015년 말부터 북한 최고지도부를 교체하기 위한 공작이 은밀하게 추진됐다’며 한국 국정원의 주도로 작성된 비밀 작전계획에는 ‘암살’ 음모까지 포함됐다며 `아사히신문'의 보도 내용을 인용한 것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국가정보원은 `아사히신문'의 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고,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관계자도 기사 내용을 부인했지만 북한은 보도 내용에만 주목했습니다.
북한은 성명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병호 전 국정원장 등을 자신들의 최고 수뇌부를 해칠 계획을 추진한 ‘특대형 국가테러범죄자’로 지목하고 ‘극형에 처한다는 것을 내외에 선포한다’고 위협했습니다.
북한의 이 같은 태도는 앞으로 있을지 모를 미국과 한국 정부의 북한 정권교체 시도를 이번 기회에 강하게 압박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한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실장 정성장 박사입니다.
[녹취: 정성장 박사/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국가보위성이라든가 인민보안성 등 주요 권력기관이 충성경쟁 차원에서 현실 가능성이 없는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의 인도를 요구했구요. 실제적으로 북한의 의도는 그와 같은 시도가 재발되어서는 안 된다는데 강조점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의 이번 성명은 대외적 메시지이면서 북한 주민들을 겨냥한 측면도 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국제사회의 제재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외부에서 김정은 정권을 흔들고 있다는 사실을 과장함으로써 주민들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려는 의도라는 것입니다.
북한 국가보위성은 이에 앞서 지난 5월 5일에도 대변인 성명에서 미 중앙정보국, CIA와 한국 국정원이 북한 최고수뇌부를 상대로 생화학 물질 테러를 치밀하게 준비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캐티나 애덤스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28일 `연합성명'을 통한 북한의 위협에 대해, 세계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도발적 행동과 선동적 수사를 자제하고 국제적 의무와 약속을 준수해 진지한 대화로 돌아오는 전략적 선택을 할 것을 북한에 촉구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박병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