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갓 출범한 한국의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경고성 도발로 분석했습니다. 또 북한의 도발이 핵무기 고도화 차원에서 신속하고 다양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29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문재인 한국 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20일 만에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모두 세 차례 이뤄졌습니다.
지난 27일 북한 국방과학원에서 개발한 지대공 요격미사일 발사까지 포함하면 네 차례 미사일 도발에 나선 겁니다.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통상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들이 미국을 겨냥한 도발이라는 데 견해를 같이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과의 대화에 열린 태도를 보이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에도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그치지 않자 한국의 새 정부를 겨냥한 도발의 성격이 짙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이번에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한국을 타격권으로 하는 스커드 계열의 미사일이라는 한국 군 당국의 추정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입니다.
[녹취: 양무진 교수 / 북한대학원대학교] “만약에 스커드형의 미사일이라면 그것은 대남 압박용이라고 볼 수 있고 결국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북정책에 있어서 적대시 정책을 폐기하라는 그런 전략적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여집니다.”
북한은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새 대북정책을 최근 들어 연이어 비난하고 있습니다.
북한 노동당 외곽기구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는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화성-12’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긴급 소집한 행동을 ‘추태’라고 비난했습니다.
또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2일과 28일 문재인 정부의 특사외교를 비난하며 ‘외세의존병을 버리고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라’고 주장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이런 잇단 도발이 남북 민간교류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분위기입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인도적 지원을 위한 대북 접촉은 별 문제가 없겠지만 북한의 도발이 계속될 경우 남북 간 공동행사처럼 일정 기간 방북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선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북한이 앞으로도 핵무기 고도화를 우선시 해 신속하고 다양한 형태로 미사일 시험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이번 미사일 발사도 지난 27일 미국 등 주요 7개국(G7)이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으면 대북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경고했음에도 저질러졌습니다.
동국대 북한학과 고유환 교수는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는 장차 미국과의 협상을 앞두고 자신들의 핵무기 수준을 최대한 높여 사실상 핵 보유국으로서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고유환 교수 / 동국대 북한학과] “앞으로 조만간 있을 협상이 시작되면 사실상 실험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해야 하는 상황에서 빠른 속도로 고도화를 해놓으면 그 다음부터는 모라토리엄을 해도 자기들의 미사일 능력은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과시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은 할 수 있는 데까지 빠른 속도로 여러 종류의 미사일 실험을 하겠다는 그런 의지로 봐야 할 겁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국방연구원 부형욱 박사는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이 스커드 계열이 맞다면 한반도 주변에 전개된 미군의 항공모함 전단에 맞선 무력시위라는 견해를 내놓았습니다.
[녹취: 부형욱 박사 / 한국 국방연구원] “최근엔 자꾸 항모전단이 한반도 인근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이런 반함선 능력 즉, 북한식 반접근전략을 전개하기 위한 그런 무기체계 측면에서의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보고 이쪽의 능력을 많이 뒷받침하려고 이렇게 하는 것 같습니다.”
현재 한반도 주변엔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 호가 전개해 있고 다음달 초 로널드 레이건 호도 합류해 칼빈슨 호와 합동훈련을 할 예정입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